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건폭' 신조어 만들어…李,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선거제 윤곽 드러나…제때 여야 간 합의 여부 불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보고돼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서서히 봄기운이 감도는 요즘, 정치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역설적으로 후끈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대립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현장 폭력을 줄인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자,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며 검찰과 윤석열 정부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두고 여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같은 당 소속이어도 권력 앞에서는 각을 세우는 모습이 뚜렷하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격해지고 있어서다. 차기 당권을 거머쥐려는 후보들은 TV토론회에서 설전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책 대결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기현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공방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당내에서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을 우려하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에 '훈풍'이 불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 자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무결함을 강조했다. /이새롬 기 |
◆李, '체포동의안' 간담회서 자기 말만?…참석 의원은 '꾸벅꾸벅'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어땠어?
-이 대표 기자간담회는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7분까지 67분 진행됐어. 이 대표는 검찰이 기재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혐의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했어. 이날 이 대표는 따로 준비해왔던 입장문을 읽거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모두발언을 했어. 그래서였는지 이 대표는 47분 동안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검찰과 윤석열 정권의 부당성에 대해 세세하게 비판했어. 1만 자가 넘는 분량이라고 하더라고. 그에 반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약 20분에 그쳤어.
-이 대표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다"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그런 야만의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고 말했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 대표는 "지금 승자로서 우리 윤석열 대통령, 또 윤석열 정권이 지금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며 "영원할 것 같지만 정권, 권력, 길지 않다. 우리가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자주 '있을 때 잘해라'라고 하지 않나"라고 경고했어.
-이 대표의 모두발언이 길어지다 보니 한 의원은 이 대표의 연설이 20분 넘게 이어지면서부터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라고. 또 다른 의원은 연신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어. 차마 이름을 밝힐 수 없네.
-음...왜 그럴까? 이 대표의 절박한 심정과 대조를 보이는 장면인데, 너무 많이 들은 내용이어서 그랬나? 당내 분위기의 일단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겠네.
-이후 질의응답에서는 기자들이 당 현안에 대해서 질문했어.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 때마다 자신과 관련해 추후 예상되는 상황들에 관한 생각을 물으면 '가정법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면서 답을 피한 적이 여러 번이었거든. 그래서 이번에도 '검찰의 쪼개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도 "무도한 세상이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긴 한데 그 모든 가능한 경우를 예상해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면서 즉답을 피했어.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윤석열 정권의 부당성에 대해 세세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이새롬 기 |
-또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었는데 이에 관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대선 때도 무도한 검찰 권력의 남용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없는 사건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을 이렇게 대놓고 할 것까지는 예상을 못 했다"며 "(지금처럼)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과 담장이 있어야 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어.
-불체포특권과 체포동의안 관련 질문 4개가 나오자 박성준 대변인은 "질의 한 두분만 더 받고 마감한다"고 했으나 이 대표가 질문을 더 받겠다고 했어. 이후 나온 질문에서도 '27일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재판이 진행되면 대표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사퇴를 고려하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역시 가정적인 상황에 대한 질문이라 지금 말씀드리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대답하지 않았어.
-이에 한 기자가 이 대표의 답변 거절에 쓴소리하기도 했어. 기자는 "같은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다.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지만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에서 사실을 다투어야할 것 같다'고 본인도 직접 말씀하신 적이 있잖나"라면서 "대표직을 어떻게 수행할지 계획을 짜두셨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이 대표의 응답을 재차 요청했어. 또 이 기자는 "구체적인 사실에 논쟁을 벌이면 끝이 없다고 했는데, (본인은) 모두 발언 47분간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 말했다. 그런데 '초과이익환수조항삭제지시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논쟁하면 끝이 없다'고만 하는 건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어. 앞서 영장에 기재된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이 대표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여기서 논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변한 것을 꼬집은 거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27일 무기명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하며 웃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최근 민주당 당 지지율이 하락 추세라는 질문에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어. 최근 여러 여론조사 업체 조사가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에 뒤지고 있다는 결과들은 내놨는데,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인한 컨벤션 효과, 보수층의 과대 표집 등 외부적 요인이 문제라고 분석했어. 이 대표도 이 자리에서 당 지지율에 관해 "큰 흐름 중 표면의 출렁임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국민의힘이 '컨벤션 효과'로 관심이 높아지고 여론조사는 열성 지지자들이 전화를 많이 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추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동의가 안 된다"고 했어. 박 대변인도 "오늘 지지율은 (올랐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며 덧붙였어.
