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강조한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노동시간
尹 "주 근로시간 '상한 캡' 씌우지 않은 것 유감…보완하라"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유연화 입법 추진을 두고 '주 69시간'까지 가능한 장시간 근로에 대한 국내외 비판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대통령실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일본을 실무 방문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인사하는 모습. /성남=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를 최대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정부안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혀 정부의 입법안에 혼선이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지난 6일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하는 정부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공식화하면서, 6월에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정부안에 따르면 현행 주 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은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일거리가 많을 때 많이 일하고, 다소 일거리가 없을 때 적게 일하게 해 전체 근로시간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실제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16시간보다 199시간이나 길다. 우리나라보다 연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코스타리카·콜롬비아·칠레뿐이다.
OECD 회원국 중 연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49시간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연간 566시간이나 더 일하며, 일본(1607시간)에 비해서 308시간 더 일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근로시간이다. 이에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재검토 지시를 내렸고,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MZ 세대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여론 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제도"라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안 혼선 논란을 자초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
이에 대해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6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그간 우리 노동 시장에서는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고, 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의 단위 기간을 월·분기·반기·년 중 노사 합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며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이어 "이러한 정부안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며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주 근로시간)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며 "정부는 추후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 60시간은 무리라는 것을 윤 대통령이 언제 직접 말을 한 것인지, 또 노동부 발표와 엇박자'라는 질문에 "노동부에서 발표한 법안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다"며 "주 69시간은 노사 합의에 따라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사실상 정부안의 장시간 근로 가능성에 대해 입법예고 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법예고라는 것이 입법과정에서 국민들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라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정부가 보다 세밀하게 살펴봐서 현장에 더 잘 맞을 수 있는 수용성이 높은 법안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