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대통령실 공수처 고발 취하 여부 주목
與, 전당대회 분위기 후끈…尹 '참석'에 경비 삼엄
지난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기현 의원이 춤을 추는 모습. 이날 김 의원은 과반 이상 득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에 당선됐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번 주는 폭풍과도 같은 한 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외교부가 지난 6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우리 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지불하는 방식의 '제3자 해법'을 발표한 이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미쓰비시중공업·신일철주금(일본제철) 등 우리 국민을 강제로 동원해 노역을 시켰던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가 빠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이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우호적인 외신'과 밀착하며 여론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꾸렸다. 김기현 신임 대표는 물론 4명의 최고위원 모두 '친윤계'가 선출되면서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최측근인 전 모 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된 것을 고리로 이 대표를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 관련 의혹 수사를 무리하게 추진한 탓으로 돌렸다. 다만 당 일각에서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이재명 단일대오 떡'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리며 단결을 촉구했다.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바뀔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법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7일 국무회의에서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과반 이상이 윤석열 정부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뉴시스 |
◆'사과'도 '日 기업 참여'도 없는 강제동원 해법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두고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어. 당장 당사자인 피해자, 시민단체, 야당 등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 대통령실 분위기는 어때?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 양국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라는 입장이야. 또한 일본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5년 양국이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번복할 뜻이 없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으로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어. 이를 두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서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가해 일본 기업이 '단 1엔'도 내지 않고, 일본 정부의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왜 일본 정부의 한계치를 고려해 피해자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방식의 해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해.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반민족적 매국 행위"(피해자 지원단체),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누구도 이해 못 할 또 하나의 외교 참사"(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어.
외교부는 지난 6일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정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박 장관이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
-이에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에게 '우호적인 외신'의 반응을 전파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어. 해외홍보비서관실에선 7일 "한일 간 강제징용 관련 합의는 획기적으로 중요하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과의 관계를 방해해온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MSNBC방송), "윤 대통령은 대중의 반대와 일본의 격려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강제징용 해법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쓴 데 대해 칭찬을 받아야 함"(블룸버그), "윤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수십 년 동안 양국 관계를 악화시켜온 분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이코노미스트) 등 6건의 영미권, 일본 외신 보도 일부 내용을 번역해 기자들에게 제공했어.
-8일에도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일본과의 화해를 향한 용감한 발걸음을 내디딘 한국"(워싱턴포스트), "강제징용 합의는 한일관계 기반을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이득이 될 것"(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논평)의 일부 내용을 인용해 기자들에게 제공했어.
-그런데 대통령실이 인용한 보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코노미스트 보도의 경우 선생님이 되는 것을 꿈꿨던 양금덕 할머니가 소녀 시절인 1940년대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일본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제안을 받고, 13살 때 집을 떠나 일본을 갔을 때 약속된 학교가 아니라 일본 미쓰비시가 운영하는 항공기 공장으로 파견됐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도록 일했지만, 돈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회상이 담겨 있어. 양금덕 할머니는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받은 분인데, 해당 기사에 그녀의 마지막 희망은 "(일제 강제동원) 범죄자들이 내가 죽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어.
대통령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일본의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조치를 촉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6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
-또한 해외홍보비서관실이 "한국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 발표는 리더십과 전략적 결단력의 승리이며, 이는 전적으로 한국과 윤석열 정부의 공이다"라고 해석해 기자들에게 전한 도쿄경제신문 보도 전문을 살펴보면 "한국의 입장은 도덕적 신념과 정치적 현실 모두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는 한국 내에서 이 해결책을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며, 한국 법원이 이를 소송 해결로 받아들일지도 분명하지 않다" 등 이번 해법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담겨 있어. 이를 종합하면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해법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영미권 및 일본 언론 보도 중에서 부정적인 보도를 쏙 빼고, 정부에 유리한 내용만 빼서 번역해 기자들에게 제공한 셈이야.
-이렇게 하나의 외신 보도에서도 정부에 유리한 내용만 뽑아서 번역해서 기자들에게 제공하면, 기자들이 해당 기사 전체를 따로 살펴보지 않고 자신들이 제공한 대로 기사를 쓰면서 국내에 우호적 여론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혹은 윗선 보고용으로 만든 것을 기자들에게도 공유한 것인지. 어떤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어.
