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표결 후폭풍..."대표 사퇴" vs "비명 재신임 물어라"
입력: 2023.03.03 00:00 / 수정: 2023.03.03 00:00

민주당, 계파 갈등 지속…다음 체포동의안 두고도 의견 갈려
대표 재신임 '당원 투표' 주장도…친명계 "비명 재신임 물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 간 갈등이 표면화해 서로 날을 세우고 있어 이 대표 거취를 두고 다시 한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 간 갈등이 표면화해 서로 날을 세우고 있어 이 대표 거취를 두고 다시 한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은 당내 일부가 이탈표를 조직적으로 계획했다고 '배신감'을 표출 중이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지지자들의 '이탈표 색출'이 선을 넘었다고 지적하며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촉구했다.

2일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의원들 사이 '작당모의'가 있었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투표장에서는 이탈표를 던진 일부 의원들의 행위가 '표리부동'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김남국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탈표를 던진 것 자체가 국민의힘과 언론에서 민주당 분열 프레임으로 만들어 공격하는 빌미를 줬다고 본다"며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서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니까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킨다는 '실력 행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결과를 분석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개인적으로 의원들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의원은 이 대표 앞에서 마태복음을 읽었다고 하더라"며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모욕적이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지난달 22일 이 대표와 친문 모임 '민주주의 4.0' 의원들의 오찬 자리에서 한 의원이 이 대표에게 '선당후사' 하라는 의미를 담아 '마태복음 27장'을 읽어줬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마태복음 27장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김용민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이탈표 관련) 조직적인 움직임이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만약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반란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대의제의 실종"이라며 "선출직들이 자기를 뽑아준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에서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는 다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왔을 시 '보이콧' '당론 채택' 등 더 적극적으로 부결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이 대표의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 시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선화 기자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이 대표의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 시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선화 기자

김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또 국회에 오더라도 가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면 투표하지 않는 '보이콧' 방식도 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다 투표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당론 부결'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체포동의안이 또 넘어오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며 "검찰의 '살라미 구속영장' 청구 사태가 예견되는데 (체포동의안을 두고) 다시 한 번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이 우선 필요하다.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친명계 의원들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로 당론 모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참 모양 빠지지 않나. 첫 번째부터 그렇게 하든지. 첫 번째는 아주 호기롭게 '당론 할 필요 없다'고 자유 투표했다가 의외의 결과가 나오니 '단속'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친명계 의원들이 '공천권 보장이 안 되니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을 두고도 "(비명계들은) 경선만 된다고 해서 본선에 당선되는가. 민주당 간판 달고 본선에서 경쟁력이 담보될 수 있나를 걱정하는 것"이며 "(비명계의) 그 고뇌의 흔적들이 체포동의안 표결 때 여러 가지로 발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3일 있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어 공개 일정 없이 재판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3일 있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어 공개 일정 없이 재판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내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내홍 수습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법원 출석(3일)을 앞두고 있어 공개 일정 없이 재판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들의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나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물러난 정순신 전 검사를 직격하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논란'을 정조준하며 내부 결집을 재시도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강득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정순신 사태 진상규명 TF'를 꾸려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가결 같은 부결' 후폭풍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거취 문제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배신 세력'(비명)이 이 대표를 몰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이 대표 체제에서는 총선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들은 이 대표가 당당히 검찰 조사에 임하고,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스스로 깨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사이에서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대표 사퇴론'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 재신임 여부를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친명계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일 CBS 라디오에서 "앞으로 이 대표 사퇴 요구가 더 거세게 있을 것이라며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이니 사퇴 여부는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긴급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 사퇴 문제, 추가 영장 청구 문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의원'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당의 중심은 당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 지도부는 안 의원의 제안이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중앙위 소집과 관련해 "원내에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며 김용민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보이콧'에 관해서도 "개인 의견이다"라고 일축했다.

안민석 의원이 향후 대표 재신임 문제를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지만 친명계 의원은 재신임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게나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새롬 기자
안민석 의원이 향후 대표 재신임 문제를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지만 친명계 의원은 "재신임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게나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새롬 기자

친명계 A 의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재신임 당원 투표'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렸을 때나 재신임 문제를 묻는 거지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표결로 대표를 '감옥에 보내자'고 '뒷작업'을 한 일부 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A 의원은 "당원 투표로 재신임을 물으면 비명계를 달랠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투표 결과가 100% 재신임으로 나와도 비명계 의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고 당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방식이다. 투표한다한들 만일 조금이라도 낮게 나오면 또 '이재명 리더십 상처'라면서 언론의 공격 빌미만 만들어줄 텐데 뭐 하러 하냐"라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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