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여 공세 수위 끌어 올리는 野와 대치 불가피
3월 임시국회 쟁점법안, '쌍특검' 등 협치 지뢰밭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과 협치를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손을 번쩍 든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집권당에서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확정됐다. 3·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쥔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는 여소야대의 불리한 국면에서 협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는 후보가 24만4163표(52.93%)로 당선됐다. 안철수 후보는 10만 7803표(23.37%), 천하람 후보 6만9122표(14.98%), 황교안 후보 4만222표(8.72%)로 집계됐다. 소위 '윤심'을 등에 업은 김 대표를 향한 당원들의 '조직표'가 당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 체제에서 당정 간 소통과 협업이 원활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김 대표가 당내 주류인 친윤계 진영과 밀접하기에 당내 우군과 지지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분간 당 화합을 위해 전대 과정에서 나타난 '윤핵관'과 이준석 전 대표 측의 갈등, 대통령실과 안철수 후보 측의 감정을 허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협치에 관해서는 험로를 앞두고 있다. 당장 3월 임시국회 곳곳이 지뢰밭이다. 양곡관리법 등 수두룩한 쟁점 법안을 두고 169석의 민주당을 당해내기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반대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코로나 시국에서 추경 등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안 처리를 두고 여당은 번번이 야당에 밀렸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연루된 '50억 클럽'의 '쌍특검'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 관련한 비판 강도도 끌어올리고 있다. 협상 자체가 어려운 사안들인 만큼 김 대표가 당정을 향한 여론 악화를 최소화하는 정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로 국면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 대표는 야권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021년 9월 원내대표 시절 '이재명 대장동게이트 진상조사 TF'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김 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협치에 관해 "대야관계 있어서 소수당이라는 한계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게 지도자의 역할과 책임"이라며 "원내대표 1년 동안 훨씬 열악한 환경, 더 적은 의석수를 가지고도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주도해나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결국 여당이 가지고 있는 힘은 국민 여론이다. 국민의 뜻을 잘 받들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민생 살리기 방향이 옳다고 국민이 인식해 주신다면 그것이 여론이 되어 우리를 뒷받침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국민께서 우리 당이 올바르게 가고 있다는 메시지와 정책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현장에서 그와 같은 모습을 바로 보여드리며 실천해 나가겠다. 그 힘을 바탕으로 대야관계 주도권을 장악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과 민주당의 여건이 맞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여러 야당 지도부 찾아뵙고 협치 차원에서 민생 살리기 과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앞으로 야당과 '협치'에 시동을 걸 수조차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있다. 이 대표가 제안했던 영수회담은 대통령실의 침묵으로 해가 넘어가도록 성사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또한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이 대표가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강력한 대여 투쟁 노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새로운 당 지도부가 출범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 축하해주지만 딱 거기까지"라며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쥐고 내년 총선 승리를 노리고 있기에 상대 진영을 향한 정치적 공세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집권 2년 차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상승을 막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당 화합과 민생 입법과 같은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만약 성과가 저조하거나 야당의 투쟁에 가로막힐 경우 당 안팎에서 자신의 책임 정치와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을 공산이 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협치는 김 대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의중을 보이면 김 대표는 당연히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상생하는 협치는 안 된다. 대통령실에서 협치할 마음이 전혀 없고, 민주당도 그럴 상황이 아니"라며 "내년 총선까지 여야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치열하게 정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