-다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해법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영미권 및 일본 언론 보도 중에서도 선택적으로 번역해서 전파하려는 게 정말로 국내에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야. 요즘엔 번역기가 잘 되어 있어서 외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대체적인 외신 기사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거든. 특히 이런 선택적 여론전 시도로 국내 여론을 돌리기에는 눈에 보이는 실익은 없고 '불확실한 한일관계 미래에 대한 기대와 일본의 호의'에 기댄 해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상당한 상황이야. 이런 어설픈(?) 여론전을 펼칠 시간에 대통령실이 당사자이자, 해결의 키를 쥔 피해자를 만나서 설득하고, 일본의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조치를 촉구해서 우리 국민이 납득한 조치를 하도록 이끌어 내는 데 공을 들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앞서 안 의원 측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대통령실, 남용희 기자 |
◆"나 떨고 있니?" 안철수, 대통령실 고발전 수습할까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낙선 이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며?
-응. 대통령실과의 불편한 관계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해. 안 의원은 전대 과정에서 '대통령실 전대 개입 논란'을 제기한 적 있어.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당원 등이 속해 있는 단체 채팅방에 김기현 당시 후보를 지지하고, 안 의원을 비하하는 내용을 공유하도록 했다는 거야.
-안 의원은 대통령실을 향해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발끈했고, 실제로 캠프 측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지.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던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를 때리면서 결선 투표에 가고자 했던 전략이었던 것 같은데, 결과는 김기현 신임 당 대표의 과반 득표였어.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내년 총선 등을 고려했을 때, 안 의원이 하루빨리 대통령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말들이 나와.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김기현 대표는 전대 과정 내내 윤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인물이야. 게다가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으로는 '친윤' 이철규 의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 설상가상으로 안 의원의 현재 지역구인 성남시 분당갑에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김은혜 홍보수석이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안 의원은 지난 8일 SNS에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라고 적었다. /이새롬 기자 |
-안 의원은 대통령실 고발을 취하할까?
-안 의원 캠프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어. 캠프 해단식을 했으니까 주말이나 다음 주쯤은 액션이 있을 것 같아. 안 의원은 고발을 취하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 안 의원은 전대 당일과 그다음 날까지 줄곧 '승복 메시지'를 되풀이했으니까.
-안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전대는 끝났다.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라고 적었고, 9일에는 "치열했던 경쟁을 뒤로하고 이제 원팀이 돼야 한다. 저 역시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거든.
-안 의원 지지자 민 모 씨도 고발을 취하했다고 하더라고. 민 모 씨는 지난 6일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논란'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 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 5명을 국가공무원법 제65조(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적 있어. 민 모 씨와 통화해 봤는데 "전대도 끝났고 당에 누를 끼칠 수 있을 것 같아 9일 취하했다"고 하더라고. 민 모 씨는 안 의원 캠프 측과의 사전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당원 개입의 입장에서 내린 결정일 뿐"이라며 부인했어.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던 당 대표 선거가 연장전으로 가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 "오직 민생"이라던 김기현 대표의 말처럼 이제는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에 전력을 다했으면 좋겠어.
탈북자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정진석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포옹한 채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노래 부르고 춤추고…與 전당대회 '축제'
-국민의힘이 지난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했어. 이로써 한 달 동안 이어진 전대 레이스는 마무리됐어. 당시 분위기는 어땠어?
-행사가 시작하기 전 분위기는 다소 긴장감이 흘렀어. 철통 경비에 나선 경찰이 행사장 안팎에 배치돼 있었어.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사전 신청이 필수였고, 비표로 교환한 뒤 소지품과 몸 검색을 통과해야 했어. 입장한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가지고 있던 비표를 경찰에 반납해야 했어. 다시 재입장하려면 같은 절차를 반복해야 했어.
-막상 전대 공식 행사가 시작했을 때는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어. 전국 시도 지자체장과 당협, 대의원, 당원, 참관인 등 당 추산 1만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어. '1호 당원'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자 엄청난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어. 축사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하며 당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어.
-또 다른 재밌는 장면도 있었어. 전대 행사 중 대담 형식의 후보자 퍼포먼스 코너가 진행됐는데, 안철수 의원은 노래 한 소절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됐어. 당황했는지 그의 얼굴이 살짝 빨갛게 물들었어. "제가 노래를 굉장히 못 한다"며 수줍어하더니, 이내 가수 문성재 씨의 '부산 갈매기'를 불렀어. 솔직히 음치에 가까운 가창력이었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는 당원들의 반응이 많았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민영삼 후보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열창했어.
