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일색 김기현號, 끓기도 전 식어버린 '연포탕'
입력: 2023.03.14 00:00 / 수정: 2023.03.14 00:00

金, 주류에 힘 실어…주요 당직 '친윤' 일색
당정 일체 강화…사무총장에 이철규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핵심 당직에 친윤계 인사들을 기용한 첫 인선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외쳤지만, 정작 주요 당직에 친윤계를 인선하면서 통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새롬 기자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핵심 당직에 친윤계 인사들을 기용한 첫 인선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외쳤지만, 정작 주요 당직에 친윤계를 인선하면서 통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된 지 닷새 만에 '친윤계' 인사들을 핵심 당직에 대거 발탁했다. 윤석열 정부와 당정 일체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주류에 힘을 실으며 안정적으로 당을 관리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핵심 구호였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13일 주요 당직자 인선을 단행했다.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 당직자 면면을 살펴보면 '친윤' 인사가 무더기로 기용됐다. 당 살림과 조직을 총괄하고 총선 공천 실무를 맡는 사무총장에 친윤 핵심인 재선의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다. 이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이 김 대표와 '양강 구도'를 이루자 "'윤심'이 아니"라며 날을 세웠던 친윤계 중 한 명이다.

전략기획부총장에 박성민 의원, 조직부총장에 배현진 의원도 낙점됐다. 두 의원 역시 초선 의원 가운데 친윤계로 꼽힌다. 내년 총선 전략과 실무에 관해 친윤계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구고검 검사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다. 이들은 지난 1월 김 대표의 전대 캠프 개소식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대변인단에도 친윤계 인사들이 중용됐다. 수석대변인에 초선 강민국·유상범 의원이 맡는다. 강 의원은 인수위에서 기획위원회 상임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검사 출신 유 의원은 윤 대통령, 김 대표와 대학 동문이다. 대변인에는 윤희석 전 국민의힘 서울 강동구갑 당협위원장, 김예령 김기현 캠프 수석대변인, 나경원계로 분류되는 김민수 전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이 임명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강대식 의원이 지명됐다. 김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연포탕'을 고려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강 의원은 완전한 '비윤계'로 보기 어렵다. 지난 1월 전대 출마를 저울질했던 나경원 전 의원을 규탄하는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에 서명하며 사실상 '탈(脫) 유승민'을 선언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 대표는 당직 인선 기준에 대해 "실무적인 일을 많이 해온 정통한 능력을 갖춘 분을 중심으로 인선했으며 대통합 모양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중점에 두고 있다"며 "향후 선정될 당직 인선에서도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도 친윤계 인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내에선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원외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대표는 전대에서 자신을 지원했던 친윤을 외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정치적 부담을 안고 비윤계를 중용하는 것도 난센스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김 대표가) 총선과 밀접한 핵심 당직과 상징적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탕평책으로 적절히 안배했다고 본다. 보기에 따라서 구색 갖추기로 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원팀' 행보에 나섰다.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당권 경쟁을 벌였던 안철수 의원과 만나 당 화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당권 레이스에서 생긴 갈등과 내분을 봉합하고, 내년 총선을 이겨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수도권과 중도층 등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안 의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김 대표가 주요 당직자 인선을 발표한 뒤 안 의원을 만난 것을 두고 '연포탕'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김 대표는 안 의원에게 당내 과학기술 분야 특위위원장직을 제안했다. 다만 안 의원은 "2년간 선거를 5번 치러서 많이 지쳐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고사했다. 당내 비주류인 안철수계 인사는 김기현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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