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일 정상회담 전후 '태극기 운동' 전개
"혐오감 주지 않는 한 변형 가능"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대정부 투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태극기 문양'을 두고 '국기 훼손' 말이 나왔다. 민주당 측은 "독도와 한강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혐오감을 주지 않는 한 변형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차량과 온·오프라인 홍보물에서 보이는 '물결 태극기'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문양과 다른 탓이다. 민주당은 "독도와 한강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기 훼손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정부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대일 굴욕 외교' 공세를 높이면서 당분간 '태극기 운동'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식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온·오프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태극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2일 오전 10시 10분 국회 본청 앞에서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 달기 운동'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차량에 태극기 스티커를 직접 붙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 대표는 "태극기를 다시 우리 손에 들고, 각 가정에 게양하고, 차에 붙이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결코 일본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당당한 자주독립국임을 국민들 스스로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태극기 운동을 독려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차량이나 사무실 문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이고, 태극기 배지를 다는 등 '태극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을 규탄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
같은 날 오후 민주당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분주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을 '태극 문양'과 함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이미지로 교체했다. 민주당은 또 '굴종외교 규탄 SNS 프로필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태극 문양을 포함한 프로필 이미지 4종을 올린 후 "당원과 국민 여러분들의 활발한 참여 및 공유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난 27일에는 '태극기의 이름으로 국민이 명령한다!'며 △후쿠시마 방사능 농수산물 수입 금지 △주69시간 근무제 철회 △쌀값정상화법 즉시 공포 △2분기 가스·전기요금 인상 중단 △검찰수사권 비호 위법시행령 폐기 등을 요구하는 홍보물도 태극기를 담아 제작했다.
다만 이처럼 민주당이 '태극기 운동'에 활용하고 있는 일부 태극기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태극 문양 오른쪽 끝부분이 규격화된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국기 모독죄로 고발해야 한다" "태극기를 모독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대한민국국기법'과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에 태극기 그리는 법과 태극기 문양 활용법을 명시할 정도로 국기를 엄격히 관리하는 편이다. 국기법 제11조에 따르면 국기문양은 각종 물품과 의식에 활용할 수 있지만 훼손해 사용하는 경우나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지난 2020년 1월 7일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시킨 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현행 형법 105조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까지 내렸다.
민주당은 상징성을 위해 태극 문양을 일부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태극 디자인은 오픈 소스를 활용했다"면서 "(변형된 문양은) 독도와 한강을 상징한 것"이라고 했다.
'국가상징선양'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 역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계자는 "디자인에 약간 변형을 주더라도 혐오감을 줄 정도로 활용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취지를 봤을 때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9일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30일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외교 규탄 대회'도 연다. 김상희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대일 굴욕외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한편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와 일본 정부의 초등 교과서 왜곡, 일제 강제징용 변제방식 등 대일 외교 문제와 관련한 파상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82명은 29일 '일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및 굴종적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사 대상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과 구상권 포기 과정에서 위헌·위법·직무 유기·배임·직권남용 등 행위의 존재 여부 △정상회담에서 독도·위안부 문제의 논의 여부 및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에 대한 일본의 해제 요구 여부 등이다. 이를 위해 여야 위원 18명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요구서는 30일 본회의에서 보고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또 30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소속 의원들과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외교 규탄 대회'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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