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李 체포동의안 부결로 '단일대오' 강조했지만…
1년 남은 총선, '사법 리스크' 대응하다 끝날 거라는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 등에 선택적으로 입을 열면서 취재진들 사이에서 뒷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오는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이후 언론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말을 아낀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매일 민주당을 취재하면서도 대표의 입이 굳게 닫혀있으니 취재기자로서는 참 답답한 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오는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는 더 그렇다. 이 대표 백브리핑 '워딩'에는 침묵했다는 '...'가 단골이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날은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보고가 이뤄지기 전날이었다. 그동안 기자회견은 '가정법에는 답하지 않겠다' '이전 답변으로 갈음하겠다' '제가 답변하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등 질의응답에서 '사이다 답변'을 보여준 적 없는 이 대표다.
하지만 이 날만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질문으로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 대표에게서 돌아온 답은 "모든 가능한 경우를 예상해 제가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는 말로 예상 답변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67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 시간만 47분. 프린트된 종이 한 장 안 펼치고 자신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검찰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며 "적절치 않다"는 말을 세 번 했다.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빼라고 직접 지시한 적이 있는지'를 물을 때, 그리고 당 지지율이 하락 추세인 것과 관한 생각을 물을 때였다. 가정적 상황은 예측하지 않고, 검찰의 구속영장 내용은 검찰에게 물어봐야 하고, 당 지지율은 빠지기도 오르기도 하는데 '그걸 왜 묻냐'는 것이다.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취재진 사이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스스로 입장을 밝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자간담회 전날인 지난 22일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을 두고 했던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부결 당론으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 /남윤호 기자 |
지난 22일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을 두고 했던 의원총회도 마찬가지였다. 당 지도부는 90분 비공개 의총 이후 총의를 모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로 결론을 냈다. 다만 형식은 '자유 투표' 형태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방탄' 오명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결국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 채택'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데, 말장난 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비공개 의총 모두발언에서 '비명계 중진' 설훈 의원도 '이 대표를 믿고 이번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대표를 당이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의원총회 중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만 취사선택해 보여줬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얼마가지 않아서다. 조응천 의원이 라디오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설 의원 발언은 '이번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이 대표도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부가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현직 대표의 구속은 막되, 사실상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에둘러 권유했다는 것으로 지도부 의도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검찰의 '정치 수사' '야당 탄압'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딜레마'를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데에 보낼 아까운 시간들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 대응하다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쪼개기 영장 청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계속 넘어올 거란 얘기다. 첫번은 부결한다지만, 이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당이 같은 방식으로 무조건 부결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을 거라는 예측이다.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대로라면 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더라도 '이재명 방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외에도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김해영 전 의원 등 원외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당 대표 사퇴까지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밝혔듯, 지도부는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정부와 여당의 야당 탄압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국회의 상황은 더 나쁜 쪽으로 흘러갈 것만 같다. 여야의 갈등과 정쟁, 그로 인한 '국회 입법 멈춤 현상'은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올 것이다. 당장 3월 국회에서부터 또 이 대표의 혐의를 두고 여야가 맞붙을 게 뻔하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였음에도 당 지도부는 '천하태평'이다. 검찰이 이 대표를 때리면 때릴 수록,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여론도 인식해 당의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다.
민주당 말처럼 국회의 대결 국면이 지속될 수록 지지율은 오를까. 이 대표의 무결함은 점점 더 드러나고 무도한 검찰과 검찰 출신 윤석열 정권의 '야만성'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될까. 정치인들이 기자를 만나면 늘 하는 말처럼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이슈는 '이재명'으로 빨려 들어가 기도 못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도부가 까먹었을까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상기시켜본다. 당시 이 대표가 내세운 민주당의 슬로건은 '민생 유능 정당'이었다. /이새롬 기자 |
지도부가 까먹었을까 싶어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상기시켜본다. 당시 이 대표가 내세운 민주당의 슬로건은 '민생 유능 정당'이었다. '당심과 민심의 분리도 막겠다'고 했던 이 대표였다.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로도 사면초가를 맞을 상황에서 이 대표는 계속 초심을 잊지 않고 지킬 수 있을까. 현재로선 이 대표가 가진 과제의 무게가 꽤 무거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언제까지 '이재명만 보이는 민주당'을 지켜봐야할지, 답답함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