-또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일단 생각은 머리로 하고 있다"라고 첫 마디를 뗐어. 다소 생뚱맞은 이 대표의 답변에 일순간 회견장 분위기가 싸해지자 이 대표는 "별로 감흥이 없는 농담이었군요"라며 머쓱해하기도 했어.
-당 일각에서는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나서는 대표 본인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결단을 내리라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올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지난 2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이 의견이 나왔다고 알려졌어. 당이 대표의 구속영장 추가 청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로 보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으로부터 건설현장의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 실태와 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尹정부, '건폭' 신조어까지 쓰며 과한(?) '노조 적폐몰이'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사용하면서, 강성 노조의 건설현장 폭력 및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어. 그런데 적폐 세력으로 몰린 노조와 야당에선 반발도 거세네?
-맞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1일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부, 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어. 이어 "단속이 일시적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라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어.
-이 보고에 앞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아직도 건설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사는 부실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등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어. 그러면서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불법 행위를 집중 점검·단속하고, 불법 행위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어. 이와 함께 20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 이어 이날도 "노동 개혁의 출발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라며 노조가 (정부 요청에도)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비판했어.
윤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22일에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나온 '건설 노조 개혁 토론'과 관련한 추가 브리핑을 하면서 "토론 중에 한 참석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기가팩토리를 한국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노조 때문에 포기했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어. 국무위원 중 누군가가 "노조 때문에 테슬라가 한국에 생산기지 건설을 포기했다"는 근거가 부족한 말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식 의결기구'인 국무회의에서 하고, 이 발언을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대변인이 언론에 공개하면서 사실상 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에 힘을 보탠 셈이야.
-이에 23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어제 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전날 국무회의에서 기가팩토리가 노조 때문에 무산됐다는 식으로 누군가가 얘기했다고 했는데, 그게 누군지 궁금하다. 또 그게 (실제로) 무산이 됐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물었어. 이에 최 수석은 "대변인이 브리핑을 했으니 대변인께 여쭤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국무위원 중 누가 해당 발언을 한 것인지는 답하지 않으면서 "다만 그 부분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 한국에 기가팩토리가 들어설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말이지. 이 발언을 종합하면, 한 국무위원이 국무회의에서 "노조 때문에 기가팩토리 건설이 무산됐다는 말이 있다"고 근거가 부족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를 외부에 확산시키고, 다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확산시킨 발언을 주워 담으려 한 셈이야.
-윤 대통령과 정부의 신조어에 유언비어까지 동원한 노조 때리기에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가량 되어 가는데 경제 상황도 매우 좋지 않고, 남북관계라든지 한반도 주변 정세도 불안정하고, 국민들은 난방비 폭탄 등 민생 문제에 대해 정부를 향하는 비판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의심하고 있어.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무능, 무책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화살을 노동계에 대한 탄압으로 눈과 귀를 돌리기 위한 수단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어. 민주노총은 회계자료를 공개하라는 정부 요청에 대해서도 '정부의 사업 지원금' 등은 이미 회계자료를 다 정부에 보고하고 있고, 조합비로 운영하는 일반회계 자료는 법에 따라 노조원에게만 공개하면 되고,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건폭' 운운하며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건설 현장에 축적되어온 고질적 문제를 풀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새롬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노동계와 보조를 맞춰서 "윤석열 정부가 무능, 무대책 국정운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느닷없이 화살을 노동계로 겨눴다. 정부에 맞서면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문제를 검찰 수사로 해결하겠다고 한다"며 "'건폭'은 대통령의 통치가 아니다. 전형적인 '검치적 발상'으로, 검찰이 표적 수사하듯 국가 권력을 동원해 노동자를 정치적으로 '표적 공세' 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건설현장 갈취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도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익금 청구 소송 항소심(2심)에서 건설사 청구를 기각했어. 월례비는 수십 년간 지속된 건설업계의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갖고 있다고 사법부가 판단한 셈이지. 노조 때리기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가 다소 무리하게 공세를 펼친 측면도 있어 보여.
