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향해 '보수 정체성' 공세...전통적 보수층 공략 이어가
'친윤 없는 안정감' 보여주는 건 숙제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오른쪽)는 울산KTX 의혹에 적극 반박하는 한편 중도 확장에 나서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김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협위원장 출신 '바른정치 모임'의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16일 앞두고 당권주자 간 네거티브 공방이 위험 수위로 치닫는 가운데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대세론을 굳힐지 주목된다.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 후보는 안철수·황교안 후보로부터 '울산 KTX'와 관련한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김 후보는 "이미 아무 문제 없다고 밝혀진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공방은 식을 줄을 모른다.
김 후보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은 공세에 대해 "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인 것이 확인되고 있으니 무조건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네거티브 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해당 의혹을 두고도 "15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마르고 닳도록 계속 써먹었던 건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다 밝혔다"고 거듭 반박했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핵관 공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김 후보는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는 장 의원 본인이 스스로 임명직을 안 맡겠다고 선언했다. 당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임명직을 안 맡겠다고 했다"며 "선공후사,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인데 그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절하하면 그게 맞나"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선 "'당무개입'이라는 말이 잘못됐다. 당과 대통령은 서로 업무에 협조하도록 당헌당규에 명시되어있다"면서 "(공천에) 대통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라고 주장하며 대세론을 굳히는 한편 양강구도를 형성한 안 후보를 향해서는 '보수 정체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층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 의혹을 처음 끌어올린 황 후보에 대해서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데 결선투표로 갈 경우 황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동시에 김 후보는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날 '개혁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 출신의 전 당협위원장 30여 명이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2017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유승민 전 의원이 창당한 정당이다. 바른정당은 이후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다.
유 전 의원의 지지기반인 인사들이 안 후보나 천 후보가 아닌 김 후보를 지지하면서 김 후보가 중도·개혁보수 지지층까지 끌어안으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황교안 후보가 지난 15일 제기한 김 후보의 울산KTX 의혹 관련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국회사진취재단 |
안 후보 측은 연일 김 후보를 향해 울산KTX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안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가) 이번에 완전히 (의혹을) 털고 대표가 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물어뜯어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본인과 우리 당을 위해 제대로 해명하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KTX 의혹은 지난 15일 방송 토론회에서 황 후보가 처음으로 제기했다. 황 후보는 해당 의혹을 '전형적인 권력형 토건 비리'로 규정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지층이 겹치는 황 후보에 대해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를 향해서는 민주당과의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임을 들어 '보수 정체성'을 공격하며 맞받았다.
앞서 당 선관위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 선관위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근거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며 "이런 행위가 지속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선관위는 입장발표는 김 후보 측이 안 후보의 의혹 제기에 선관위의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힌 당일 이루어졌다.
'윤심(尹心)' 후보라는 점은 김 후보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김 후보는 친윤계의 도움이 없이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초 김 후보의 지지율은 5%대에 머물렀으나 '김장연대'를 기점으로 상승가도를 달렸다. 나경원 전 의원의 등장, 안 후보 지지율 급등 등 대세론이 흔들릴 때마다 대통령실은 '윤심'이 김 후보에게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김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의 당무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친윤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 당대표 추대론'이 떠오르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 의원이 김 후보와 '김장연대'를 형성하면서부터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왔다. 이에 장 의원은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천하람 후보는 지난 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장 의원이 당직이 있어 윤핵관인가?"라며 "지금도 국민공감 주도하고 권력 줄 세우기 하면서 당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걸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 고작 당직을 주지 않을 거니까 문제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나 또 다른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