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무회의 토론서 노조 '비정상' 규정…'정상화' 강조
"임기말까지 모든 적폐 뿌리 뽑도록 최선의 노력 다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21일) 국무회의 토론 중에 "노조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반대'를 외친다거나 '채용 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노조가 정상화되면 우리 기업 가치도 저절로 올라가고 일자리 또한 엄청나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2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인데, 그것을 못 지켜서는 경제 발전이 어렵다. 또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노조가 정상화된다면 기업 가치도 올라가고, 우리 자본시장도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노조를 '비정상', 바로 잡을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 한 참석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기가팩토리를 한국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노조 때문에 포기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근거가 불확실상 말로 노조를 한국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대상으로 지칭한 셈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건설사로부터 '월례비'(급여 외에 일종의 상납금)를 받아온 타워크레인 기사와 관련해선 "왜 지난 5년 동안 이런 문제가 언론에 크게 안 나왔었겠느냐. 누구도 이런 것을 문제 삼고, 또 문제를 삼아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 아니었느냐"며 "노조도 문제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적응해서 살아온 것 아니냐. 이런 병폐를 바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문제를 알고, 알리기 시작하면 그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는 것"이라며 "이제 끝까지 가야 한다. 조금 하다 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말까지 우리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적폐를 뿌리 뽑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건설현장의 갈취, 적폐 사례로 지목한 '월례비'는 지난 5년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공사 일정을 맞추는 게 중요한 시공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독촉해서 근무시간 외에 추가로 일을 독촉해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조금씩 쥐여주던 1960~1970년대 관행이 굳어진 것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국무회의 발언 등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에 따라 법적으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월례비를 불공정 거래행위로 규정한 판결도 있었지만,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익금 청구 소송 항소심(2심)에서 건설사 청구를 기각했다.
광주고등법원은 "하청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가지게 됐다"며 "공사 입찰 시 월례비 등을 견적금액에 반영한 점, 철근콘크리트 협의회에서 정한 상한선 등을 볼 때 건설사가 원청, 기사들과 합의한 것으로 보이고 강제로 지급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 투명성에 대한 질문엔 "노조 조합원들도 도대체 내가 낸 회비를 집행부가 어디에 가져다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지만, 노조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며 "왜냐, 가만히 안 놔두기 때문이다. 완전히 왕따 시키고 고통을 주는 것 아니냐. 그렇지만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가면 이제 변화도 시작될 것"이라고 노조가 일반 회계비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측은 "조합원이 낸 조합비가 모여 '일반 회계'가 된다. 조합원은 누구든지 열람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는 충실히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또 "공정한 경쟁을 통해 노조는 노조답고, 사업주는 사업주답게 만드는 좀 제대로 된 시장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올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노조는 노조의 역할이 있다. 노조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고, 사업주는 사업주로서의 어떤 지켜야 될 경영과 노사관계에서도 윤리가 있다고 본다"며 "거기에 따라서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우리 시장경제 시스템을 잘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변인은 국무회의 토론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한 국무위원이 비리를 저지르는 노조도 문제지만, 비리를 방치하는 사업주도 심각성은 물론 다르지만, 책임이 있지 않나 싶다는 발언을 했다"며 "사업주도 처벌하면 그런 명분 때문이라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할 수는 있다는 이런 의견이었지만, 조금 설명을 곁들이면 토론 전체의 분위기는 '노조 전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분위기였고,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일부 언급이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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