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비윤'의 약진...흔들리는 윤심?
입력: 2023.02.13 00:00 / 수정: 2023.02.13 00:00

'이준석계'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본경선 진출...친윤계 현역 다수 탈락

비윤 이준석계 후보들이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이를 두고 윤심에 대한 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천하람 당 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기인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비윤' 이준석계 후보들이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이를 두고 '윤심에 대한 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천하람 당 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기인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비윤'(非尹) 이준석계 후보들이 전원 생존했다. 반면 '친윤'(親尹)을 내세운 현역 의원들이 다수 탈락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노골적인 전당대회 개입에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발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는 당대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가나다 순) 후보, 최고위원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 청년 최고위원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후보다.

이중 천하람 당대표 후보,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이준석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선거운동에도 '간신배', '윤핵관' 등의 표현을 쓰며 친윤계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윤핵관'은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드러낸 표현이다. 이들은 또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을 비판했다. 천 후보는 공약으로 '대통령의 공천개입 금지'를 내세우기도 했다.

반면 '친윤'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현역 의원으로는 조수진·태영호 후보만이 본경선에 진출하게 됐다. 박성중·이만희·이용 후보는 탈락했다. 세 후보는 모두 당내 친윤계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회원이다. 이용·이만희 후보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각각 수행팀장과 수행단장을 맡았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왼쪽부터) 박성중·이만희·이용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친윤계로 분류되는 (왼쪽부터) 박성중·이만희·이용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차기 지도부를 친윤계로 구상하려던 친윤계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를 두고 '윤심 논란에 대한 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심'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태 때부터 논란이 됐다. 이른바 '체리따봉' 사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하면서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뒤에도 '윤심'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핵심 친윤계 4인방과 만찬을 가진 뒤 전당대회 개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조사 30%, 당원 여론조사 70%'의 전당대회 룰을 '당원 여론조사 100%'로 개정했다. '비윤' 대표주자로 꼽히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도전 포기 과정에서도 '윤심'이 움직였다. 나 전 의원은 당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에 친윤계는 '반윤' 프레임으로 나 전 의원을 맹폭했다. 대통령실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하며 '윤심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섰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올라갔다. 대통령실은 즉각 안 후보의 '윤핵관' 표현을 문제삼으며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가 친윤계 김기현(왼쪽)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 구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의 통과에 친윤 표심이 분산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가 친윤계 김기현(왼쪽)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 구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의 통과에 친윤 표심이 분산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여론도 좋지 않다. 이날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32%, 부정평가는 59%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긍정평가는 2%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7%로 가장 많았지만 '여당 내부 갈등·당무 개입'이 5%로 집계되며 수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윤심이 흔들린 건 아니'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심이 흔들린 게 아니라 친윤계는 분산됐고, 비윤계는 뭉쳤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총 13명의 최고위원 예비경선 후보 중 비윤계는 김용태·허은아 후보 두명으로 압축된 반면 친윤계 후보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민의힘 예비경선 여론조사는 당대표에 1표, 최고위원에 2표, 청년 최고위원에 1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현역 의원 다수가 탈락했지만 여전히 최고위원 후보 중 친윤 성향이 다수라는 점에서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통과자 8명 중 5명인 김재원·김병민·민영삼·조수진·태영호 후보는 '범(汎)친윤'으로 분류된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비윤계가 소수파지만 당내 어느정도 지분은 갖고있을 것이기 때문에 본경선 진출 자체가 이변은 아니었다"며 "당원들이 친윤이어서 투표했다기 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선택했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김재원·정미경 후보들은 원외 인사이지만 활발한 방송 출연으로 대중적으로 익숙한 인물이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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