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안'이냐, 엄호냐…민주당 '진퇴양난'
입력: 2023.02.20 00:00 / 수정: 2023.02.20 00:00

'영장 실질심사' 승부수 던질까…'총선' 시나리오도 고심

더불어민주당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대응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17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대응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17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 대표.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검찰발 악재에 더불어민주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회로 넘어오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 모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단결하자"며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하지만, 연이은 수사 공세에 당내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줄곧 노출되면서 '추진력 강한 정치가' '원칙론자' 등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도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은 1년여 남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등 승부수를 던져 출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검찰의 '사법 리스크' 압박에 대한 민주당 대응 방침은 뚜렷하다. "정적 제거, 정치 탄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당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다음 날인 지난 17일 국회에 현역 의원, 보좌관, 지역위원장, 당원과 지지자 등 3000여 명을 집결시켜 내부 결속을 강화했다.

그러나 물밑에선 당 대응 방식을 두고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당장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 입장을 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자유투표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당론 표결'에 대한 비이재명계의 반발이 거세고, 자유 투표로 하더라도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당이 온전히 떠안게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체포동의안' 선택의 고비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428억 원 약정 부분을 추가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백현동 개발 특혜, 정자동 호텔 특혜, 대북송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계속 던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발로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흘러나왔다. 사법리스크와 여권의 방탄 공세에 갇혀 정국을 끌고 간다면 그에 따른 부담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국민의힘은 연일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하고 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민생이 정상화되려면 '정치방탄'을 위해 이 대표 개인의 로펌으로 전락한 민주당부터 정상화돼야 한다"며 "체포동의안 표결이 공당으로서 민주당의 자격을 테스트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이재명계에선 영장 실질심사 청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홍영표 의원. /이새롬 기자
비이재명계에선 '영장 실질심사 청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홍영표 의원. /이새롬 기자

비이재명계에선 이 대표가 자진해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에 원칙을 지키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고, 당도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도 '영장실질심사'가 적절한 출구 전략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방탄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도 잘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당장이라도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이 사건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은 부결되고, 가결돼도 문제"라며 "당이 계속 방어해준다면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으로 계속 자리매김할 거고 검찰에 의해 정국이 끌려 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표결'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재판과 수사는 법 절차에 따라 정상 진행된다"며 "세 차례 검찰 소환에 자진 출석했듯이, 이 대표는 재판에도 당당히 임하여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마다 '승부수'를 띄워온 이 대표가 결단할 가능성도 졈쳐진다. 그는 '여배우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직접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사를 해 논란을 잠재웠고, 당 내부의 만류에도 검찰 대면 소환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혀 세 차례 출석한 바 있다.

'총선 필승'도 민주당이 풀어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지난해 8월 구주류인 친문계는 사법 리스크를 예측하며 이 대표에게 불출마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가 내세운 명분은 '총선 승리'였다. 이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유능한 민생 대안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역량 있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누구나, 민주당의 확고한 공천시스템에 따라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정당 개혁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도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나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도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나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그러나 이 대표의 다짐과 달리 '사법 리스크' 대응으로 당력이 소모되고, 의원들의 민생 행보가 빛바래고 있다는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결이 최우선"이라며 공천 시스템 개편 움직임도 주춤한 모습이다. 이 대표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딛고 인천 계양을 출마부터 당대표 출마까지 강행하면서 '원칙론자' '추진력 있는 행정가'라는 정치적 자산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사법 리스크' 대응으로 인한 당내 피로감도 쌓여 있다. 지난해 10월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이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여러 차례의 규탄대회, 릴레이 침묵 시위, 철야 농성은 물론 대규모 장외투쟁 벌였다.

최근 여론도 달갑지 않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갤럽 2월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0%, 국민의힘은 37%다.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박 교수는 "(수사) 사안이 너무 많아서 (민주당이 이 대표의) 구속을 각오하고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연말쯤 비대위 체제를 만들어놓고 본인이 내려오는 방식이 오히려 운신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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