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맞은 러시아-우크라 전쟁…한국에 미친 영향은
입력: 2023.02.25 00:00 / 수정: 2023.02.25 00:00

세계 경제 '휘청'…전쟁 장기화 전망 우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꼭 1년을 맞았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난과 식량 위기로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관광객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조명이 비치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 / 파리=AP/뉴시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꼭 1년을 맞았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난과 식량 위기로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관광객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조명이 비치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 / 파리=AP/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났다. 군사력 세계 2위와 22위의 대결.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까지도 밀고 밀리며 격전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두 나라 사이의 분쟁이라기보다는 지난 1년 세계 전체의 큰 영향을 준 일대 사건이자, 세계질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간 패권전쟁으로 평가 받는다. 동북아에선 중국·러시아 대 미국·일본의 갈등이 심화했고, 에너지난과 식량 위기로 세계 경제마저 휘청거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벌어졌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특별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명분은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그리고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해방이었다.

사흘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러시아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사 항전에 나섰다. 한 달 동안 키이우 점령을 시도하다 퇴각한 러시아는 동부지역에 전력을 집중했다. 러시아는 결국 지난해 9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축선인 돈바스 지역과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를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약 20%를 손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1월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남부 요충지인 헤르손을 수복하며 전세는 역전됐다. 이후에도 양국이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모두 대규모 병력 손실과 무기 고갈, 동절기 추위로 어느 쪽도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2월 현재 전선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 도네츠크·루한스크(돈바스 지역), 헤르손, 자포리자 4개 주에 고착돼있다.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러시아 국기를 짓밟는 모습. / 뉴시스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러시아 국기를 짓밟는 모습. / 뉴시스

수많은 생명 스러진 '출혈 전쟁'…세계 경제도 침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이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는 사망자는 최소 8006명, 부상자는 최소 1만32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은 1700만 명이 넘는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측 사상자를 적게는 17만5000명에서 많게는 20만 명에 이르는 것을 추정하고 있다. 유럽 연합도 우크라이나 측 사상자를 12만 명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계 경제도 큰 충격을 입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KITA)이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1.0%포인트(p)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KITA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공급 감소로 원유, 천연가스, 니켈, 밀 가격은 당초 전망대비 각각 29.1%, 70.1%, 34.6%, 19.7% 상승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원자재·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8%를 기록했다. 전쟁 이전 전망치였던 4.2%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예년 두배 수준의 난방비 고지서로 체감한 물가급등의 공포가 이 전쟁이 미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주최한 '러·우전쟁 1년,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세미나에서 "전쟁은 직접적인 대러 수출 감소, 러시아로부터의 원자재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 내수 위축으로 현지 내수 판매에 주력하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 약화, 금융제재 등으로 발생하는 대금결제 지연·중단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는 세미나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 강화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과의 동맹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 중국·북한과의 갈등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서방 대 러시아와 중국 2개 축의 대립이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모두의 '종식' 바람에도…전쟁 장기화 전망 우세

전쟁 1주년을 앞둔 지난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와 지원 의사를 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국정연설을 통해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예고 없이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예고 없이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세계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미국과 러시아는 사이의 긴장은 팽팽하다. 전쟁도 평화적 종식은커녕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중해와 대서양 진출 관문인 흑해 장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는 이상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휴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인다. 중재가 안 되면 1년 전쟁이 2~3년 가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휴전을 위해선 양쪽 모두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크름반도와 돈바스지역의 자국영토화,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에 준하는 안전 보장을 명분으로 휴전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