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비보에 민주당 '당혹'...'악재될까' 긴장감
입력: 2023.03.12 00:00 / 수정: 2023.03.12 00:00

당 지도부 '檢 부당 수사' 부각...與는 "방탄 멈추라"
李, 민생 일정 취소...여파에 민주당 '노심초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 모 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검찰의 압박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 모 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검찰의 '압박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며 당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여권은 이 대표를 향해 "방탄과 죽음의 행렬을 멈추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야당 탄압 과잉 수사 때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내에선 이 대표 주변인의 연이은 죽음 소식에 여론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체포동의안 부결 후 리더십 회복을 위해 민생 행보와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해온 이 대표가 또다시 '악재'를 맞닥트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전 씨는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전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 당시 초대 비서실장과 수정구청장 등을 지냈고 이 대표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을 거쳐 2018년 7월 이 지사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12월 말에 퇴직했다. 전 씨는 종이 6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유서 내용에는 '열심히 일만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전 씨의 비보가 알려진 다음날인 10일 이 대표는 비통한 심정을 전하며 전 씨의 죽음이 '검찰의 압박 수사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현장 최고위에서 "이분은 반복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검찰의 압박 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 권력을 정치 보복에 사용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이 말은 윤 대통령) 본인이 한 말씀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발언을 하는 도중 목이 멘 듯 발언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 씨의 죽음이 자신을 둘러싼 5번째 죽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며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 주변에 주변을 털어대니 주변 사람이 어떻게 견뎌내냐. 그야말로 광기"라고 말했다.

정청래·박찬대 최고위원은 전 씨의 사망과 관련해 10일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남윤호 기자
정청래·박찬대 최고위원은 전 씨의 사망과 관련해 10일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남윤호 기자

당 지도부도 검찰의 도 넘은 수사를 비판하며 '야당 탄압'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어제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다"며 "검찰의 가혹한 수사가 없었는지 무리한 수사는 없었는지 검찰 스스로 밝히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윤석열 검찰은 강압 수사를 멈추라"고 합세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간악한 집착이 결국 황망한 죽음을 불러오고 말았다"며 고인의 죽음을 추모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당 브리핑에서 "검찰은 수사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사냥을 하는 것인가"라며 "검찰의 강압수사와 허위진술 강요로 이번 사건에서만 네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은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고인의 유서를 왜곡하지 말라며 "수사가, 정치가 아무리 비정해도 짐승은 되지 말자"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검찰과 민주당 간 기싸움도 연출됐다.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26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한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조사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며 민주당 측 주장에 반박했다. 민주당은 소환 조사 외에도 전 씨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에 자신과 관련 진술이 나오는 등 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경기도청을 2주일 넘게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으로 경기도청의 업무가 방해받지 않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가 전 씨의 죽음을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인한 억울한 죽음으로 규정했지만, 당내에서는 당에 미칠 여론을 지켜봐야 한다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대표의 수사와 관련해 주변인들의 연속된 비보가 민심을 자극해 민주당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도 지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생 이슈로 리더십을 회복하려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일로 사법 리스크 우려가 더 부각된 모습이다. 당장 이날 약 한 달 만에 재개한 '국민 보고회',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현장 등 민생 일정을 전면 취소해야 했다.

'정치적 책임론'을 앞세워 비이재명계의 퇴진 요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은 이 대표 측근의 연이은 죽음을 두고 '공포 정치'라며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이 대표가 수사 받는 사건과 연류돼 주변 인물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임을 강조하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전 씨의 죽음을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인한 억울한 죽음으로 규정했으나, 당내에서는 여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새롬 기자
당 지도부가 전 씨의 죽음을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인한 억울한 죽음으로 규정했으나, 당내에서는 여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정책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가 그동안 걸어왔던 과정에서 관계인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계속 유명을 달리한다는 것은 국민께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수행을 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의 범죄 혐의 '꼬리 자르기 희생양'으로 이른바 '자살 당했다'고 봐야 한다(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는 논평까지 나왔다. 친여권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자살 당한 게 아닌가"라는 근거없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 씨가 남긴 유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함께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 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며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 주변에 주변을 털어대니 주변 사람이 어떻게 견뎌내냐. 그야말로 광기"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를 마치고 퇴장하며 '주변인들 중 5번째 죽음에 대한 입장' '전 씨가 유서에서 본인에게 정치를 내려놓으라고 한 것에 대한 입장' 등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비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며 "(전 씨의 극단적 선택이) 검찰 수사 때문이면 검찰에 문제가 집중되겠지만, (혹여라도) 그렇지 않고 (수사와 관련한) 의혹 때문이면은 또 이 대표한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 있어 사람들이 '뭔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는 게 민주당에는 가장 큰 악재"라며 "(이들의 죽음이) 검찰의 강압 수사 때문인지,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됐기 때문인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할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는 '강제징용 해법 무효 촉구 범국민 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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