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 김성주 "국가 망해도 '연금 지급'한다 믿음 줘야"
입력: 2023.02.10 00:00 / 수정: 2023.02.10 00:00

"정치권, 연금개혁 의지 부족했다"
"국민연금 개혁, 단순히 재정 안정론만 강조해선 안 된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 방향이 더 내고 더 받는 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김 의원. /남윤호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 방향이 '더 내고 더 받는' 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김 의원.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철영·박숙현 기자] 일하는 동안 낸 돈으로 은퇴 후를 지원하는 노후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대로 가면 2055년 기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다. '연금 안 내는 법'이 공유될 정도로 청년층 불신이 깊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약 3배. 고령자들에게도 포근한 노후 대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금폭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임계치에 도달하자 정치권이 부랴부랴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3대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꼽고,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연금개혁의 완성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까지 운영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3월 예정됐던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험계산 결과'를 두 달 앞당겨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정치권의 조급한 분위기 이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전 정부처럼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런 가운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금 개혁은 코끼리 옮기기"라는 기조로 개혁 논의를 이끌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연금복지 전문가'로 불린다. 19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부터 약 2년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개혁의 대원칙으로 "국가가 국민에 신뢰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 나아가야 할 개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즉석에서 던진 질문이 다수였지만 막힘이 없었다.

김 의원은 재정 안정성과 소득 보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재정 안정성과 소득 보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놓고 있던 정치권..."정부 의지, 국회 책임 부족"

국민연금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소득의 3%를 내면 70%를 받는 구조로 처음 도입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 개혁 당시 보험료를 9%로 정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소득 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는 데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개혁 의지'만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국회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한 4가지 개혁안이 도출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 소진 문제는 끊임없이 거론된 가운데, 그동안 정치권이 국민 눈치 보느라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의 의지, 국회의 책임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국민연금 혜택에 대한 체감도가 낮아 국민 수용성이 약했다는 점도 개혁이 정체된 이유로 꼽았다. 그는 "두 차례 연금 개혁 때 정부가 안을 내고 국회가 심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국민은 거기에 없었다"며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을 국민이 그걸 이해해야지 동의할 거 아닌가. (그런데) 그냥 '재정 추계에 따라서 소진되면 안 되니까 더 내세요'라고 얘기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국민들은 '그걸 왜 내가 더 내야 해'라는 심리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고용보험은 실직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항이 없다. 건강보험은 병원에서 체감하니까 '꼬박꼬박 내야지'한다. (그런데) 연금은 몇십 년 동안 내는데 65세 이상부터 받으니까 기금이 소진된다고 하니 '못 받을 수도 있겠다' 하는 불안이 있어 저항이 더 세다"고 진단했다.

진단에 따른 해결법은 간명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한테 나라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아니 나라가 망하더라도 연금을 반드시 지급한다고 하는 믿음을 주면, 국가를 믿고 낼 것이다. 국가가 그에 대한 응답을 제대로 국민들한테 해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김 의원은 견고해진 '연금 불신'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중 하나가 '교육'이다.

그는 "국민연금 이사장 당시 여러 여론 조사를 통해서, 특히 젊은 층의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낮고 불만 또한 크다는 걸 알고서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만나서 초등학교 때부터 사회보험 교육을 하자고 제안했다. 독일은 어렸을 때부터 왜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왜 국가가 운영하는지 교육해서 저항이 없다. 또 내면 반드시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불만도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사회보험에 대한 교육을 시키자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도 방안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도 관련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도 국가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항은 있다. '국가는 연금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무 조항은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관련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반대 측에선 도덕적 해이가 생겨 개혁 과제 동력을 상실할 수 있고, 자칫 국가 부채로 인식돼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도 꾸준히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를 외쳐왔다.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본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그는 '지급 보장 명문화'가 연금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솔직히 인정했다.

