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서너 배 늘어"…항공 증편 발표에 기대감 '쑥'
中관광비자 여전히 발급불가…교류 정상화 최종단계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국 비자신청서비스센터에 비자 발급을 대행하러 온 여행사 직원들이 줄지어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 조채원 기자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확실히 많아졌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열흘 전보단 서너 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중국 비자신청서비스센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중국 비자 발급을 대행하는 여행사 직원 A 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졌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3층 복도를 중심으로 개인과 여행사 두 갈래로 나눠진 안내 창구에는 여행사 직원, 개인 자격으로 비자를 신청하러 온 한국인과 중국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안내 직원들 역시 밀려오는 방문객들의 서류를 확인하고 문의 사항을 처리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왜 사람이 많아졌을까. 지난달 10일부터 한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했던 중국이 18일부터 이 보복성 조치를 일부 해제하면서다. 중단된 단기 비자는 중국 거래처 방문 등 사업 목적, 중국에서 일하거나 유학 중인 가족 방문 목적으로 발급되는 것이었다.
중국은 한국이 지난달 2일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 급증을 이유로 한국행 중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자, 한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 요건을 '중국 국가기관, 중앙기업, 각 지방 주관부서에서 발급한 초청장'으로 변경했다. 사실상 단기 비자는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한 중국인이 여권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
이후 한국은 중국의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이달 11일부터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했다. 중국도 이에 호응해 한국인의 중국 단기 비자 발급 요건을 원상복구했다. 이제는 사업 목적인 경우 거래처의 초청장, 가족 방문인 경우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중국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격리 부담도 사라졌다. 중국이 지난달 8일부터 해외발 중국 입국자에 대한 의무적 시설 격리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경우 중국 비자와 출국 48시간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으면 중국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이 22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요건을 완화한 것, 한중 간 항공편 증편 계획을 밝힌 것도 한중 인적 교류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김성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총괄조정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내달 1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후 PCR 검사를 해제하고, 인천공항 외의 다른 공항을 통한 입국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비자 보복' 해제처럼 중국도 이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현재 주 62회인 한국, 중국 간 국제선 항공편을 이달 말까지 주 80회로, 다음 달부터는 양국 합의 수준인 주 100회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관광 비자 있으면 간단한데, 수원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다만 한국인이 단순 여행 등 '관광을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는 방법은 아직 없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막힌 관광 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아직 풀지 않고 있다. 중국에 놀러 가고 싶거나 지인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들에겐 아쉬운 일이다.
의외로 중국인에게서 관광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 상황이 빚은 불편함을 들을 수 있었다. 산둥성 웨이하이가 고향인 중국인 여성 B 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거주 중이다. 격리 제도가 풀린 것을 계기로 3년 만에 한국 국적인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기 위해 비자센터에 방문한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에 가는 게 예전보다 번거로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자에게 "관광 비자가 있었으면 여권만 보내 대행사에 맡겼을 거다. 한국·중국에서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여러 서류를 직접 준비한 김에 신청도 하러 왔다"고 말했다.
"비자 다 받았는데…얼른 중국에 가서 수업을 듣고 싶어요."
산둥성 옌타이 한 대학교 어학연수 과정을 신청한 대학생 C 씨는 이날 학업 비자 발급 절차를 마쳤다. 그는 학기는 이미 시작됐지만,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엔 흔했던 옌타이행 직항은 주 1회뿐이고 그마저도 3월에야 표를 구할 수 있다. 급한 대로 옌타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중 하나인 웨이하이행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제선 이용객들이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뉴시스 |
정부가 이달 말 80회까지 항공기 증편을 허가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수치다. 코로나19 이전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주 1000회가량으로 100회까지 늘어도 회복률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점차 국경을 개방하는 추세인 데다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 만큼 조만간 관광 비자 발급도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관광 비자 재개 전망에 대해 "중국이 한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대한 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한 상황인 만큼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은 관광 비자 발급 재개와 관련해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