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감축위해 핵무기 10~20개로 줄이는 준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해야"
입력: 2023.03.23 09:13 / 수정: 2023.03.23 09:13
북한의 핵무기 보유추정.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의 핵무기 보유추정. /한국국방연구원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 북한의 대남 핵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핵균형을 달성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를 10~20개로 줄여 '준(準)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민간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의 제안이 나왔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3일 통일안보전략연구소(소장 강우철 박사) 주최로 열린 콜로키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남북 핵균형과 핵감축을 위한 중장기 4단계 접근법'을 제안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더팩트 DB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더팩트 DB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이 제안한 4단계 접근법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겠다고 경고하는 1단계, 북한의 제7차 핵실험 후 한국이 NPT를 탈퇴하고 북한의 협상 복귀를 압박하는 2단계, 대미 설득과 미국의 묵인하에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3단계, 남북 핵감축 협상을 통해 준(準)비핵화를 달성하고 북미와 남북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는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발제문에서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조차 거부하겠지만, 북한이 체제생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소한의 핵무기 보유는 일단 인정하고 나머지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대신 그에 상응해 확실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정성장 실장은 북한이 이 같은 새로운 접근법을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김정은은 체제생존을 위해 군부의 충성만을 중시하면서 인민생활을 외면한 김정일과는 다르게 인민생활 향상도 매우 중시하고 있는 만큼 북한핵의 단계적·점진적 감축 시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와 한미연합훈련의 축소가 병행된다면 김정은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준(準)비핵화'가 달성된 이후 그 다음 단계에서 실현할 장기적 목표로 설정한다면, 대북 협상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정 실장은 내다봤다.그는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한국에 대해 절대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10~20개 이하'로 줄어든다면 북한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그것을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준비핵화와 이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남북한 간에 핵 균형이 유지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북핵에 대한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북한도 미국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단계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감축되는 데 상응해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조정, 북미와 북일 관계 개선, 평화협정 체결, 대북 제재 완화,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중 철도․도로 연결 등 추진을 제안했다.

정성장 실장은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은 그것을 이유로 조약 탈퇴를 통고할 수 있고 탈퇴가 발효되는 3개월 후에 미국과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핵무장 추진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정 실장은 북한도 NPT에서 탈퇴했지만 그것 때문에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한국의 핵무장의 방식으로는 미국의 묵인 하에 은밀하게 핵무장을 추진하고, 그것이 완료된 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장 입장 하에 북한과 핵감축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우산만으로 대북 핵억제가 가능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보다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 실장은 "미국의 핵우산이 북핵 위협 대응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비용의 10∼13배나 되는 액수를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욱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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