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지지자들 "울산 땅 투기 의혹, 1위 후보 향한 네거티브"
안철수 지지자들 "단일화 공 몰라줘...대통령실에 서운해"
안철수, 황교안, 김기현,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서울·경기·인천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고양=신진환·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둔 2일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간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1위 굳히기에 들어간 김기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세를 과시했다.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도 열띤 응원전으로 맞섰다. 두 후보 지지자들은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과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깊어진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체육관 앞은 수많은 당원들이 몰리며 발 디딜틈이 없었다.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며 고조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수도권 당원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당원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며 세를 과시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단연 눈에 많이 띄었다.
체육관 입구 앞에는 '싸워 봤어? 단식·삭발 험지 출마 통진당 해산!'이라고 적힌 황교안 후보 응원 펼침막과, '이기는 당대표 김기현'이라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그 앞을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북과 꽹과리를 치며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믿는다 김기현', '미래비전 김기현', '김기현은 국민의힘을 사랑합니다', '우리 당의 자존심 김기현' 등 글귀가 적힌 손팻말이 그 주위를 에워쌌다. 일부 김 후보 지지자들은 '붉은악마' 머리띠를 착용하거나 '당대표는 김기현'이라 적힌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었다. 김 후보의 이름이 적힌 반짝이 옷을 입은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반짝이 조끼를 입은 차재민 씨(40대·남성·울산)는 "김 후보를 울산시장 때부터 지켜봤다. 김 후보가 해온 정책, 공약을 지키는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하게 됐다"며 김 후보 재임 시 울산이 많이 발전했다. 김 후보를 지켜보면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옆 광장에는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 광장을 둥글게 에워싸고 응원을 펼쳤다. 전광판이 달린 트럭 위에서 연설을 하는 지지자가 눈에 띄었다. 트럭에는 '총선 필승 카드 안철수'라고 적힌 커다란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안 후보의 지지자들은 '총선압승', '안철수'라고 적힌 야구점퍼를 입고 '총선승리의 해법 당대표 안철수', '안철수를 당대표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안 후보의 지지자들은 '총선 승리'를 강조했다. 야구점퍼를 입은 엄인자 씨(40대·여성·대전)는 "제일 깨끗한 후보"라며 "총선에서 승리하고 나라를 바꿀 사람은 안 후보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결선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황 후보 지지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눈에 띄는 곳곳 황 후보를 응원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당원 중심 정당', '부정선거 부패척결' 등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황 후보의 지지자들은 황 후보의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고 '정통 보수 재건', '당원 중심 정당'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황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따금씩 "부정선거 밝혀라"라는 외침이 들렸다.
황 후보를 응원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던 박권사 씨(70대·여성·대구)는 "황 후보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황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었다"며 "총선 참패 책임이 있지만 본인이 실수한 걸 다 인정하고 다니면서 사과했다. 이제 잘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 뒤편 주차장에는 전광판을 단 흰색 트럭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광판에는 천하람 후보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춤을 추는 영상이 재생됐다. 큰 소리로 응원전을 펼치는 중장년층 사이로 조용히 천·아·용·인 후보들을 응원하는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이 있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고양=이새롬 기자 |
열띤 응원전 속에서도 충돌을 자제하는 듯했지만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과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에 지지자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깊어진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박 씨는 "김 후보 땅 투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며 "(황 후보가) 없는 걸 있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황 후보는 법무부 장관을 했고 공안검사 출신이다. 없는 걸 있다고 절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의혹이 계속 되면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김 후보의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미 충분히 해명한 내용"이라며 "1위 후보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차 씨는 "땅 투기 의혹은 매번 선거 때마다 있었다. 이미 수차례 밝혀진 일"이라며 "네거티브가 계속됐지만 김 후보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구은영 씨(40대·여성·충북청주)는 "전당대회가 너무 과열됐다"면서 "자기 주장만 이야기했으면 한다. 서로 나쁜 점만 꼬집어서 공격하니까 다른 당에서 볼 때 국민의힘을 안 좋게 볼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땅 투기 의혹은 이미 다 확인한 내용"이라며 "1위 후보를 자꾸 끌어 내리려고 없는 일들을 만들어낸다. 세 후보가 김 후보를 몰아가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 지지자인 이지순 씨(70대·남성·경기수원)도 "김 후보가 이미 충분히 해명했다. 별거 아니다. 당내 여론도 그렇다"면서 "1위 후보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비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 씨는 "대통령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안 후보가) 이제와서 비방하고 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안 후보 지지자들은 "불공정하다. 대통령실이 너무했다"면서 "단일화의 공을 몰라준다"고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안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이정옥 씨(40대·여성·광주)는 "안 후보가 아니었으면 윤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윤 대통령이 적어도 중립은 지켜야 하지 않나. 그런데 '국정 운영의 적'이라는 표현은 과했다. 그런 말은 안 해야 한다.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김 후보가 윤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아무 저지도 하지 않았다. 안 후보의 '윤안연대'에 심하게 비판하는 걸 보고 안 후보를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미숙 씨(50대·여성·경기군포)도 "(안 후보를 보면) 마음이 아픈 게 많다"고 말했다. 박 씨는 "민주당에서 30년 활동하고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고 밝히며 "당이 통합됐는데 서로를 안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게 (이번 전당대회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씨는 "대선 때 안 후보와 단일화해서 승리하지 않았나. 합당도 했다. 이제 한 식구가 됐으니 서로 끌어안아주면서 해야 하는데 저희는 국민의힘 식구지만 큰집, 작은집 이런 식으로 구분한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저희 마음이 씁쓸한 게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광역·기초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역의 분위기가 김 후보에게 기울었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일찍이 당내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의원 A 씨는 "누구를 지지할지는 합동연설회를 끝까지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라면서도 "경기도는 도의원 42명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그런 흐름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원들은 대통령실에서 어떤 메시지 냈는지에 생각만큼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직접 현장와서 보고 평가하는 게 크다"고 말했다.
인천의 기초의원 B 씨도 "지역에서는 김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분위기"라며 "지역에서 분열되기엔 이미 김 후보로 많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비표 없이 들어가려는 일부 지지자들이 이를 제지하려는 안전요원과 충돌을 일으키며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황 후보의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은 안전요원에게 욕설을 하며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지지자들이 밀려들어 연설회장 문을 두드리는 등 소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