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與 당권주자, 중원 표심 공략…충청권 응원 열기 '후끈'
입력: 2023.02.21 17:35 / 수정: 2023.02.21 17:58

충청권 합동연설회…당 대표 후보들 견제 치열
'윤심' 김기현 지지자 대거 출동…당심은 분분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이새롬 기자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대전=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3·8 전당대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충청권 당심 사냥에 나섰다. 저마다 충청과 인연을 강조하거나 경쟁 상대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들을 향한 충청권 당심은 분분했다.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장. 당 추산 3000여 명의 당원과 시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지지하는 후보별로 뭉쳐 앉았다. 연단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왼쪽에는 안 후보와 황 후보 지지자들 자리를 메웠다.

당원들의 응원 경쟁이 후끈했다. '이기는 리더십 김기현' '총선 압승 안철수' '정통보수정당 재건 황교안' '대통령 공천·안사 불개입 천하람' 등 각 후보별 핵심 기치가 담긴 피켓과 깃발이 행사장을 수놓았다. 김 후보의 지지자들은 '당대표 김기현'이 적힌 '반짝이' 상의를 맞춰 입어 눈길을 끌었다.

사회자가 당 대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윤심'을 등에 업은 김 후보의 이름이 불릴 때 큰 함성이 터졌다. 단상에 오른 김 후보는 반색하며 당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 후보와 황 후보의 지지세도 만만치 않았다. 상대적으로 이준석계인 천 후보를 향한 응원 소리는 다소 약했지만, 소수의 지지자들이 목청껏 천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천 후보에게 무언가 항의하는 여성도 있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일부 지지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일부 지지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金 'KTX 역세권' 투기 의혹 견제구에 지지자들 몸싸움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 목도리를 착용한 황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의혹을 거론했다. 그는 "김 후보의 권력형 토건 비리가 심각하다"며 총선 필패를 우려했다. 황 후보 지지자 측에서는 "황교안"을 외쳤고, 김 후보 지지자 측에서는 야유와 욕설이 나왔다. 일부 지지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자 당직자들이 자제를 촉구하며 진땀을 흘렸다.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하는 안 후보는 총선 승리와 객관적인 공천을 약속했다. 그는 "제 머릿속에는 오로지 총선 승리밖에 없다. 투명한 공천시스템만 만들고, 공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이 명령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기쁘게 출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 출신 김 후보를 향해 수도권 출마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저는 후보들 중 유일한 과학기술 전문가"라며 "충청을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대전을 과학기술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 혁신과 개혁을 기치로 내건 천 후보는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다짐했다. 그는 "천하람이 이끄는 집권여당이 노동자들을 위한 제3 노조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다르게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더 공정하다. 국민의힘에서 적극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거대 노총의 이기주의와 횡포에 맞서는 동시에 일하는 사람의 편에 서는 일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경쟁 후보들이 울산 땅 투기 의혹 관련 공세에 대해 "민주당이 늘 써먹었던 가짜뉴스를 재탕, 삼탕 반복하고 있다"며 "제가 문재인 정권의 처절한 탄압 속에서도 죽지 않고 오뚝이처럼 살아 있는 것은 청렴결백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지들로부터 가짜뉴스 덮어씌우기, 민주당의 프레임으로 공격받아 어이가 없다"며 "아무리 권력이 탐난다지만 이게 보수의 품격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 밖 차도에 김기현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늘어서 있다. /대전=신진환 기자
21일 오후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맥센터에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장 밖 차도에 김기현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늘어서 있다. /대전=신진환 기자

◆분분한 충청권 당심…응원단 규모는 金 압도적

당원들의 표심은 어느 후보로 향할까. 책임당원 홍모(55) 씨는 <더팩트>와 만나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합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다른 후보들은 윤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것 같나'라는 물음에 "일단 천 후보는 이준석 전 대표와 친분이 두텁기에 또다시 당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와 황 후보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충북 단양 출신 이모(60·여) 씨는 "김 후보와 황 후보가 당을 잘 이끌어갈 것 같다. 전당대회 때 누구를 뽑을지는 결심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 씨는 "지역 정가에 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는 모습을 안 좋게 보는 영향이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20·30 청년층도 당 지도부 선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대 김지훈 씨는 "당이 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며 "천 후보가 꼰대 이미지가 강한 우리 당을 참신한 당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천 후보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응원단 규모로만 보면, 김 후보가 압도적이었다. 당 대표 후보의 연설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행사장 밖에서는 김 후보 응원 피켓을 든 지지자들이 차도 양 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줄 길이만 어림잡아 100m 정도는 돼 보였다. 이 대열에 있던 20대 여성은 "김 후보 지지자들"이라며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연단에 모여 이날 생일을 맞은 김 후보에게 축하 노래를 합창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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