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입씨름' 與 당권주자 TV토론, 품격을 보고싶다
입력: 2023.02.17 00:00 / 수정: 2023.02.17 00:00

자기 할 말만…정책 대결 실종
말 자르기에 답변 시간도 부족…상대 존중해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첫 TV토론회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천하람·김기현·안철수· 황교안 후보가 이날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첫 TV토론회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천하람·김기현·안철수· 황교안 후보가 이날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선 왕왕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수시로 정치 현안에 관한 논평을 발표하는 여야 대변인들이 자당을 비판하는 상대 당의 온(ON) 브리핑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일이다. 물론 시간대가 겹쳐 발생하는 일이다. 소속이 다른 다수의 의원 앞에서 직격탄을 날려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여당 대변인이든, 야당 대변인이든 차례를 대기하는 쪽에서는 비판 논평이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면전에서 꼬투리를 잡는다면 얼마나 듣기 거북하겠나. 보는 이가 어색할 정도지만, 당은 달라도 여야 대변인들은 서로 가볍게 인사하며 교대한다. 같은 대변인으로서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도 상대를 존중했으면 한다. 1등만이 권력을 쥐는 선거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당권 경쟁이 점점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경쟁 상대를 향해 각종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비방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친윤계와 비윤계가 공개적으로 상대 진영 후보를 비난하며 선거를 더욱 혼탁하게 한다.

15일 진행된 첫 방송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후보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다. '양강'을 이룬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전략적으로 상대에게 집중 질문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보수 정체성이 약하다는 점과 리더십 흠결을 부각했다. '수도권 대표론'을 띄운 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내년 총선 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촉구했다.

지난 15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주관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첫 방송토론회에서 정책 대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15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주관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첫 방송토론회에서 정책 대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국회사진취재단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의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투기 의혹을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용기 있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만드는 당마다 다 망가뜨리고 우리 당으로 들어온 뻐꾸기 후보"라며 과거 당적을 문제 삼았다.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도마에 올렸다. 특히 김 후보를 상대로 친윤계와 결탁한 배경을 추궁하는 등 공세를 퍼부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계파 갈등으로 당이 분열됐던 전례를 비틀어 질문하기도 했다. 당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취지의 소신을 밝힌 천 후보도 다른 후보들처럼 입씨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각 후보는 자기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라는 이유로 다른 후보의 답변을 자르기도 했다. 두 차례 주도권 토론 때 주어진 각각 6분과 7분의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상대 후보에게 최소한의 답변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 일부 후보들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 때 미처 못한 답변부터 내놨다. 심지어 안 후보의 질문이 끝났을 때 천 후보에게는 5~6초의 시간이 주어졌다.

기대했던 첫 TV토론회는 그들만의 언쟁만 기억에 남는다.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방송토론회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인데, 당권주자들은 첫 토론회부터 신경전만 벌였다. 당을 이끌 차기 리더가 이렇게 국민을 앞에 두고 소모적 언쟁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상대를 깎아내려야 할까.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은 빛나기 마련이다. 남은 세 번의 토론회(20일·22일·3월3일)는 단순히 표심을 끌기 위한 무대가 아닌, 품격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