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尹대통령·친윤계 때리며 막판 지지 호소
당선 여부 예측불가…최고위원 가능성
'이준석 사단' 4인방이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에 입성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오는 8일 열리는 가운데 '이준석 사단'으로 불리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천·아·용·인)가 차기 지도부에 입성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이들의 선거를 지휘한 이준석 전 대표가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본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소위 '천·아·용·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등장인물 엄석대에, 당 주류인 친윤계를 엄석대의 측근으로 빗대 비판했다. 이준석계 후보들을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엄석대에게 저항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한병태로 비유했다.
이 전 대표는 "이들(천아용인)은 사람에 충성하라는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이유로 엄석대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공격받는다"며 "책에서 엄석대는 한병태를 제압하고 포섭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났을 때 엄석대는 몰락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은 '국민'으로 칭했다.
그는 "당원의 투표로 이 소설의 결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천·아·용·인 후보가 소설 상의 나약한 한병태가 되지 않도록 모두 투표에 나서 달라"며 "엄석대가 만들어 내는 질서가 과연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원하는 형태의 질서인지에 대해, 누군가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막무가내로 박탈해가며 얻고자 하는 질서라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관해서도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로선 예비경선 통과 이후 상승세를 보였던 천 후보의 돌풍이 잦아든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중 국민의힘 지지층 485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후보가 45.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23%), 천 후보(12.7%), 황교안 후보(10.6%) 차례다.
천 후보는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당 개혁과 혁신을 기치로 내세워 당심을 조준해왔다. 울산 땅 투기 의혹에 휩싸인 김 후보를 향한 공세 등 네거티브를 지양하며 건강한 보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경쟁자와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두와 격차가 크다. 안 후보와 지지층이 겹치는 등 영향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등장인물 엄석대에 빗대 3·8 전당대회 관련 당내 상황을 비판했다. /이새롬 기자 |
최고위원 선거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사실상 8명의 후보 중 김용태·허은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친윤 후보로 묶인다. 최고위원은 다득표자 4명이 선출된다. 이 중 한 명은 여성 몫으로 할당된다. 이준석계 후보들 가운데 최고위원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물론 친윤계로 꼽히는 후보들이 우세하지만,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긴 어려운 판세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조수진 후보가 15.7%로 1위를 차지했다. 민영삼 후보(15.6%)와 김재원 후보(12%)가 선두권에 들었다. 허은아·김병민 후보는 각각 7.6%의 지지율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이어 태영호(6.4%), 김용태(6.3%), 정미경(4.8%) 후보 차례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한 응답은 각각 10.9%, 13.1%였다.
최고위원 투표는 선거인단이 1인 2표를 행사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변수가 많다며 결과를 쉽게 점치지 못하고 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허 후보의 경우는 당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확실히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약 84만 명의 선거인단 중에서 비교적 개혁 성향이 강한 20·30세대 당원이 지난 전대 때보다 대폭 늘었다는 점은 이준석계 후보들의 긍정적인 요소로 꼽는다. 친윤계 후보들의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최고위원 예비경선 결과, 친윤계로 분류되는 일부 현역 의원들이 탈락했다.
만 45세 미만인 청년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 4명의 후보가 경쟁하고 있는데, 장예찬 후보가 독주하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장 후보(39.1%)는 이기인(9.7%), 김가람(9.0%), 김정식(7.3%) 후보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윤 진영의 장 후보는 여성 연예인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웹소설 논란과 불법 레이싱 모임 의혹에 휩싸였음에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막판 지지층 결집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3일 이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했다가 고소당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불송치했다. 앞서 가세연은 2021년 12월 유튜브에서 이 전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2013년 성 접대 등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가세연을 경찰에 고소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