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李 기소 직후 당무위 열어 '정치탄압' 예외 인정
당 지도부, 송갑석 최고위원 영입으로 돌파구 모색
22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민주당은 즉각 당무위를 소집해 이 대표의 '당헌 80조' 적용 예외 결정을 내렸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 대해 반나절 만에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 80조 조항을 예외 적용하기로 했다. 신속한 결정으로 내홍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빠르게 차단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퇴진론'을 일축하고 당 대표직 유지를 공식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이재명계 일각에선 '이재명 방탄'이 현실화했다고 우려를 표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측근들을 통해 성남시나 성남도개공의 내부 비밀을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그들이 7886억 원을 챙기게 한 혐의도 있다. 또 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 원을 얻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이번 기소는 첫 번째 기소(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표)와 달리 부정부패 혐의인 만큼 '당헌 80조' 조항이 적용될지 주목받았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80조 3항에는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기소 전날부터 당무위가 곧바로 소집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검찰 기소 직후 오전 11시 긴급 최고위를 열고 당헌 80조에 대한 유권 해석을 논의하기 위한 당무위원회(당무위)를 열기로 했다. 이후 기소 반나절 만인 오후 5시 당무위 회의가 시작됐고, 이 대표를 비롯해 이 대표·기동민 의원·이수진 의원(비례) 세 사람에 대해 '당헌 80조 3항'(예외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지도부는 그간 꾸준히 이 대표의 수사를 '정적 제거용 야당 탄압'으로 규정해왔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기소되자마자 빠르게 당무를 열어 이 대표의 거취에 '이상 없음'을 결정하는 것이 당 지도부가 당 내홍을 수습하는 최선책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그간 꾸준히 이 대표의 수사를 '정적 제거용 야당 탄압'으로 규정해왔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기소되자마자 빠르게 당무위를 열어 이 대표의 거취에 '이상 없음'을 결정하는 것이 당 지도부가 당 내홍을 수습하는 최선책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새롬 기자 |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 이후 '기소 이후 당무위를 곧바로 연 데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검찰의 정치탄압이 너무나 명백하고 탄압 의도에 대해서도 당이 단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신속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무위 소집 이전부터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무위 위원들 사이 예외 조항 의결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는 게 민주당의 전언이다.
이번 결정은 당무위 표결 결과, 80명 위원 중 현장 30명, 서면 39명 총 69명의 찬성을 얻었다. 이와 관련, 당무위를 불참할 경우 서면 의견서에 실명을 표기해 제출하라고 하면서 찬성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당무위라면 우리 당을 대표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잇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건데 그 정도 정치적 책임과 공개성은 요구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당헌 80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혁신안'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전당대회 기간 당헌 개정 당시 '80조 삭제 여부' 논란이 불거졌고, 최근까지 당내 쟁점으로 떠올랐다.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 '당헌 80조 예외' 방침을 두고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것은 당에 정해진 절차가 있다. 사무총장의 판단, 당무회의의 의결 등을 통해서 결정해 나가야 한다"며 "마치 이재명 대표나 측근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놓고 그리로 몰고 가는 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은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정당이구나' 이렇게 자인하는 꼴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당헌 80조 적용'에 관해 "있는 그대로 논의해야 한다. 적용해서 정치탄압이면 정치탄압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하면 된다. 그냥 뭉개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눙치면(문제 삼지 않고 넘기면) 신뢰를 쌓기는커녕 불신만 만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대정부 투쟁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온갖 압수수색쇼, 체포영장쇼를 벌이며 시간을 끌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헌 80조' 논의에서는 빠졌다. 긴급 최고위원회가 열린 시각,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대일본 굴욕외교 저지 민주당 연석회의'를 주재했고, 오후 2시에는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회의를 열었다. 당무위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행으로 진행했다.
당 지도부는 비명계 의원들의 여론을 의식해 당직 개편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 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쇄신의 의미로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을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 송갑석 의원. /이새롬 기자 |
'당헌 80조' 예외 적용을 통해 이 대표가 대표직 유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당 쇄신 요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비명계 의원들의 여론을 의식해 주요 당직 개편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쇄신의 의미로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을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당 지도부는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당직 개편을 하더라도 이 대표 리스크가 완전히 불식되진 못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민주당에 '방탄' 프레임이 꽉 짜여있어 어떤 목소리를 내더라도 순수하게 들리지 않고 있다"며 "(설사) 송 의원이 최고위원에 들어간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겠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결정에 대해 '이재명 방탄'이라고 꼬집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속전속결로 당헌 80조 제3항을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방탄막을 정비했다"며 "대한민국 정당민주주의는 또 다시 이재명 방탄 앞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