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가량 격론 끝 민주·정의당 찬성으로 통과
노란봉투법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남재영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거수표결 9인 찬성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것"이라고 전해철 환노위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회의장을 퇴장하지는 않았다.
표결에 앞서 약 1시간가량 진행한 대체토론에서는 여야 격론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현실에 맞게 보장하는 법이라고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쟁의행위가 남발돼 산업현장에 혼란이 온다며 반발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손배소를 근절하자, 노동자에 대해 수백억이라는 손배소를 매기는 게 과정 사리에 맞는 건가가 법안의 본질"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라고 이야기하면서 왜 기업에만 글로벌 스탠다드 제시하나.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법"이라는 정부 발언을 겨냥하며 "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파업 만능이라니 천공인가. 1년 후, 2년 후 5년후 파업이 일어난다고 이야기 듣고 왔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저도 노동운동 했던 사람으로서 노동자 사랑하는 마음이 왜 없겠나. 노동자 잘 먹고 잘 사는 나라 만들고 싶다"면서도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국가 경쟁력 키워야 한다. 그런 속에서 현재 노조법 만으로도 충분히 노동자 보호 3권 보장 다 된다. 이전투적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외국 자본이 투자하겠나. 외국 자본 들어오지 않고 국내 자본 밖으로 나갔을 땐 피해 보는 사람들은 민노총, 한노총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1000만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김상수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건설노조를 규탄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같은 당 이주환 의원도 "노동권을 보장해주자는 입법 취지는 잘 알겠다"면서도 "사용자 측이나 국민 측에서 관련된 재산권 지켜줘야 하는데 그런 게 충분히 고려됐는지 그런 건 토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방적인 노동권 보장에 있어서 생길 피해를 예상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막무가내로 날치기로 통과시키게 되면 부작용을 누가 책임지게 될 건가. 중요 법안은 빨리 가는 것보다 제대로 만들어서 노동권 보장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은 8건은 이미 문재인 정권 때 제안됐다. 그런데 2년간 아무것도 안 하다가 윤석열 정권 들어오니 윤 정권이 반노동정권인냥 밀어붙이기 위해서 지금 상정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적절성을 두고도 여야 공방이 오갔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17일 환노위 안건조정 소위를 약 20분 만에 마쳤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이견이 큰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심사할 수 있도록 한 국회 숙려 기구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날치기 통과를 하고 있다, 법이 마치 악법을 그냥 통과시키는 것처럼 말하는 건 유감"이라며 "오래전부터 논의했고 2년 전부터 심의하자고 했고 국민의힘은 심의를 기피했는데 어떻게 날치기가 될 수 있나"라며 법안심사 소위와 안건조정소위 모두 국민의힘이 퇴장을 거듭해왔다고 지적하며 "법 통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퇴장은 토론이 안 될 때 마지막 수단"이라며 "우리가 일하기 싫어서 퇴장하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수정안이 제시된 만큼 법안 심사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오히려 법안이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영국 등 입법례가 있는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배청구는 (수정안)에 없다. 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은 대안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오늘 부족하지만 하청노동자들에게 헌법상 보장된 노동3법 누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된 법안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정의당이 지난해 9월 당론 발의해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민주당은 당초 신중론을 밝혀왔으나 이달 들어 당 지도부가 추진 의지를 보이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날(20일) "합법파업보장법은 헌법이 정한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균형추"라며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조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동쟁의 때 단체 교섭 대상을 원청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파업 당시 손해배상으로 47억 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시민단체 등이 배상금에 보태라고 '노란봉투 보내기 운동'을 벌인 데서 유래했다. 관련 입법 논의는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 파업 당시 원청이 노조에 470억 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재점화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원안에서 일부 보완한 민주당 수정안이다. 정의당이 요구해온 조합원 개인에 대한 청구 제한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 제한 등은 제외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기기 쉽지 않다고 보고, 법사위에서 60일 계류한 후 소관 상임위 표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고,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된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