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대결 구도에 달라진 기류…강성 지지층 호소 전략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방문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이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세 번째 시도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했다. 또 2월 임시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제(특검)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검사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수사 중인 검사에 대해 기피신청할 수 있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커지면서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급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는 여야가 중도층은 뒤로한 채 '강한 정당'을 내세우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6일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확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견 수렴 결과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탄핵소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의총에서 탄핵소추안 추진을 논의했으나, 당내 일각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면서 의견 수렴을 추가로 하겠다며 결정을 뒤로 미뤘다. 이번 의총에서는 당론 발의에 대해 1명의 의원이 우려 의견을 밝힌 것 외에는 참석 의원 모두가 찬성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지난해 말에도 이 장관 탄핵 추진 이야기가 나왔지만, 당시엔 신중론에 부딪혔다. 이 장관 탄핵안 제출을 위해 의안과로 향하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남윤호 기자 |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 문책 방식으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을 고민했고, 그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강경파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이유로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당내 신중론에 부딪혀 탄핵안은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의총 문턱을 넘은 민주당은 탄핵 추진에 속도를 냈다. 의총에서 당론 채택되자마자,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과 함께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곧바로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오는 8일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물밑에선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본회의 문턱을 넘을지도 확정적이지 않다.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면 의결되지만, 안건 상정에 대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이 남아 있다. 김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 의원께서는 국회법에 따라 (안건이) 심의될 수 있도록 의사일정을 협의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에도 본회의 소집 일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차주에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겠다는 민주당 방침에 제동을 건 바 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에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간 협의를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 상정 여부는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금까지 장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경우는 없다.
본회의에서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 판단이 남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탄핵 소추 위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게 되는데, 관련 대응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탄핵소추안 기자간담회에서 "사후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도 2월 임시국회에서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 /임영무 기자 |
민주당은 또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 달라고 하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게 하며, 피의 사실 공표가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여러 수사선상에 오른 이재명 대표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해당 법안을 추진 중인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거론한 법안들은 법조계와 관련 종사자들이 오랜 시간 제도개선을 요구하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대책위는 "이재명 대표 지시로 관련 법안을 준비한다"고 한 매체에 대해 7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신청서를 접수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당내에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도 우세론으로 기운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열린 장외투쟁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김건희 특검은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했다.
'중진'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서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걸 꼭 보고 싶다. 총선에 국민들의 판단 대상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앞서 우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을 수사하는 법을 어떻게 야당이 일방적으로 하느냐"면서 "여야 합의가 있어야 특검을 할 수 있는데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한 바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역시 당시 "(특검법은) 개별 의원의 발의이고, 당장 당내 최우선 논의사항이 아니다"라며 소극적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취임 초반이라 대정부 투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았지만, 여야가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보이고 있어 당내 온건파 목소리는 수그러든 모습이다.
전문가는 내년 총선 전략 차원에서도 당 지도부의 '강경 노선'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양쪽 다 진영 간 대결 구도이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이 우선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장관 탄핵도 그렇고 김건희 특검도 그렇고 양쪽이 막다른 대치, 이른바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중도층 이탈인데 결국 총선이 대결 구도로 가면서 중도층 사이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느냐 아니면 이 대표 수사에 대한 평가가 확인되느냐 이 싸움이 될 것"이라며 "(여야 모두) 민생보다 생존에 올인하는 전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