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
강간 구성 요건 '폭행·협박'→'동의 여부'
국민의힘 청년정치인, 법무부 측 참석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더팩트'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오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동의강간죄(간음죄)' 입법 논의를 위해 '비동의강간죄 도입, 젠더갈등을 넘자!' 토론회를 공동 개최합니다.
류 의원은 지난 2020년 8월 비동의강간죄 즉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약 50년 동안 한 번도 개정하지 않은 '강간죄'가 성범죄에 관한 국민 인식의 변화, 강간의 개념 정의에 관한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행과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요했다면, 강간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라고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현재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찬반 측의 근거와 논리는 충분하지만, 논의 자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탓에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선명한 입장 차만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30 남성들의 걱정과 우려가 큽니다. 현행 강간죄에서도 이른바 '꽃뱀' 피해 사례가 많은데 법 개정으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토론회는 그래서 열리게 됐습니다. 토론회를 통해 젠더갈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양립할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치의 힘'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 사회로 비동의강간죄 대표 발의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 신인규 변호사 등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은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주제로 토론을 시작합니다.
또,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성범죄 처벌에 관한 기본법인 형법 제32장 개정점에 대한 자유토론이 진행됩니다. 성범죄의 다양화 및 고도화에 따라 금지 행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토론회에는 여성인권단체 측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가 합류해 논의의 접점을 모색하는 데 힘을 더합니다. 법무부 측도 제도 도입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참석합니다.
오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왼쪽부터)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 신인규 변호사, 류호정 정의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이 '비동의강간죄 도입' 토론회에 참석한다. /SNS 갈무리 |
비동의강간죄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강간죄로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우리 형법은 강간의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폭행·협박을 '동의 여부'로 변경하자는 겁니다.
비동의강간죄에 찬성하는 측은 '폭행'이나 '협박' 없이 발생하고 있는 강간 피해가 더 많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동의 여부'라는 울타리를 마련해 입법 공백을 꿔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비동의간음죄의 비동의 판단기준 마련을 위한 국내외 사례 연구'에 따르면 2019년 1~3월 전국 성폭력 상담소협의회 소속 66개 상담소에 접수된 강간 사례 1030명 중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피해 사례는 735명(71.4%)으로 나타났습니다.
폭행과 협박에 따른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강간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을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웬만한 폭행이나 협박이 아니고서야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는 형법 제260조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폭행죄에서의 폭행은 강간죄 성립요건인 폭행보다 더 넓게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즉, 폭행죄에 해당하는 수준의 폭행으로 성관계가 강제로 이뤄졌다면 강간 혐의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류호정 의원(오른쪽)은 지난달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비동의강간죄 도입 여부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회방송 갈무리 |
이렇게 보면 비동의강간죄 도입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반대 측 입장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의'를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성관계가 있었을 당시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가 이후 변심할 때 동의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겁니다. 상대방의 '나는 동의한 적 없다'는 주장만으로도 억울한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정부 여당의 우려도 궤를 같이 합니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번복한 바 있습니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동의강간죄 도입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동의 여부를 무엇으로 확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9일 류호정 의원과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법을 도입하면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범죄를 의심받는 사람이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는 걸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받게 되는 구도가 된다"고도 했죠.
물론 유럽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성범죄 체계가 '동의 여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동의 여부를 명문화하는 데 집중한다기보다는 무고 등 부작용들에 대한 제도적 대비책을 함께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형법이 우리와 다른 경우도 있고, 각 국가 내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적 특성들도 서로 달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류 의원은 "(토론회에서)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진지하게 듣겠습니다. 형법 제32장의 제목 등 기타 형법 개정에 관한 논점을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류 의원과 국민의힘 청년정치인들이 비동의강간죄 도입 찬반 의견을 넘어 어느 정도까지 합의점을 찾을지 확인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날 토론회는 <더팩트>(https://www.youtube.com/@thefact2002)와 류호정 의원(https://youtube.com/@RyuTube) 유튜브 계정에서 실시간 중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비동의강간죄 도입, 젠더갈등을 넘자!' 토론회 일정
△일시 : 2023년 3월 30일(목) 오전 10시~12시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 202호
△주최 : 더팩트(THE FACT), 류호정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