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vs 안철수, '경쟁'에서 '이전투구'로 변질
입력: 2023.02.18 00:00 / 수정: 2023.02.18 00:00

金, 安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에 '정체성' 공격
당권 승기 잡기 위한 노림수 분석…당 선관위 '자제' 촉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과거 당적을 문제 삼으며 보수 정통성 약점을 건드렸고, 안 후보는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재소환했다.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과거 당적을 문제 삼으며 보수 정통성 약점을 건드렸고, 안 후보는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재소환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윤심' 김기현 후보와 '수도권 대표론' 안철수 후보 간 신경전이 난타전으로 확대되며 상호 비방전이 위험수위까지 치닫고 있다. 경쟁 후보의 약점을 건드리는 전략으로 득을 얻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네거티브 효과에 기대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후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대 화두로 떠올랐다. 김 후보가 1998년 사들인 울산지역 임야 일부가 KTX 울산역과 삼동면을 잇는 구간으로 지정돼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다. 2021년 야당은 김 후보의 해당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권주자 황교안 후보가 지난 15일 첫 TV 토론회에서 김 후보의 의혹을 재점화했다.

이후 안 후보도 김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하며 의혹을 부각했다. 그는 지난 16일 광주·전남·전북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황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95% 할인해 팔겠다는 능글맞은 말로 시세차익이 났다는 걸 오히려 인정했다"며 "1800배 차익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의 발언을 악의적인 인신공격이자 흑색선전으로 규정한 김 후보 측은 "음해, 날조, 인신 모독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공문을 보내 엄정 관리를 촉구했다. 공문에는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은 김 후보가 의혹이 있었다면 정치적 생명이 끊겼을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도 담겼다.

캠프 측은 구체적으로 김 후보 소유 임야를 지나는 'KTX울산역-삼동 도로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3월 삼동면민들과 박맹우 당시 울산시장이 실시한 간담회 이후로, 땅 매입 시기와 약 8년 1개월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또 현재 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동 임야의 매매 추정가격도 평당 3만 원대 내외라며 1800배 시세차익도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을 향해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유흥수(가운데) 당 선관위원장.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을 향해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유흥수(가운데) 당 선관위원장. /남윤호 기자

당 선관위는 입장문에서 "최근 전당대회 열기가 가열되며 후보 간 근거 없는 비방, 일부 후보의 지나친 언행으로 국민과 당원에게 우려를 끼치고 있어 깊은 유감"이라며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가 지속되면 당헌·당규에 따른 직접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김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후보 검증 차원에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방전을 자제하라는 당 선관위 입장이) 차라리 빨리 나왔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흑색선전을 우려한다는 당 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캠프 측에서도 공식 논평을 내고 "이미 오래전 김 후보는 철새정치인, 이당 저당 기웃거린다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급기야 후보는 물론 대변인 논평에서도 계속 민주당 DNA, 민주당의 피라는 막말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온 국민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동산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비방이니 경고니 하면서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서 흔쾌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앞으로 보다 공정하고 적극적인 선관위의 활동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 후보와 안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는 배경은 승기를 잡기 위한 차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3일부터 사흘간 국민의힘 지지자 465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 후보가 42.4%, 안 후보 30.1%로 각각 집계됐다. 격차는 12.3%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어 천 후보 10.7%, 황 후보 9% 차례다.

당 선관위의 중재로 양 후보 측 비방전은 한층 수그러들 전망이다. 여당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치열한 선거판에서는 필연적으로 네거티브 전략이 동원된다. 쉽고 빠르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도 있으나 과도한 흑색선전은 유권자의 거부감이나 반발심도 유발하는 만큼 자제하는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두 후보도 잠시 상호 비방을 자제하겠지만 전대가 다가올수록 후보 간 공세 수위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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