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당원들은 결국 윤심 따를 것"
"표심 상당 부분 이미 반영"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손을 잡으면서 당원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7일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 나 전 의원이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전당대회 당 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를 사실상 지지하며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의 지지 선언이 수세에 몰린 김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주목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김 후보와 오찬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와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명시적으로 지지선언을 하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협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의 김 후보 지지선언이 전당대회 판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린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 전인 지난해 말까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마찰이 표출된 후 불출마 선언 직전에도 3위를 기록한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
나 전 의원이 사실상 김 후보 지지 선언으로 안철수 후보 측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애써 파장을 축소하려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김 후보의 삼고초려 못지 않게 안 후보 측도 나 전 의원을 향해 연대 의사를 타진해 욌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김 후보의 손을 잡으며 친윤계의 반윤공세와 색깔론, 대통령실과 갈등으로 수세에 몰린 안 후보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나 전 의원의 김 후보 지지 후 전망은 엇갈린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안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에 앞선 것을 두고 "여론조사로 판세를 추측하기는 어렵다"면서 "일반 지지층과 당원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보았다.
김 평론가는 "당원 사이에서는 안 후보가 상당히 불리한 쪽으로 몰릴 것"이라면서 "안 후보가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공세가 멈출 것 같지 않다. 안 후보의 과거 신영복·사드배치 등의 관련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안철수는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은 결국 윤심(尹心)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20대 청년 당원, 천하람 후보 등 따져볼 변수는 있다"면서도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반윤 낙인찍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 발언 등으로 당원들은 자연스럽게 김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봤다.
지난달 11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 /남윤호 기자 |
반면 판세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판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나 전 의원을 향한 표심 상당수가 유보로 남아있었다. 유보층으로 남아있던 표심은 김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갈릴 것"이라며 "안 후보로 간 나 전 의원의 표심 성향상 김 후보에게 쏠리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표심은 지난 불출마 선언 이후 이미 많이 반영돼 있다"며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적' 발언이 당원들에게 반영이 될 것이냐가 관건"이라면서 "국민의힘 당원이 84만으로 역대급 규모다. 당원 수로 보면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봤다.
한편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뒤쳐지던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에게 적극 구애해왔다. 김 후보가 나 전 의원을 찾은 건 이날까지 세 번째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자택을 찾은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나 전 후보를 직접 찾아 연대를 호소했다.
김 후보뿐 아니라 친윤계 의원들도 나 전 의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전날(6일)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간 함께했던 나 전 의원에 대해 여러 감정이 얽혀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며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던 지난달 나 전 의원을 '반윤'으로 몰아세우며 공격한 바 있지만 현재는 또 입장이 달라졌다.
나 전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초선의원 8명도 나 전 의원을 찾았다. 박성민 의원은 나 전 의원 만남 뒤 취재진에게 "나 전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고 두문불출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당이 엄중한 시기에 나 전 의원이 나와서 여러가지 고민을 같이 함께 나눴으면 하는 의미로 찾아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