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결 같은 부결' 치명상..."사실상 탄핵" 충격 빠진 당
입력: 2023.02.28 00:00 / 수정: 2023.02.28 00:00

반대표 수 '노웅래' 못 미쳐…'무더기 이탈표' 충격받은 의원들
대표 사퇴론 두고 당내 갈등 표면화될 듯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됐다. 그러나 169석 민주당 의석보다 못한 반대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되기 힘들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부결 결과를 듣는 모습. /이새롬 기자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됐다. 그러나 169석 민주당 의석보다 못한 반대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되기 힘들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부결 결과를 듣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압도적 부결'은 없었다.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내 최소 31표의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다. 표 단속 신호를 단단히 보내며 내부 결집을 강조해 온 당 지도부로서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아슬아슬한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 리더십이 타격을 입으면서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본회의에서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한 의원은 297명으로 이 중 절반인 149명 이상이 찬성해야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듣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듣는 모습. /이새롬 기자

표결 결과,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집계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 처리됐다. 찬성 표가 가결 요건인 '출석 의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가까스로 부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 부결은 지난해 1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당시 나온 반대표 161표에 한참을 못 미친 결과다. 앞서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169명에 더해 무소속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170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올 것이라며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었다.

이 대표는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에서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 달라"며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을 거듭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반전이 드러났다. 애초 가결 방침을 정한 국민의힘 115명과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을 포함한 122명보다 많은 가결 표(139표)가 나온 것이다. 결과를 보면 민주당 의원 중 10명 이상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의장을 포함한 무소속 의원 5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1표)이 반대에 표를 던졌다고 가정한다면 민주당에서 '이탈표'를 던진 의원 수는 31명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부결됐지만 사실상 가결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이재명 대표가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하던 당시. /이새롬 기자
27일 이재명 대표가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하던 당시. /이새롬 기자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시작된 표결 절차는 결과 발표까지 2시간 가까이 소요되기도 했다. 2장의 표가 식별하기 어렵게 쓰여진 글씨 탓에 '부결'로 봐야 할지, '무효'로 봐야 할지 개표 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김진표 의장이 1표는 '반대표'로, 1표는 '무효표'로 결정하면서 본회의장에서는 1표의 부결 표도 무효로 봐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강하게 터져 나오기도 했다.

투표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부결을 주장하는 대신 거취 결단을 촉구했던 설훈 의원 본회의장을 나서며 표결 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이탈표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표결 이후 당에서는 '정치탄압 단일대오'로 눌려있던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라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두고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를 이 대표에게 적용해야 한다며 대표 사퇴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지도부는 그간 이 대표의 경우 명백한 야당탄압이기 때문에, 예외 조항을 들어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해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후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의 단일대오가 유지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결과를 보면 사실상 당대표가 탄핵당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냉담한 평가를 내놨다.

이 대표는 흔들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내부 결속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본회의 직후 부결 결과에 대해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국회에서 확인해주셨다. 검찰의 체포동의를 부결하게 해주신 많은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당내 이탈표를 의식한 듯 "마지막으로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정권의 검찰독재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이탈표 추적에 나서며 비명계 의원들을 색출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당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이탈표 추적'에 나서며 비명계 의원들을 색출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한편 당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이탈표 추적'에 나서며 비명계 의원들을 색출하고 있다. 표결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 대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당헌 개정안 부결을 주장한 의원 28명 명단(다음 총선 퇴출 대상)'이라는 제목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명단이 빠르게 공유됐다. 이 중 한 의원실 소속 관계자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은 명단인데 어디에서 공유된 건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보였다.

manyzero@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