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적 쇄신' 목소리에 이재명은 '반일'
입력: 2023.03.14 00:00 / 수정: 2023.03.14 07:25

윤영찬·김해영 이어 전해철·강훈식 '당직 교체' 주장
이재명, 尹 대일 외교 직격으로 '리스크' 돌파 시도


민주당은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거취 결단에 이어 당직 교체 요구가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며 대 정부 강공에 나섰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은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거취 결단에 이어 당직 교체 요구가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며 대 정부 강공에 나섰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계(비 이재명계) 의원들의 지도부 인사 교체를 포함한 도의적 책임 압박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제3자 변제를 비판하며 '반일' 여론전에 나섰지만, 소구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민주당은 술렁이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조 씨의 죽음을 검찰의 강압 수사때문으로 규정,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며 경고했음에도 당내에서는 '이 대표 책임론'이 불었다. 이 대표의 수사와 관련한 주변인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는 것을 두고 여론에 악영향을 미쳐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당에 연이은 악영향을 끊기 위해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계' 윤영찬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겨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인간이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과 연관된 이들의 계속된 죽음, 이런 일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충격적인 일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비극"이라며 "이 대표 관련된 일로 수사 받거나 고발인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인이 되신 분이 네 분이다.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고, 삶의 이유인 가족을 떠나야 할 만큼 그 분들을 고통에 빠뜨렸던 원인이 대체 무엇이었나"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소장파' 김해영 전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命)이 다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비명계 의원들은 조정식 사무총장,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등 친명계 지도부 당직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남용희 기자
비명계 의원들은 조정식 사무총장,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등 친명계 지도부 당직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남용희 기자

현실적으로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의지도, 명분도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이 지배적인 가운데, 비명계에서도 나름의 '선회로'를 찾았다. 사무총장 등 당내 주요 당직 교체를 통한 '인적 쇄신' 요구다. 비명계 의원들은 일찍이 당 사무총장(조정식)·전략기획위원장(문진석) 등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친문계 좌장' 전해철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 내홍 해결을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많은 분이 참여하는 탕평인사를 하면 당내 화합과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당 대표가 많은 것을 내려놨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의 탕평인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사실"이라며 이 대표가 조기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도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왜 자꾸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는지, 이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쓴소리도 덧붙였다.

민주당 최대 모임인 '더미래' 소속 강훈식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인적 혁신이나 우리 노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당 전략기획위원장, 사무총장 등 당내 혁신 움직임에 특정 당직이 거론되는 데 대해 "전략기획위원장의 인터뷰를 봤더니 스스로도 그걸 인정하고 있더라"며 "교체 필요한다고 본다 이렇게 말씀하고 있는 걸 봐서는 그 공간까지도 열어놓은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당직 교체설에 선 긋기에 나섰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이후 당직 교체와 관련해 "특별히 없었다"며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의 사임 의사에 관해서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비명계 A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직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앞서서 호도하고 옹위하지 않았나.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를 바꾸지 않고는 당 상황에도 점차 '검은 먹구름'이 낄 텐데 그걸 어떻게 감내하고 있겠나. 비단 당내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정당 간 관계에서도 대표의 리더십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제도 점검을 위해 꾸려진 태스크포스(TF)에 비명계를 전면 배치하며 당내 통합에 나섰다. 지난 10일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2024년 총선 공천 TF' 명단을 발표했다. NY계인 이개호 의원이 단장을 맡았고, 부단장은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이 맡았다. 그외에 맹성규·문진석·송옥주·조승래·고영인·김영배·이해식·이소영 의원, 배재정 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총 11명 가운데 9명이 비명계로 구성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이 대표 체제 이후 '공천 학살'이 있을 거라는 의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TF 소속 한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TF 구성에 있어) 당 지도부가 불필요한 (계파) 갈등 불식을 위해 균형적인 부분을 고려해 안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TF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기보다는 공천 시스템에 손볼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는 수준의 기구이고, 공천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은 겨울쯤이나 돼야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과 지도부에 제기되는 책임론을 정부의 외교 리스크 공세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자신과 지도부에 제기되는 '책임론'을 정부의 '외교 리스크' 공세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자신과 지도부에 제기되는 '책임론'을 정부의 '외교 리스크' 공세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 일본의 강제 동원 제3자 변제안의 문제점을 꼽으며 대정부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 동원 배상안에 대해 궤변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본 외무상이 나서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아예 단언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본에 저자세를 취한다. 대통령이 말한 미래가 바로 이런 것인지 의문"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이 대표는 김상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도 참석해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의 배상 해결책은 결코 해결이 아닌 더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시발(始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출범식 이후 당내 인사 개편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관한 질문에 "대변인한테 확인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며 답을 피해 자리를 떠났다.

이 대표가 '반일' 프레임으로 여론전에 나섰지만 당내에서는 강제 동원 제3자 변제안에 관해 '야당에서도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A 의원은 "(이 대표가 대 정부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그럼 우리 당의 안은 뭔가. 국민들은 분명 '그동안 민주당은 뭐했나'라고 물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조급하고 서투른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당이 정부 비판에만 급급하고 한일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안을 내놓지 못하면 '반일 감정을 부추겨 정치 이득을 보려고 한다'는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당에서 강제동원 배상안과 관련 '이완용의 부활인가'라고 새긴 현수막에 대해서도 '문구가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대일 외교 부분과 관련해 (민주당이 공세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 공감대를 맞출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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