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일본, '강제동원 사과-피해자 배상 참여' 없었다
입력: 2023.03.16 20:02 / 수정: 2023.03.17 09:53

尹 "'구상권 청구' 없다…'한일 국익' 배치 안 돼"
기시다 "앞으로 하나씩 구체적 결과 내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16일 한일 정상회담이 종료됐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일본 총리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와 우리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의 소인수·확대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현재의 전략적 정세 속에서 한일관계 강화가 시급하고,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우호 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조치 발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시다 총리는 △셔틀외교 재개 △다방면에 걸쳐 정부 간 의사소통 활성화 △한일 경제안보 관련 협의체 발족 △수출규제 진전(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 규제 해제) △한일 경제계 미래기금 창설 등의 양 정상 합의사항을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양자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다. 오늘 저와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발전시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윤 대통령은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 경제, 인적,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양국의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 안보, 첨단과학뿐 아니라 금융, 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머리를 맞댄 결과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양 정상이 평가했다"며 이날 발표된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규제 해제 및 한국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철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조치 원상회복을 위한 긴밀한 대화 지속, 한일 미래 파트너십기금 설립 합의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한국 기업이 출연한 자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뒤 일본의 가해 기업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기자의 관련 질문에 "그간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과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정부의 재정으로 처리를 했다. 그러나 2018년에 그동안 정부 입장과 정부의 협정 해석과 다른 (대법원) 판결이 선고가 됐다"며 "우리 정부는 이것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정부가 협정에 대해 해석해온 일관된 어떤 태도와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켜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한국 기업만 참여하는) 기금에 의한 3자 변제안을 판결 해법으로서 발표했다. 만약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리는 거라 우리 정부는 그런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한국 기자의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 우리가 얻을 국익은 무엇이고, 그 국익이 우리 국민을 만족시킬 수준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엔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저는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 생각한다"며 "(제3자 변제 강제동원) 해법 발표로 인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발전한다면 먼저 양국의 안보 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저도 조금 전 회담에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양국 경제계도 환영하듯이 다양한 첨단 분야에 있어서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며 "무엇보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 대해서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나라 1순위로 꼽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은 한국이, 한국은 일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그런 나라다.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또 문화, 예술, 학술 교류가 더 왕성해지면 양국이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그것이 국익이고,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여론이 많다'는 한국 기자 질문에 "오늘도 그와 관련해 여러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일 양국이 자주 연계해서 하나씩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도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나가고 싶다"며 "이런 노력을 해나가면서 구체적인 결과를 하나씩 낼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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