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0억 클럽 특검법 단독 발의…'정순신 검증 TF' 6일 기자회견
李 '사법 리스크' 소용돌이는 여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내 이탈표를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당내 분란을 불식하기 전략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 정순신 전 검사 검증 논란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로 화살을 돌려 당력을 집중시키며 당내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내에 일고 있는 내홍에 '공격은 최선의 방어'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특별검사제도)법,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자진 사퇴한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전 검사) 검증 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당 지도부가 '대표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비쳤지만 국면 전환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 대표는 최근 '정순신 사태'를 정조준하며 대 정부 공세에 나섰다. 공판 준비로 공식 일정이 없었던 지난 2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대책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지시했다. 잘못 짚었다. 이 사건은 학교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제"라며 "학폭임이 인정되어 강제 전학 징계를 받았음에도 정 모 군과 그 부모는 반성은커녕 징계 취소소송에 가처분을 이어가며 피해 학생을 괴롭혔다. 부모 잘 만난 이 가해자가 서울대 입학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며 후유증에 시달렸다"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3일 최고위에서도 이 대표는 '정순신 사태'를 거론하며 화천대유에서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을 함께 소환했다. 그는 "검사가 아빠면 학교폭력을 해도 명문대에 진학하고, 퇴직금도 50억 원이나 받는 '검사 아빠 특권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이 대표뿐 아니라 박홍근 원내대표, 서영교·서은숙·장경태 최고위원 등도 '정순신 사태'를 언급하며 당 차원의 총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당내 '정순신 사태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TF 단장은 강득구 의원이 맡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 이후 "('정순신 사태' 관련)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 추천 절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국수본부장에 정 전 검사를 내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임명 절차를 해 실질적인 검증이 안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순신 사태 진상규명 TF는 오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적절한 인사 임명과 관련해 인사 체계 부실을 점검하고 정 전 검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내용들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오는 9일 국회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며 '정순신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과 관련해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이들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50억 클럽 특검법'을 발의했다. 사진은 이수진·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3일 국회 의안과에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당 지도부는 이날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과 관련해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이들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50억 클럽 특검법'을 발의했다. 앞서 정의당도 비슷한 내용의 '50억 클럽 특검법'을 발의했다. 두 당이 일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단독 발의를 결정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박 원내대표는 특검법 발의를 알리며 "정의당과 큰 뜻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아쉽게도 양당의 공동발의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며 "정의당과 협의를 지속해 대장동 사업의 돈의 흐름을 씨앗부터 끝까지 파헤치는 50억 클럽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꼭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법에서 규정한 수사 대상은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자금 및 부당한 이익 수수 의혹 △대장동 개발 사업자금 및 개발수익과 관련된 불법 의혹 △'천화동인' 3호 소유자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부동산 거래 특혜 및 불법 의혹 등이다.
특검 임명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의당의 '50억 특검법'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비교섭단체'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명시했다.
특검법 처리 방식을 놓고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견이 있다. 정의당은 여당의 공조를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이 결합해 '패스트트랙'(재적의원 5분의 3인 180석 의결을 통한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할 수 있다고 '플랜비' 계획을 내놨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특검법 발의 이후 "패스트트랙 국면까지 논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정의당과 함께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법' 발의와 함께 '김건희 특검' 추진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
민주당은 지난 2일 검찰이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을 꼬집으며 '50억 클럽 특검'과 함께 '김건희 특검' 추진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 논의를 다시 해 보겠다'는 정의당의 입장도 더는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코바나컨텐츠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며 "50억 클럽과 김 여사 특검 등 양특검을 동시 실시하자는 국민 여론도 10명 중 6명에 이른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법 발의에 이어 김 여사 특검도 절차에 따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정의당은 윤석열 검찰의 수사에 대해 기대할 게 아직 남아있나 모르겠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힘을 모을 때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야권 연대를 강조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50억 특검' 발의를 정의당에서 먼저 했고, 오랜 시간을 거쳐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공정성 측면에서도 정의당이 주도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원내대표끼리 이야기를 하겠지만 정의당 입장에선 '50억 특검' 문제가 선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대 정부 공세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 갈등 상황은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표결 이후 친명계 의원들은 '무더기 이탈표'를 '조직적 반란'으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 사퇴를 권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 지지자들은 '배신자 색출'에 나서야 한다며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을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인터넷상에 공유했다. 이른바 '수박 명단'에 든 의원들은 '문자·전화 폭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의원실에도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대 정부 공세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 갈등 상황은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감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또 민주당 청원게시판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고 주장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낙연 전 대표 등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청원이 지도부 응답 기준인 '5만 명'을 돌파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내홍이 심화되는 모습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박 전 원장은 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비대위원장이나 이 전 대표를 출당시키자는 서명운동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바라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우리 민주당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원장은 "지금은 민주당이 '뭉치고 단결해서 싸우자' 심기일전해서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지금은) 민주당의 모든 이슈가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정면 돌파로 극복하기엔) 힘들 것"이라고 말하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