-다만 실제 일부 건설현장에서 노조원 가족 채용 강요, 불법 점거 및 과도한 월례비 요구 등 '명백한 불법 행위'가 일어나고 있기도 해. 지금은 대통령실과 정부가 마치 노조 전체를 청산해야 할 적폐(정상화를 해야 할 대상)로 규정하고 공세를 취하는 측면이 있는데, '일부 강성 노조의 명백한 불법 행위'로 타깃을 정확히 조준해 노동 개혁을 추진하면 지금보다는 더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김진표 국회의장 측이 비례대표 의석 50석 증원을 포함한 선거제 개편안을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했다.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이새롬 기자 |
◆비례대표 50명 증원 띄운 국회의장...또 말로만 개혁?
-내년 총선이 13개월 정도 남았는데,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윤곽이 좀 나오고 있다고?
-국회의장실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지난 22일 선거제도 개편안 3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제출했어. 김진표 국회의장안인 셈이야. 눈에 띄는 점은 3개 안 모두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담고 있다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안들이 있어?
-우선 지역구 소선거구제 개편안은 지역구 선거 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병립형으로 전환해 국회의원 정수를 50명 늘리자는 내용이야.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은 정당의 전국 득표율을 따르는 것과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후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르는 안이 제시됐어. 또 지역구 소선거구제 선거 방식과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권역별 득표율을 기반으로 나눠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늘리자는 안도 담겼어.
-세 번째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개편안이야.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기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수도권처럼 인구밀집도가 높은 곳은 최소 3인 이상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자는 거야.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되, 선거구를 통합해 지역구 의석을 일부 줄이도록 했어. 정개특위는 김 의장 3개 안을 포함해 논의를 거쳐서 2개 안을 확정해 전원위원회에 제안한다는 방침이야. 그러면 김 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끝장 토론을 거쳐서 선거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게 로드맵이야.
대치 중인 여야 상황과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선거제 개편'이 제때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새롬 기자 |
-결국엔 또 의석을 줄일 건지 늘릴 것인지 문제로 떠올랐네. 의원 개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이번에야말로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전망은 어두워. 특히 여권에서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으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 어처구니없는 제안"이라고 혹평했어. 그러면서 국회의원 수를 지금의 절반인 15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어.
-하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여야가 3월 임시회 의사일정도 합의를 못 하고 있는데, 민감한 선거제 개편안은 오죽하겠어.
-개인적으론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주장에 공감은 안 가. 규모가 줄어들면 특권의 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여. 오히려 세비 삭감이나 자기들 마음대로 뽑는 보좌진 제도를 확실하게 손보는 것을 병행하면서 의원 수를 일정 부분 늘려야 한다고 봐.
-비례대표는 사실 정당이 후보 순위를 매기면서 낙하산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커. 비례대표 본인들도 단체 대표로서 전문성을 보이거나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보이기보다 지역구 출마에 혈안이 된 모습들을 보이면서 부정 여론이 높은 게 사실이지. 국회 직원 익명 커뮤니티인 '여의도 대나무숲'에도 최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말 많고 탈 많은 의원들 중에 비례대표 비율이 상당한데 그걸 더 늘리자고? 비례대표 번호 받는 과정이 어떤지 알면서도 비례대표 늘리자고?"라는 비판 글이 올라왔어. 그래서 대안으로 정당이 아닌 당원이나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명부'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도 검토되고 있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비례대표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남윤호 기자 |
-정치인 불신은 비례대표 의원뿐만이 아니야. 재작년 3월부터 국회 상임위원회 내 법안소위를 한 달에 최소 3번 이상 개회하도록 하는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됐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어. 국회법 통과 이후 법안소위를 월 3회 이상 개회한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었어. 그런데도 세비는 꼬박꼬박 받고 있지. 법을 만드는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니 신뢰가 생길 수 없지.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욕먹을까 봐 이대로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표를 막고 다양성을 복원하는 일도 중요하니까. 깡패니 폭력이니 거친 말로 정쟁만 하지 말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정치권이 철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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