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류호정 의원실 공동 주최 토론회
'무고죄' 우려 인식 차이 공유
국회에서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공론장이 열렸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강간죄 도입, 젠더갈등을 넘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유 토론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강화하자는 내용의 '비동의 강간죄' 입법 추진을 두고 국회에서 공론장이 열렸다. '무고죄' 우려에 대한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갈렸다.
<더팩트>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비동의강간죄 도입, 젠더갈등을 넘자!' 토론회가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비동의강간죄'를 대표발의한 류 의원과, 2030 청년정치인을 대표해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 신인규 변호사,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비동의강간죄 도입 시 무고죄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 입장차가 드러났다.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 신인규 변호사는 비동의강간죄 도입 시 '동의 여부' 개념이 모호해 무고죄 양산에 대한 우려가 현실적으로 있다고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
신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처벌)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무고로 처벌받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참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강간죄) 구성 요건에 (동의 여부라는) 주관적인 고의를 넣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성범죄로 일단 고소장이 들어가면 상당히 기소율이 높다. 기소됐을 때 무죄율이 3~5% 정도 나온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반박하기 어려운 것도 재판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성범죄 특성상 사적 내밀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반박할 정황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고죄'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적인 문제라고 역설했다. 신 변호사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합의서를 써야 되는 것이냐, 아니면 녹음을 해야 되는 것이냐'라고 한다. 자기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무고한 범죄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에 대해서 심도 깊은 충분한 논의 없이 (해당 법안을) 밀어붙여졌을 때에는 매우 곤란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무고죄 우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내가 무고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예를 들어 물건을 누구한테 줬는데 며칠 뒤에 마음이 바뀌어서 물건 준 사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성범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거짓말한 대로 처벌받는다. 그래서 무고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또, 무고 사건이 과대대표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성범죄에 유독 무고죄가 난무하는가, 절대 아니다"라며 "2018년 기준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데 따르면 성폭력 사건으로 무고로 기소된 사건 비율 1%도 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매우 미미하고 기소되더라도 실제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에 따져봤을 때 유죄율이 1% 정도도 되지 않은 낮은 비율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성폭력 사건을 1년에 200건 이상씩 하는데 무고로 처벌받은 경우는 1건 정도"라고 했다. 이어 "무고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해 접근한다면 그 어떤 논의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무고에 대해 굉장히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서 "(서 변호사는) 무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고 말했지만 전혀 막연하지 않다. 저도 성범죄에 대해 범죄자를 엄단해야 하고 피해자들을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무고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무고죄 비율이 미미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예를 들어 비행기도 사고율이 3% 미만 정도 돼야 타지 않겠나. 비행기 추락률이 30% 되면 저부터도 비행기 못 타고 외국 안 나갈 것 같다. 이런 것처럼 범죄에 대해선 어느 한쪽 면만 극단적으로 강조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히 성범죄로 처벌 받으면 징역도 많이 나오고 구속도 많이 시키고 이수 명령이나 신상 공개 등 사회에서는 거의 매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나오면 안 된다는 형사사법 체계의 대원칙을 갖고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강화할 경우 무고죄 양형 강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김 위원장도 "기본적으로 형법은 범죄 예방의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두려움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어디까지나 '범죄를 저지르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에 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동의강간죄의 경우에는 '강간을 하면 안 되겠다'는 두려움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두려움을 형성하게 된다.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증거도 없는 상황이고 누가 봐도 남자와 여자가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고 '동의 여부'만 갈릴 때 결국 법원 판단의 영역으로 바뀐다. 그러면 이 불안정성을 감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비동의강간죄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거듭 밝혔다.
서 변호사는 성범죄 기소 장벽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성범죄 유죄율이 높다고 하지만 기소 허들이 굉장히 높다. 4대 강력범죄(살인·방화·강도·성폭력) 중에 성폭력 사건은 기소율이 40% 정도다. 경찰과 검찰에서 거르고 거른 사건들이 기소되는 것이다. 검사가 입증할 수 있는 것, 공소유지할 수 있는 것들이 재판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성범죄라는 게 피해자가 신고만 하면 바로 기소까지 이루어지고 유죄까지 다 이루어지는 그런 식의 범죄는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간죄 구성 요건을 강화할 경우 무고죄 양형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성범죄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경우에서 '동의 여부'로 확대하는 한편, 무고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현저하게 비례성과 형평성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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