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尹 '굴욕 외교' 때리며 반등?…'일시적 반사이익' 우려도
입력: 2023.03.21 05:00 / 수정: 2023.03.21 05:00

'총구, 밖으로' 겨냥한 민주당, 尹 규탄 주말 장외 집회 계속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국면전환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와 관련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반사이익 만으로는 당 지도부가 원활이 운영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국면전환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와 관련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반사이익' 만으로는 당 지도부가 원활이 운영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면전환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와 관련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 69시간제' '제3자 변제 방식 배상안' 등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실망감과 공분이 높아지자 야당 지지율은 반사이익으로 껑충 뛰었다. 민주당은 반등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장외집회'를 나간데 이어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망국적 외교'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총구를 밖으로' 돌리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 한다는 우려도 표출됐다.

20일 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굴욕외교'로 규정,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최고위 회의가 진행된 당대표회의실 뒷배경 현수막에는 태극기와 함께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일 굴욕외교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강력 조치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방일 중 '독도 영유권' '일본군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등을 정상회담에서 논의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일본 관방장관은 이를 인정했는데, 우리 정부 태도는 오락가락이다. 전체적으로 보건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는 헌법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도 "강제 동원 셀프 배상안 등 대일 굴욕외교로 일관한 대통령실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 묻겠다"며 운영위 소집을 요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실만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누가 봐도 일본만의 큰 성공이었을 뿐"이라며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실장,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등 '외교 참사 3인방'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희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대책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뭐가 그리 급한지 국민들 설득도 못하고,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없이 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며 결과는 최악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를 갖고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이새롬 기자
김상희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대책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뭐가 그리 급한지 국민들 설득도 못하고,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없이 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며 "결과는 최악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를 갖고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분석, 평가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박 원내대표와 고 최고위원이 배석했다. 김상희 대책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뭐가 그리 급한지 국민들 설득도 못 하고,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없이 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며 "결과는 최악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를 갖고 돌아왔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이 '대일 외교 비판' 공세로 정부를 거듭 압박하는 것은 당 내홍을 수습하고, 정부의 실책과 대비해 반사 이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강제 동원 해법 발표 이후 정부가 실책을 거듭할수록 민주당의 지지도는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설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46.4%, 국민의힘 37%, 정의당 3.7% 순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3.8%p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4.5%p 하락하면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9.4%p차로 앞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밖 차이를 보인 것은 지난 1월4주차 이후 7주 만이다.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 응답률 3.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리얼미터 관계자는 "지난 조사에 이어 한일 강제 동원 해법이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일 문제는 민족 감수성이 커서 지지율이 전방위적으로 빠질 수 있는 이슈"라며 "한일 정상회담, 윤 정권의 69시간 근로 시간 개편안 반향에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5·18 발언 등이 주요 포인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로남불' '닥치고 반일팔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국가 재정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대위지급하도록 법률을 제정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노 전 대통령이 하면 애국이고, 윤 대통령이 하면 굴욕이란 해괴망측한 민주당의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닥치고 반일팔이'는 민주당의 마르지 않는 지지 화수분이라도 되는 모양"이라며 "너덜너덜해진 방탄조끼를 반일 몰이로 꿰매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시 잡고 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대일 외교와 관련한 대 정부 공세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일 예정이다. 여당의 비판에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즉각 서면 브리핑을 내고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다. 굴종 외교 비판하면 '수구꼴통'이고 '반일 선동질'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선물 안겨주고 짐보따리만 잔뜩 받아온 맹종 외교가 야당 때문인가? 대한민국을 글로벌 호구로 만든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여론을 호도하며 정부의 잘못을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여당의 작태에 국민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가 정부를 때릴수록 지지율이 오른다고 판단한 가운데, 민주당의 주말 장외투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장외 집회 당시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 /박헌우 기자
당 지도부가 '정부를 때릴수록 지지율이 오른다'고 판단한 가운데, 민주당의 '주말 장외투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장외 집회 당시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 /박헌우 기자

당 지도부가 '정부를 때릴수록 지지율이 오른다'고 판단한 가운데, 민주당의 '주말 장외투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 11일, 18일 세 차례 서울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대일 외교 규탄 장외집회를 이어간 데 이어 이번 주말에도 집회를 지속한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고위전략회의 이후 '토요일 장외투쟁은 정례화되는지'를 묻자 "언제까지 정례화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현재 대일 굴종 외교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규탄 집회가 계속되고 있어 (그분들과) 함께 간다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반사이익'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에 우려감을 표한다. 지도부가 그간 불거졌던 '당 내홍' '당직 쇄신' 등 당 지도부에 제기됐던 문제들을 '반일 공세'로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구의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지지율이 잠재적으로 오르는 것 같아도 이건 '모르핀 주사'(진통제) 맞는 거나 다를 바 없다. 당 외 이슈를 끌어와 이 대표 관련 문제들과 지도부 개편과 관련한 문제들이 묻히는 것 아니겠나. 당 쇄신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당의 최대 현안은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뒤로 피하면 안 되는데 장외집회를 지속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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