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 식량난 심각…굶어죽는 주민 속출"
입력: 2023.02.20 18:13 / 수정: 2023.02.20 18:13

정부내 평가 엇갈린다는 지적엔 "고난의 행군 만큼은 아냐"
전문가 "무력도발과 연계 해석은 무리"


2021년 5월 25일 북한 농민들이 평양 락랑구역 남사협동농장에 벼를 심는모습. / 뉴시스
2021년 5월 25일 북한 농민들이 평양 락랑구역 남사협동농장에 벼를 심는모습. /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통일부는 20일 북한 일부 지역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잇따라 나오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관계기관 간에 북한 식량 사정 평가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며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이날 발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

구 대변인은 정부 내 평가가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권 장관이)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난의 행군은 김일성 사망 이후 1990년대 중후반 북한에 대기근 사태로, 우리 정보 당국은 당시 46만여명이 아사한 것으로 판단한다.

통일부는 북한이 세계식량계획(WFP)에 원조를 요청했는지를 두고 권 장관과 WFP 측 발언이 다른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권 장관은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쿤 리 WFP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은 17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권 장관의 발언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WFP는 북한의 공식적인 식량 지원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 대변인은 "장관과 국제기구 수장과의 면담과 관련해서 상세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WFP 사무총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비록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북한 측이 WFP의 지원을 희망하는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북한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 것은 이런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라고 전했다.

대량 아사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실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아사자 규모가 어느정도 되느냐 대해서는 북한 소식통에게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이달 하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농사, 농업문제를 주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며 "식량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 심화와 최근 잇단 미사일 도발을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북한이 올해도 핵·미사일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예산은 별도로 책정돼있다"며 "민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통화에서 "경제 부문으로 돌아가야 할 재원들이 무기 개발로 투입됐을 막연한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어 단정짓기 어렵다"며 "최근 북한 식량난 심화 원인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봉쇄 정책을 취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평가했다.


chaelo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