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첫 최고위에서 文정부 책임 떠넘기기
민생 위해 협치 노력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전달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 대표.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8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전대 과정에서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대세론'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울산 땅 투기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52.93%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2위 안철수 의원 득표율(23.37%)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말 그대로 압승이었다.
당 대표부터 최고위원까지 새 지도부는 친윤계로 구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한편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총선 승리로 이끌라는 당원들의 메시지가 분명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전대 레이스 초반 당 안팎에서는 당 대표 선거가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대표는 출발선에서 당선권과 거리가 멀었다는 점에서 혹자는 결국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전대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축하공연 무대에 올랐던 가수 박상민 씨의 간곡한 부탁이 기억에 남는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진짜 소원이다. 좌우,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말고, 세련되게 우리나라를 잘 살게 만들어 달라. 징그러워 죽겠다. 아주 좋은 나라를 좀 만들어달라." 1만 명(당 추산)의 당원들은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돌발 일침에 몇몇 의원은 멋쩍은 듯 웃음을 보였다.
어찌 됐든 김 대표는 집권당의 수장이 됐다. 축제는 끝났고, 이제는 당 지도자로서 정치력과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당선된 이후 줄곧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9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물가 문제, 일자리 문제, 집값 문제, 수출 문제, 모든 경제지표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했다.
실제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됐다. 다만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보다 28.4% 올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5% 상승했다.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든 모습. 그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민생행보를 예고했다. /이새롬 기자 |
김 대표는 또 "잘못된 정책을 펴면 그 후유증이 2~3년은 가는 법인데, 민주당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남겼던 반민생법, 반경제법 탓에 윤석열 정부의 민생이 군데군데 발목 잡히고 있다"며 "그렇다고 마냥 국정을 망친 민주당 정권, 문재인 정권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도부부터 솔선수범서 민생을 챙기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 민주당을 상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 대표도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야 관계에 있어 소수당이라는 한계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더구나 내년은 총선이 있는 만큼, 여야 간 정쟁은 갈수록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김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네 탓'만 한다면 협치는 더욱 요원해질 게 뻔하다.
갈수록 민생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데, 정국은 냉랭하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한 이후 여야 간 공방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끄는 방법은 민생을 챙기는 일이다. 국민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 대표는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과감하게 개혁과 혁신에 나서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압도적인 당심과 이번 전대에 반영되지 않은 민심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