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공방...與 "제도 문제 없어" 野 "52시간도 안 지켜져"
입력: 2023.03.21 15:48 / 수정: 2023.03.21 15:48

與 "정책 발표 과정에서 아쉬움 남아"
野 "기업 소원 수리하다 들킨 것"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주 69시간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펼쳤다. 야당은 정부 입장이 거듭 번복된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뉴시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주 69시간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펼쳤다. 야당은 "정부 입장이 거듭 번복된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주 69시간 번복'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정책 발표 과정에서 아쉬움은 있었다면서도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입장이 거듭 번복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야당의 질책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제게 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주 69시간 노동제,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라고 적힌 팻말을 걸었다. 여당 의원들은 "근로시간 개편으로 공짜야근 근절"이라는 팻말로 맞서며 정부를 옹호했다.

앞서 지난 16일 대통령실은 '주 69시간' 논란을 빚은 유연근무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했다. 나흘 뒤인 20일 대통령실은 "상한 캡을 씌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대통령이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선 발표를 뒤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책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환노위원들은 정부의 말이 계속 바뀐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유연근무제에 대해) 대통령 말이 다르고, 장관 말이 다르고, 대통령실 말이 다르다"며 "이런 정책이 어딨는가. 국민의 삶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69시간 자체가 저녁이 있는 삶을 폐기하고 '워라밸'을 파괴하려는 정책 의도로 만들어졌다"면서 "기업 소원 수리하다가 국민에게 들킨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도 "행정 난맥상"이라며 "대통령실과 대통령이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칸막이 하나일 텐데, 비서실과 대통령이 다를 수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기획이기 때문에 폐기하고 다시 재논의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현재 52시간제도 안 지켜지고 있다"면서 "포괄임금제라고 해서 52시간 넘어서 일하는 데도 제대로 수당도 안 주면서 잔업을 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52시간제 때문에 불법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52시간제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주 단위·시간제·월 단위로 개편해서 일주일간 죽어라 일해야 한다면 인간이 적응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주 69시간제에 대해 대통령실이 6번이나 해명 기자회견을 했다. 뒤죽박죽 혼선인 것"이라며 "유연근무제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야당의 질타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야당의 질타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정부의 유연근무제 관련해 발표와 표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제도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고용노동부에서 배포한 자료를 몇 번 읽어봤는데 어렵다. (유연근무제 자료를) 쉽게 써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을 향해 "국회의원이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부분을 다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부 개편안이 전체 근무시간을 줄이고 공짜 노동도 폐지한다는 취지의) 표현을 잘 썼어야 했다"며 "동전의 일면인데, 잘못 썼단 것을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개편안에 대해 "사용자는 숙련된 노동자를 따로 구하기보다는 건강권과 이른바 적절한 임금을 주면서 더 사용하는 것"이라며 "노동자 입장에선 집에 못 들어가고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아르바이트를 가는 그런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짜노동을 폐지하는, 정부가 정말 잘 낸 제도"라고 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에게 잘못 알려지면 정말 필요한 입법안이라 해도 왜곡돼 다른 방향으로 갈까 우려스럽다"면서 "(유연근무제를 둘러싼) 우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도 마치 3120시간을 연중 일해서 과로사할 것처럼 비친다. 변질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칼퇴근하고 안 하고가 이 개편안의 본질이냐. 그리고 모든 노동자가 이 개편안 때문에 과로사하냐"며 "이렇게 된다고 각인되는 것처럼 공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책 혼선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 장관이 개편안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개편안에 대해 "정확한 표현은 주 69시간이 아니고 '주 평균 52시간'이 맞다"고 설명했다.

향후 개편안 방향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진 의원이 "처음 발표한 것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69시간은 백지화된 것이냐"는 질의에는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주 69시간에 대해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냐"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주 상한을 평균 12시간으로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날 대통령이 '주 60시간' 상한을 재차 강조한 데 대해서는 "오늘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에 관해서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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