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민의힘 전대 제주도 합동연설회, 지지자들 기싸움 치열
입력: 2023.02.13 16:42 / 수정: 2023.02.13 16:44

국민의힘 당원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에 "어쩔 수 없는 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안철수, 김기현, 천하람 당 대표 후보. /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안철수, 김기현, 천하람 당 대표 후보. /뉴시스

[더팩트ㅣ제주=조성은 기자]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는 3·8 전당대회의 축소판이었다. 합동연설회가 개최된 제주 퍼시픽호텔 입구는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붉은 옷을 입은 국민의힘 당원들 100여 명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당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큰 소리로 연호하며 세를 과시했다. 바로 옆의 사람과 대화도 어려울 정도였다.

당내 조직력에서 앞서는 윤심(尹心) 후보인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지지자가 가장 많아 보였다. 호텔 입구 앞 중앙에는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붉은악마 머리띠를 하고 꽹과리를 치며 돌았다. 붉은색 한복을 입고 마이크를 들고 김 후보의 이름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당대표는 김기현'이라고 쓰인 깃발도 눈에 띄었다.

주위로 '정당한 국민의힘 이기는 김기현'이라 쓰인 손팻말을 든 당원들이 둘러쌌다. 호텔 정문 앞에는 '큰 정치인 김기현', '대통령 지킴이 김기현 당대표'라고 쓰인 펼침막이 자리 잡았다.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당원 김동현(50) 씨는 "다른 후보도 훌륭하지만, 당의 화합을 이끌어갈 조건을 갖춘 후보는 김 후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춘선(70) 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해서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뒤편으로 황교안 후보를 응원하는 '뚝심 황교안' 등의 문구가 적인 펼침막이 있었다. 황 후보 지지자 20여 명은 같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황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입구 앞 한쪽에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 30여 명이 모여 안 후보를 응원했다. 이들은 '당대표는 안철수', '총선 압승, 승리의 당대표'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코로나19 당시 봉사활동을 하던 안 후보의 사진도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당원을 위해 땀 흘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50대 이상의 당원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안 후보의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젊었다.

'당대표는 안철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던 강민혁(30) 씨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청년 공약이 많고 청년 당원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통령실과의 마찰에 대해서는 "안 후보가 (윤 대통령에) 많이 서운하고 불리하겠지만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호텔 입구를 들어간 이후에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수십 명의 당원이 몰려 있었다. 협소한 공간에서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무조건 김기현'이라 쓰인 손팻말을 든 서상수(69) 씨는 김 후보에 대해 "보수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울산시장 때부터 일을 잘한다고 느꼈다"면서 "당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 분이다. 4선 의원이고 원내대표로도 잘했다"고 밝혔다.

일부 당원들은 누구를 선택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성도(59) 씨는 "오늘 연설을 보고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대표에게는 집권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유기적으로 당·정이 협조할 수 있도록 그런 체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한민국 정치 현장에서 젊은 세대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서 "당내 민주화, 개혁 의지 등을 내세운 천하람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고 덧붙였다.

당원들은 당내 경쟁이 과열되는 데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성도 씨는 "당대표 선거에 경쟁이 과열돼 여러 가지 마타도어가 난무하는데, 이런 현상은 후보자들끼리 자중해서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에 대해 당원들은 대체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성도 씨는 "당대표와 대통령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용산 쪽에서의 당대표에 대한 관심 이상의 표현을 한다거나 그런 부분은 일정 부분 당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아무래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통령과의 소통이라든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조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하니까 개입을 안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과 당대표가 의사소통이 잘 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그런 게 바탕이 돼야 대통령과 당이 화합해서 이끌어나가는데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상수 씨는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강춘선(70) 씨는 "당과 조정하는 걸 뭐라 할 수 없고 깊은 속은 모르지 않겠나"라며 "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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