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가결
與 "불체포특권 포기" vs 野 "이중플레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어두운 표정의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은 의원들에게 '가결'을 권고했다며 민주당을 향해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억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가결 권고'를 방침으로 정해, 민주당에서는 최소 40명 이상이 가결표를 던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임 및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에 대해선 부결표를 행사했던 만큼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재석 281명 중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하 의원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게 됐다. 하 의원은 지난해 6월 경남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돕는 대가로 예비후보자로부터 7000만 원,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 자치단체장·보좌관 등으로부터 5750만 원 등 불법 정치자금 1억275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이 과반 찬성해야 가결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104명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여당이 '권고적 당론'으로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정의당(6석)과 무소속(7석), 소수정당(2석)의원들을 제외하고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최소 40명 이상이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해왔다. 하 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일찌감치 '가결'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도 "우리는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인 불체포특권을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해서 불체포특권 포기가 당론과 진배없는 그런 상황인 점을 감안해달라"며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찬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169석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가·부 열쇠를 쥐고 있었다. 민주당은 '자율투표'로 의원 개인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표결 결과에 대해 "전형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중플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굳은 표정의 이 대표.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관련 본회의에 참석해 고용진 의원과 환한 표정으로 대화 나누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민주당이 같은 혐의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는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날 표결 대상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후 첫 여당 의원 체포동의안이었다. 앞서 민주당은 대장동·성남FC사건 관련 배임·제3자 뇌물 혐의를 받은 이 대표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각각 지난 2월, 지난해 12월 '정치탄압'을 명분으로 잇따라 부결시켰다. 민주당은 하 의원과 자당 의원 혐의는 비교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노 의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하 의원과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표결에 앞서 하 의원이 1억 원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녹음 파일, 폐쇄회로TV(CCTV) 영상, 헌금입출금 내역 등 금융자료 등 증거가 명확하다면서 찬성표 행사를 호소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도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파일이 있다"며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으로선 향후 이 대표와 관련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또 넘어올 경우에 대한 부담도 커지게 됐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방탄' 공세를 이어 나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에게 묻는다. 오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셨나"라며 "과거의 이재명은 숱하게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의 이재명은 지난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숱한 혐의들이 남아있기에, 국회로 다시 체포동의안이 날아 올 것이다. 그때 이 대표는 다시 또 불체포 특권을 누릴 것인가"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평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국민께 지켰다"며 "민주당은 대선 때도 그렇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권을 포기하겠다더니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중플레이'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면상 '가결'을 권고해놓고 사실상 반대표를 행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마치 가결이 당론인 것처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입장을 말해왔지만, 하 의원 본인의 신상발언과 개별적인 읍소, 개별 연락으로 인해 상당수의 동정표, 이탈표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중플레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 의원 체포동의안 어떻게 봤나'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보나' '조만간 2차 체포동의안이 온다는 관측도 있는데 그때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 거라고 예상하나'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