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오랑캐"…李, '체포동의안' 보고 앞두고 '매운맛' 공세
입력: 2023.02.24 00:00 / 수정: 2023.02.24 00:00

野지도부 "檢·尹이 선 넘었으니 되갚아 주는 것"
일각선 '총선 위해 李 거취 결단' 요구 계속될 듯


24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한층 매워 졌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검찰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뉴시스
24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한층 '매워' 졌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검찰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무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21일 경제위기대응센터 출범식)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나"(2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되고 있다. (중략)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23일 기자간담회)

24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한층 '매워' 졌다. 이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자신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에 "사건은 바뀐 게 없이 대통령과 (수사 담당)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뀐 것"이라고 반박하며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열변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정부와 여당 공세 수위를 높여 '강 대 강' 대결을 불사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3일 오전 당대표회의실에서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형식은 기자간담회였지만, 전체 67분 진행 시간 중 이 대표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한 반박 발언과 정부·여당 비판 공세를 이어가는 데 사용한 시간만 '47분'이었다. 체포동의안 보고와 표결을 앞두고 자신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편파적임을 강조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권이 바뀌니 '없는 죄'를 만들어내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영장에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찾아낸 게 없다 보니 검찰에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된 진술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권력이 조작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상황을 '사법 사냥'이라고 비유했고, 민주당에서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강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을 향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게,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검찰이 주장한다)"며 "그러면 대통령 부인(김 여사)은 어떻게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뉴시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안 관련 질문 답변 도중 이 대표가 검찰을 '강도·깡패·오랑캐'에 빗대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과거 자신의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 당시에는) 지금처럼 없는 사건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을 대놓고 할 거란 예상은 없었다"며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며 불체포특권 활용 의사를 밝혔다.

또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총선에 승리할 방안이 있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투쟁'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며 "오랑캐 침입 자체를 막을 방법이 있냐 하면 없다. 전 그게 정치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말을 되갚아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이재명 잡겠다고 이재명 가족, 이재명 친구, 이재명 후원자, 이재명 이웃, 이재명 지지자들, 이재명과 아는 사람들이 저 때문에 너무 고통이 크다"며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냐, 국가 권력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냐"라고 정권과 검찰을 비판했다. 이 발언은 지난 2016년 윤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했던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깡패"라는 말을 이 대표가 인용해 비꼰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21일 이 대표는 당내 '경제위기대응센터' 출범식을 갖고 정부의 민생 경제 위기 대응 능력을 직격하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무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검찰과 야당 사이 강한 정치적 전선이 형성된 것에 관해 검찰이 국가 공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을 꼬집기 위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말로 그대로 되갚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도 "정권이나 검찰의 행위들이 도를 넘었기 때문에 대표 입장에서도 그렇게 세게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압수수색을 공식적으로만 275번 당한 상황에서 점잖게 말할 입장이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27일 표결 이후 대표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가정적 질문이라 지금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재판 진행에 따라 지도부 공백 우려가 생길 것에 대한 우려와 관련한 질문에 "제가 경기지사일 때 네 가지 혐의로 기소돼 전부 무죄를 받은 일이 있다.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도정 평가는 꼴찌에서 1등 평가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과거 사례를 끌어왔다. 경기지사 때처럼 직을 유지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27일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대신 이후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자는 물결이 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소장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내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복잡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조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소장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내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복잡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조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내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복잡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체제 하에서 방탄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개미지옥"이라며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슬라이스 쳐서, 쪼개기 영장으로 계속 들어올 거 같은데 그럼 그때마다 어떻게 할 건가"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되 당 대표한테 결단을 요구하자 하는 그룹이 하나 있다"며 "또 어떤 그룹은 검찰 영장이 이렇게 허접하니 아예 법원은 이건 기각할 거다. 당당하게 표결하지 말고 먼저 (영장실질심사에) 나가시라, 이런 그룹이 또 있다"고 했다.

민주당 원로들도 '선당후사'를 이야기하며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유인태 전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앞으로 정치를 하려면 좀 감동적인 모습이 있어야 되는데 대선에서 지고 인천에 보궐선거 나가고 한 모양들이 어쩐지 좀 '꾀죄죄'해 보이잖나"라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울림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총장은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라고 했다. 그는 "다음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거기에서 당당하게 (기각돼) 돌아오면 그다음에 (당내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가지고 누가 얘기를 할 거며, 아마 당 지지율도 꽤 올라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도 간담회에 참석해 이 대표를 향해 "다음번엔 떳떳하게 체포동의안에 임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예정대로 오는 6월 귀국 의사를 밝혀 역할론이 제기된다. /남용희 기자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예정대로 오는 6월 귀국 의사를 밝혀 역할론이 제기된다. /남용희 기자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예정대로 오는 6월 귀국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귀국 이후 당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정치활동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인의 의지는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의 요청이 있으면 (이 전 대표가) 검토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본인 생각도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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