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내 고향 버스는 멈췄는데…의원님은 어디 갔나요?
입력: 2023.02.13 00:00 / 수정: 2023.02.13 00:59

野 '대정부 투쟁' 몰두에 당 쇄신·미래 의제 설정 안 보여
여야 전면전에 당력 소모…피해는 국민 몫


시내버스 운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구에선 우리 의원은 어디에 있나라는 말이 나왔다. 상단부터 지난 4일 민주당 장외투쟁에 참여한 김 의원, 시내버스 운행 중단 문제 해결 촉구 현수막, 2022년 11월 박홍률 목포시장과 목포지역 예산 관련 논의 모습.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시내버스 운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구에선 "우리 의원은 어디에 있나"라는 말이 나왔다. 상단부터 지난 4일 민주당 장외투쟁에 참여한 김 의원, '시내버스 운행 중단 문제 해결 촉구' 현수막, 2022년 11월 박홍률 목포시장과 목포지역 예산 관련 논의 모습.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인 목포에 내려갔을 때다. 그 많던 시내버스가 단 한 대도 다니지 않았다. 시내버스 파업 때문이다. 시는 대책으로 '1000원 택시'를 내놓았다. 승객이 1000원을 내면 나머지 비용은 시가 부담하는 구조. 태업해도 일정 보수가 보장된 탓인지, 택시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시는 부랴부랴 전세버스도 투입했다. 배차 간격은 1시간, 오후 8시가 막차였다.

고향 시민의 발을 묶은 시내버스 파업은 지난해 10월 사측의 장기간 임금체불에 노조가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곧 봉합됐지만 12월 12일부터 다시 버스가 멈춰 섰다. 사측이 가스요금을 내지 않아서다. 파업 사태는 사측의 부실 경영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예고된 문제를 중재하지 못하고 방치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 책임도 크다. 유독 추웠던 올겨울, 자차도 없는 어린 학생,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은 임시버스를 기약 없이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 4일 서울 숭례문 앞. 더불어민주당의 대규모 반정부 집회 현장을 찾았다. 내 눈에는 이재명 대표보다도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김원이 의원이다. 설 연휴 우리 가족 '밥상 성토장'에 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판하며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 의원은 바쁘다.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부터 '김건희 특검' 철야농성까지 대정부 공세에 '필참'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역구 시내버스 파업 해결을 위해 시의회와 대책을 논의하는 등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지금 정부를 공격하는 수준만큼 치열했는지는 의문이다. 비단 목포, 김 의원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반윤' 빼고는 없는 듯하다. 당무가 온통 윤석열 정부 때리기로 얼룩진 것 같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가적 과제를 발굴하고 당의 미래를 설계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일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양자컴퓨터 선도기업인 IQM 창업자등 양자컴퓨터 및 양자기술 전문가 간담회 개최하고 국회 로텐더홀 계단 내려오는 길에 김건희 특검 1인 시위하는 박찬대, 박범계 의원을 만난 모습. /박숙현 기자
지난 1일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양자컴퓨터 선도기업인 IQM 창업자등 양자컴퓨터 및 양자기술 전문가 간담회 개최하고 국회 로텐더홀 계단 내려오는 길에 '김건희 특검' 1인 시위하는 박찬대, 박범계 의원을 만난 모습. /박숙현 기자

그러다 보니 '내 얼굴에 침 뱉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1일, 박찬대 의원은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마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핀란드 양자컴퓨터 기업 IQM 창업자 등과 양자기술 간담회를 마치고 나왔다. 핀란드 관계자가 박 의원이 들고 있던 손팻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뭔가요?" 정 의원이 답했다. "대통령 부인을 수사하라고 데모하고 있습니다. 퍼스트레이디가 문제가 많습니다."

모든 힘에는 '작용-반작용'의 원칙이 따른다. 강하게 때리면 당장은 속 시원하지만 내 손은 더 아프다.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마십시오! 국민을 아프게 하지 마십시오!"라던 이 대표 연설이 귓가에 공허하게 맴돈다. 그들이 외치는 '민생'은 무엇인가.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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