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세 분 모두 반대…법률적으로 성사 안 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7일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제3자 변제방식'에 대해 "항복 선언"이라고 규탄했다.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 기업의 직접배상 이행을 촉구하는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강행 관련 기자회견하는 윤 의원(맨 오른쪽).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을 한국 기업이 내도록 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가해국 일본의 책임을 면제시켜주려고 하는,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인 일본에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윤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피해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가해자 눈치만 본 것이다. 가해자를 위한 굴욕적 해법이다. 최악의 외교 참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6일) 일제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우선 징용 피해자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토록 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다. 재원은 대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포스코·KT&G·한국전력 등 민간 기업을 통해 마련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 당시 일제 강제동원 원고가 모두 15명이었다. 이 중 생존자 세 분이 모두 지금 반대하고 있다.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의 약속이고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3자 변제’라는 것은 원고인 피해 당사자가 동의를 해야 가능하고 법률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원고들은 이 제3자 변제에 동의하지 않았다. 법률적으로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선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강제동원과 관련해서 사죄, 사과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일본은)징용 노동자와 관련해서 제공된 노동이 국제노동협약에 나오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사죄를 계승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이번 해법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의 뜻과 의지라고 본다"며 "2015 위안부 한일 합의 전후 상황과 너무나 똑같다. 결국은 미국의 대중·대러 군사 정책에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동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쓰임새를 미국의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 결국은 정치군사적 요구 압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굉장히 일방적인 한일관계 개선에만 혈안이 됐다. 윤 대통령이 치적용으로 G7 회의에 얼굴이라도 보이고 싶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선 "결국은 한일 과거사에 청산되지 못한 역사에 이렇게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으로 일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온 윤 의원은 21대 국회에 입성한 후 단체 후원금 횡령,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근 1심에서 일부 횡령 혐의만 인정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