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여야 신경전 돌입…'의원 정수 확대' 산 넘어 산
입력: 2023.03.20 00:00 / 수정: 2023.03.20 00:00

여야, 27일 '전원위 참여' 결론만…4월 선거제도 확정 '로드맵' 차질
'의원 정수 확대' 채택 관건…시민단체 "더는 외면 말라"


국회는 오는 27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2주간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1월 9일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이새롬 기자
국회는 오는 27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2주간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1월 9일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13개월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거대 양당은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선거제 개편 방안 당론 접근에도 이르지 못했다. 각 정당들도 의원 정수 조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편 세부 방안에 대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총선 1년 전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확정하겠다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선거제 개혁 로드맵'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는 오는 27일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2주간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격론을 펼칠 예정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선거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김 의장이 특단의 조처를 내린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22일에는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를 통해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선출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안,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안, 지역구에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는 권역별 개방형 명부제를 도입하는 안 등이다.

이 중 앞의 두 가지 안에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의석수 확대'가 가장 유력한 방안인 셈이다. 김 의장은 이 세 가지 안과 정개특위 안, 정당별 안을 한데 모아 검토한 뒤 법정시한 내(총선일로부터 1년 전인 오는 4월 10일)에 선거제도를 확정하자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위한 전원위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가 셈법이 복잡한 선거제 개편안 합의안을 도출할지 미지수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 개선 소위원회 모습. 왼쪽부터 민주당 허영, 김영배 의원, 조해진 소위원장,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가 셈법이 복잡한 선거제 개편안 합의안을 도출할지 미지수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 개선 소위원회 모습. 왼쪽부터 민주당 허영, 김영배 의원, 조해진 소위원장,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정개특위도 계획대로 지난 17일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열어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릴 선거제도 개편안을 3가지로 압축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국회의장 자문위 안과 큰 틀에서 유사하다. 정개특위는 향후 국회의원 의석수 증원과 의원 특권 제한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각 정당 내에서조차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거대 양당은 전원위원회 소집을 앞두고서야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오후 정책 의원총회를 각각 열고 정개특위 소속 의원으로부터 선거제 개편 논의 경과를 보고받은 후, 국회의장이 요청한 전원위원회에 모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치권은 정치개혁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편을 선거가 임박해 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오른쪽)와 주호영 원내대표.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는 김상희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 /뉴시스·이새롬 기자
정치권은 '정치개혁'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편을 선거가 임박해 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오른쪽)와 주호영 원내대표.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는 김상희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 /뉴시스·이새롬 기자

다만 선거제 개편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에 더욱 앞장서는 마음으로 전원위에 적극 참여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많은 의원들도 지도부가 정치개혁,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더 적극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오늘은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지 표명과 왜 해야 하는지 의원들 각각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 가졌다"며 추후 논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는 의원 정수 증대나 준연동형비례제 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조속히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추후 논의해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 후 "(압축된 안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내년에 선거 치를 새 지도부가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새 지도부가 중심이 돼 의원들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거대 양당이 당론을 정하더라도 정당 간 내년 총선 셈법이 얽혀 있어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에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안이, 민주당 내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견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부정 여론을 의식한 듯 '의석수 증대'에 대해선 "국민 수용성이 중요하다"면서 양당 모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의원 개개인의 의견도 천차만별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의원 정수 50명 증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거대 양당이 당내 사정을 이유로 뒤늦게 논의에 나서면서 '정치개혁은 뒷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양당은 지난 의총에서 선거제 개편뿐만 아니라 '주 69시간제' 논란, '정부 대일 굴욕외교 규탄' 등 당내 현안을 함께 논의했다. 현안 논의가 끝나고 바로 의총장을 떠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 제출 법정시한(3월 10일)을 이번에도 넘겼다.

여야는 전원위가 개최되고 2주간 토론 과정에서 당론을 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정당 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개특위 안, 국회의장 안 등을 모두 모아 전원위에서 검토한 후 합의안을 도출하자는 김 의장 로드맵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국회의원을 증원하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늘리자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젠더정치연구소 등 695개 노동·시민단체가 선거제 개혁을 위해 모인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도 어떤 선거제를 채택하느냐만 골몰해 있을 뿐, 비례성과 대표성 보장을 위한 전제 조건인 국회의원 증원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과 국회의원 증원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증원을 위해서 국민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의 역할을 촉구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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