-춤판도 벌어졌다는데?
-맞아. 초청 가수 박상민 씨가 '청바지 아가씨'를 부를 때였어. 박 씨가 노래하기 전 "축제인데 너무 무게 잡고 계시는 것 같다"며 호응을 유도했어. 직후 흥겨운 노래에 어깨를 들썩이는 당원이 여럿 보였는데, 갑자기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어나 주변에 있던 의원들의 손을 이끌었어. 김미애, 전주혜, 임이자 의원과 김행 전 비대위원 등이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어. 김 대표도 막춤을 추며 전대를 즐기는 모습이었어. 이 장면을 본 당원도 파안대소하며 즐거워하더라고.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정 전 위원장이 최고위원에 당선된 태영호 의원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어. 아마도 탈북자 출신인 태 의원이 자랑스러웠던 것 같아. 오히려 정 전 의원이 태 의원보다 더 우는 것 같더라고.(웃음) 보기 좋은 동지애였다고 봐. 앞으로도 정치권에서 이런 훈훈한 장면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어. 김기현 지도부가 전대 과정에서 분출된 내분을 봉합하고 민생을 위한 협치의 길에 나설지 지켜보자고.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전달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을 바라보고 있다./이새롬 기자 |
◆김기현, 과반은 했지만...왠지 모를 찜찜함은 기분 탓?
-하지만 과연 순탄한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예상한 대로 김기현 신임 당대표가 당선됐는데 지. 득표율 52.93%의 압도적인 지지율이었어. 이번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은 55.1%로 전체 선거인단 83만7236명 중 46만1313명이 투표했어. 역대 최고치야. 어떻게 봤어?
-압도적인 지지율이긴 했지만 아쉬운 느낌은 있어. 김 대표는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 '윤심(尹心) 단일후보'라고도 불렸어. 그에 비하면 득표율은 좀 아쉬웠던 것 같아.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김 대표가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글쎄? 초반엔 3%대의 지지율이었잖아. 과반 당선은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당원 다수의 지지를 받은 거잖아.
-김 대표는 24만여 표를 받았어. 지난 대선 경선과 비교해 볼게. 윤석열 당시 후보는 약 57만 명의 당원에게서 21만여 표를 얻었지. 당원이 27만 명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거의 그대로라 할 수 있어. 김 대표가 '윤심' 외에 다른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해.-복합적인 요인이라고 봐. 윤핵관에 대한 반발 심리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 이번 전당대회 내내 대통령실의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던 게 사실이야. 특히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과정에서 윤핵관의 '나경원 때리기'는 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나왔어.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뒤 안철수 후보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이새롬 기자 |
-그래도 당원 사이에서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없이 당이 안정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된 것 같아. 많은 전문가가 김 대표를 '안정형 리더'로 평가하고 있지. 또 실제로 <더팩트>가 전당대회 현장에서 만난 대의원 대부분 대통령실의 개입에 대한 문제의식보다는 대통령실과의 화합에 무게를 뒀어.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의 일들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김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47%의 표가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봐. 특히 '비윤'을 내세우고 윤핵관을 정면으로 비판하던 천하람 후보가 15%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였어.
-당의 통합과 화합은 김 대표의 첫 번째 과제야.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네거티브가 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어. 후보 간 감정도 많이 상한 것처럼 보였어. 또 윤핵관에 불만을 가진 비윤계를 끌어안아야 하지.
-맞아. 그런데 그런 관점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의 발언은 갸우뚱하게 해. 김 대표는 경선 과정 내내, 그리고 취임 후에도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어. 그런데 지난 9일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이준석 정치를 제거해야 한다"고 비판했거든. 신평 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 천 후보를 두고 "공천을 줄 수 없다"고도 했어. 김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이 생겨.
-지도부의 메시지를 정리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 중요한 건 앞으로야. 이제 관심은 당직 인선을 어떻게 하느냐에 쏠리고 있어. 많은 사람이 '친윤계가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 김 대표가 앞으로 당을 어떻게 끌어나갈지 두고 보자.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