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소환' 민주당, 내홍 불씨 여전…'쇄신안' 고심 깊어진 李
입력: 2023.03.21 00:00 / 수정: 2023.03.21 00:00

당직 교체 범위 촉각…"진정성 보여야"
李, 21일 민평련 간담회…당내 의견 수렴 지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당내 빗발치는 '전면적 쇄신' 요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체포 동의안 표결 무더기 사태 후 내홍을 겪은 민주당은 당대표 퇴진론 대신 당 쇄신안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쇄신안의 일환인 당직 개편 범위를 두고도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인적 쇄신만으로 사법 리스크를 불식하고 국민 신뢰를 얻겠느냐는 회의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당 쇄신 논의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소환된 가운데, 이 대표가 조속히 리더십을 회복할 만한 성의 있는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 쇄신안을 숙고 중에 있다. 앞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를 포함해 의원 다수는 여러 경로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총선에서 지면 내 정치도 끝난다.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며 강한 쇄신 의지로 화답했다.

의총 후 나흘이 지났지만 쇄신안 마련 시점도 미정이다. 이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지금으로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핵심으로 거론되는 안은 '당직 개편'을 포함한 인적 쇄신이다. 당 지도부가 친명계 인사 일색이었기 때문에 당내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지적된 부분을 바꿀 필요가 있고, 확연한 변화를 당내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직 개편 범위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명계 측에선 내년 총선을 이끌 주요 당직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기 위해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은 물론 사무총장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표출되고 있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총괄하는 자리로,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이다. 반면 친명계는 무조건적인 당직 교체는 내년 총선에 혼선만 가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당이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 전언 논란도 일었다. 지난해 8월 29일 공식일정 첫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기념 사진 촬영한 이 대표. /민주당 제공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당이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 전언 논란도 일었다. 지난해 8월 29일 공식일정 첫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기념 사진 촬영한 이 대표. /민주당 제공

계파 간 물밑 신경전은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며 논란이 일었다. 최근 경남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일주일 간격으로 방문하고 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박용진 의원의 전언이 엇갈린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서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면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거취 문제를 언급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박 전 원장은 "'현재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된다. 지금 이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사퇴론을 제기하느냐)', 그 정도 얘기하셨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날도 문 전 대통령 발언 취지를 재확인했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17일 사저 방문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지금 여러 가지 악재가 있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악재를 어떻게 수습해 나가고 극복해 나가는지의 태도가 되게 중요한 것 같고 국민은 그걸 보는 것 같다. 선거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힘들다고 하더라도 잘 극복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박 전 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제가 얘기한 그대로다. 그 이상은 없다"고 했다. 전언 입장에 대해 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비서실 관계자는 "확인해 드릴 게 없다"고 답변했다.

때아닌 문 전 대통령 전언 논란이 불거진 것은 체포 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타격을 입은 이 대표 리더십이 회복되지 않은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총선이 1년 남았으니 우려 요소를 제거하고 내년 총선에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 보려는 의원들이 있다. 그래서 9월 전후로 변화 조짐이 보이면 함께하고 그때 가서 조처할지 기한을 두고 (퇴진 입장을) 유보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당직 개편으로) 당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렵겠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의원들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쇄신안에 대해선 "(비명계는) 공천 또는 총선 승리를 위한 전반적인 전략, 기획 같은 전반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같이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고, 집행부에선 사무총장 같은 사람이 대표의 뜻을 잘 읽고 당 전체를 총괄해야 하는데 탕평책이라는 이름만으로 앉혀 놓으면 운영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당 지도부가) 실질적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려고 할지를 볼 것 같다. 진정성 있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의원들은 우선 이 대표의 진정성 있는 쇄신안을 살펴보고, 향후 거취 문제를 추가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일부 의원들의 응원에 손사레를 치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당내 의원들은 우선 이 대표의 진정성 있는 쇄신안을 살펴보고, 향후 거취 문제를 추가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일부 의원들의 응원에 손사레를 치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 대표 체제로는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이 대표가 조속히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도 여전히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해 이 대표를 이번 주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될 경우 당직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하는 당헌 80조 논의도 불거질 예정이다.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신변에 대한 거취정리가 빨리 필요하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려면 준비를 해야 하고, 또 그것을 갖추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거듭 이 대표 퇴진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당직 개편 논의에 대해 "당직 개편하고 공천으로 국회의원들이 안심한다고 국민 신뢰가 돌아오느냐, 오답을 지금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그는 "야당은 윤석열 정부를 그냥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만 하는 것 같다. 국민이 볼 때 답답한 현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민주당 대안이 뭐냐 하는 부분이 정책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두 번째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거냐는 것"이라면서 "이 대표에게 많은 게 달려 있다. 당직 개편도 이 대표가 선택할 방법 중 하나라고 믿지만 지켜보고 있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21일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직 개편 등 쇄신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을 지속할 예정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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