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나가라!'…이재명 거취 놓고 '전쟁터' 된 당원게시판
입력: 2023.03.07 00:00 / 수정: 2023.03.07 00:00

비명계는 당분간 숨 고르기…민주당의 길, 일정 돌연 취소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이재명 사즉생 결단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6일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6일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내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제명 출당 청원 의견이 빗발쳤다. 이제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청원까지 올라오며 당원 게시판은 전쟁터를 불사하는 분위기가 됐다.

비명(이재명)계 의원들은 공개 석상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결단을, 박 전 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당 지도부 당직자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내 갈등과 관련한 공개 발언을 삼가며 민생 행보에 집중했다.

최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청원 게시판은 강성 지지자들의 청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했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출당권유 및 징계 청원은 6일 오후 기준 7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박 전 위원장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한 지난달 16일 게시돼 열흘 만에 동의율 100%를 달성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의 영구 제명을 주장하는 청원은 6일 오후 기준 6만9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8일에 올라왔고 3일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했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명단' 공개 청원도 이날 오후 기준 4만2000명 이상이 동의해 지도부 응답 기준인 5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지지자들 중 일각은 윤석열 정권이 조기 퇴진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출마를 준비해야 한다며 관련 당헌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청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1년 전 사임해야 한다'는 당헌 25조에 예외 규정을 신설하자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이 청원도 6일 기준 5만 명을 넘어섰다.

비명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 청원' 바람이 일기도 했다. '이 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을 요청하는 청원은 지난 3일 올라와 6일 오후 기준 35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당 지도부는 이 모든 청원들에 대해 아직 당 차원의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당 고위간부전략회의 이후 "(이 전 대표, 박 전 위원장 징계 관련) 보고는 없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5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청원에 답변하도록 되어 있어 보고가 이뤄지면 관련 논의가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당헌 25조 예외 규정' '이 대표 사퇴 청원' 등과 관련해서도 지도부에 보고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주말새 지지자들을 향해 '비난 자제령'을 내렸지만 통제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독재 정권과 더 결연히 맞설 수 있다. 저도 더 노력하겠다"고 당부했다.

전재수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상황에 대해 최근 한 10년 사이에 당 분위기가 최악이라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전재수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상황에 대해 "최근 한 10년 사이에 당 분위기가 최악"이라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당내 갈등이 지속되자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재수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한 10년 사이에 당 분위기가 최악"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조금 더 강력한 메시지, 그리고 횟수도 조금 더 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색출 포스터도 보고 SNS에 돌아다니는 여러 버전을 봤는데, 일부에서는 나같은 사람도 '수박'으로 규정해놨더라.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경험해보지 못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끝난 직후부터 지금껏 온갖 욕설과 협박 문자, 전화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무기명 투표라서 의원들이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것일 텐데, 만약 민주당 의원들 모두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부결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전부 다 부결으면 당내 갈등이 없는 거고 기권과 가결이 있어서 당내 갈등이 있는 건가"라며 "당내 갈등보다는 당권 싸움이 이르게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출당 청원 당사자'인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청년들과 함께 국회에 등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에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 대표에게 정치개혁과 유능한 민생을 요구했지만 지금의 이 대표는 방탄을 위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기적 모습만 보여줄 뿐"이라며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사즉생'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주장한 이 대표의 결단이 대표직 사퇴인 것은 아니라며 "대변인,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자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박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원외 인사인 박 전 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현직 의원의 예약과 현장 동석이 필요하다. 평소 박 전 위원장과 친분이 있던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회견장 예약을 도와 동석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를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박 전 위원장을 이 의원이 국회로 등장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저한테 회견장을 빌려달라는 문의가 (지난 3일) 와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당 내홍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SBS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당과 이 대표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며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최근 검토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온 '당원 중심' 공천 시스템 개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 혁신위는 의원들의 평가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20%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이에 비명계 의원들은 해당안이 적용되면 일부 강성 지지층들의 세가 두터운 친명계 의원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공천룰 개정과 관련해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면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며 "이 대표를 지지하는 그룹의 입김이 많이 쏠린다고 한다면 반대쪽 사람들은 가만있겠느냐.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명 친명계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당심 확대 공천'과 관련해 "(당원의) 목소리가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표출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전 당원 투표밖에 없다"면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압박할지를 두고 비명계 의원들의 공식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비명계 의원들은 당에 갈등이 지속된다는 비판을 피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대표적으로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이라 알려진 '민주당의 길'은 7일 예정된 토론회를 취소했다. '민주당의 길'에는 이원욱·김종민·박용진·조응천·윤영찬 의원 등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해 온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소속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에도 예정됐던 잡담회를 돌연 취소한 바 있다.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토론회는 내부 상황도 있고 해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7일에는) 만찬만 진행하고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6일 민생 행보에 집중하며 당 내홍과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6일 민생 행보에 집중하며 당 내홍과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이새롬 기자

한편 이 대표는 지난 주말 인천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당내 사회적 약자 보호 기구인 '을지로 위원회' 백서 전달 일정을 이어가는 등 민생 행보를 보였다. 당 지도부는 오는 10일부터 경기도 수원으로 '경청 투어'를 재개하며 국민과 당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해 "가히 '삼전도 굴욕'(병자호란 당시 인조의 항복)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 비판 공세 수위를 높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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