"기금이 소진돼도 국가가 책임져 줄 것이라고 선언하면 기금 소진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안 하게 되겠죠. '보험료 안 올리고 9%로 가고 (지급은) 세금으로 해'라고 지금 세대는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하는 우려가 있다. 국가가 지급 보장을 좀 더 분명하게 법에 담는 게 필요한데 어떤 수준에서 담아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연금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의 시간, 지급 보장 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연금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의 시간, 지급 보장 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람직한 개혁 방향은? "더 내고 더 받자"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밑그림은 나와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에서는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안에 대해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금 수급액을 정하는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크게 현행 40%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 50%로 올려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으로 갈렸다. 김 의원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 방안을 언급하는 데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김 의원은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그건(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공무원연금 보험료가 18%인데 국민연금은 9%다. 반절 내면서 공무원 연금 수준을 보장받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를 비교해봐도 보험료율이 18%~20%로 그에 비해 우리가 굉장히 낮다. 그래서 단순히 기금이 소진되니까 보험료 더 내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 조금 더 부담하고 조금 더 혜택을 보자고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특위 안에서) 형성돼 있다"고 했다.

그는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김 의원은 "재정 안정화론자들은 '소득 대체 40%는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을 하고, 심지어 '보험료를 더 낮추자'고 한다. '보험료 12%에 소득대체율 30%'라는 주장이 민간 자문위 내에서 튀어나온 것도 그런 거다. 다만 소득대체율 40%는 40년 동안 가입한 것을 전제로 한다. 20세부터 60세까지 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겠나. 우리나라의 평균 가입 기간이 한 23년 정도 된다. 그러면 소득 대체율이 23%다. 그거를 더 낮추라고 하면, 그것 갖고는 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간 자문위에서는 의무가입연령을 기존 60세 미만에서 64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선 '더 내고 더 일하라는 거냐'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오해"라면서 납입 종료 시점과 연금 수령 시점을 일치시키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는 60세까지 납부하고 65세부터 받는다. 그럼 5년 동안 어떻게 해요. 먹고살 게 없지 않습니까. 그걸 '소득 크레바스'라고 얘기한다. 불안하니까 퇴직금 모아서 카페, 음식점 이런 걸 하죠. 소득 공백을 메꿔주려고 하면 납부 기간과 연금을 받는 시기를 일치시켜주는 게 맞다. (의무납부상한연령 상향의) 전제는 소득 활동을 60세에 멈추는 게 아니고 계속 소득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연금 받는 시기와 연금보험료 납부를 일치시켜줌으로써 최대한 연금 수령을 늘려주겠다고 하는 데에 목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납부액보다는 가입 기간 즉,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에 따라서 연금이 늘어나게 설계돼 있다. 그러니까 64세까지 더 내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늘어나는 거니까 국민에게 더 연금을 많이 받게 해 주자는 취지이다."

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향은 자연스레 정년 연장 문제로 연결된다. 2021 서울법인택시 취업박람회가 2021년 12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교통회관 1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향은 자연스레 정년 연장 문제로 연결된다. '2021 서울법인택시 취업박람회'가 2021년 12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교통회관 1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의무가입연령 상향은 정년 연장과도 맞물린다. 김 의원은 "그래서 연금 개혁이 그냥 단순히 재정 안정론에만 입각해서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으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 제도를 재정적 측면에서 보니까 윤석열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그런데 국민 입장에선 (더 낼 의지가 있다면) 소득이 더 늘어야 한다. 소득이 는다는 것은 월급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60세 이후에도 소득 활동을 한다는 걸 의미가 된다. 자연스럽게 더 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정년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년 연장'이라는 말 대신 '고령자 재취업'이라고 표현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에게 더 연금을 많이 받게 하기 위해서 필요하면 국민 동의를 얻어서 더 내도록 설득하겠다. 그리고 더 많은 소득 보장을 위해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일할 능력이 있다고 하면 더 오랫동안 노동시간에 머물면서 일하고 소득을 올리게 해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노동 개혁이다. 두 개는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감소' 문제가 연금개혁의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령 인구는 늘어나는데 일할 수 있는 청년 세대는 감소하면서 기금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출산과 양육 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줘서 떨어져 있는 출생률을 더 끌어 올려주고, 고령층들도 더 오랫동안 일하고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대안이 없다면 플랜B 가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이 적다면 노령층이 고령층이 더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하나 대안일 수도 있겠고, 우리나라에서 생산 인구가 줄어든다면 노동력을 외국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관대한 이민과 외국인 취업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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