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다하는 정치로 국민들께 희망 드려야"
"현실 정치 어려움, 회피보다는 정면으로 맞설 것"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삶의 괘적은 시련으로 시작해 행복의 현재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되곤 한다. 김 의원은 의정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주말마다 지역구로 향한다. 더 큰 꿈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이 지난 2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김정수 기자] "어쩌면 행복은 늘 좇아다녀야 하는 대상일 뿐, 절대 잡히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서 윌 스미스(크리스 가드너 역)는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이같이 말한다. 행복은 추구할 수만 있을 뿐 가질 수 없는 신기루라는 한탄이다.
대한민국 국회에도 이 같은 신기루를 좇는 사람이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김미애(53·초선·부산 해운대구을) 의원이다. 그는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이 가득한 국회에서 행복을 찾겠다고 한다. 어쩌면 신기루가 아닌 허상에 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숱한 역경 끝에 행복을 찾아내고야 마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김 의원도 그 못지않은 시련 끝에 행복을 쟁취한 경험이 있다. 김 의원이 꿈꾸는 '행복한 정치'는 뭘까.
김 의원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 지독한 가난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방직공장 여공으로 10대를 보냈다. 20대 때는 잡화점에서 돈을 모아 초밥집을 차리기도 했다. 펜대를 다시 잡은 건 29세쯤이다. 또래보다 10년 뒤처졌지만 동아대 법대(야간)에 입학해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3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된 셈이다. 사회적 신분 상승과 경제적 사정도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은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축복이었죠. 하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축복을 혼자서 누리는 게 맞는지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죄짓는 기분이랄까요. 이걸 사회에 갚아야 하는데 했죠. 혼자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2일 오후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갈등과 반목이 가득한 국회에서 행복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
그래서 김 의원은 '실천'했다. 어떤 일이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여성, 아동,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인권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아동 기부금만 한 달에 10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 김 의원은 현재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김 의원에게 가장 큰 행복은 '아이들'이다. 2011년 입양한 막내딸을 키우고 있다. 2008년 첫째 언니의 건강상 이유로 조카를 데려왔다. 조카를 키우면서 아이 키우는 행복을 누리다가 2011년 작은 언니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해 큰 조카를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그는 "딸아이가 벌써부터 저한테 전염이 돼 측은지심이 많아요.(웃음) 요새는 건축가가 돼서 돈을 많이 벌어 북한 아이들에게 집을 무료로 지어주고 싶다는 말을 해요.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말도 하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입법을 통해 미혼모와 입양 관련 제도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입양 경험과 법조인 시절 청소년들의 방황을 목격했던 것을 토대로 하나하나씩 법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아동을 부부싸움 등 장기간 가정폭력 노출되는 것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제 입양체계 개편 및 적극적인 위기가구 발굴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 사회에 나와 너의 아이를 넘은 '우리 아이'라는 인식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영아 유기를 근절하기 위한 법 개정을 올해 목표이자 과제로 꼽았다. 2012년부터 시행된 현행 입양특례법상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반드시 출생신고 증빙서류가 제출해야 한다. 훗날 아이들이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신원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부는 영아를 유기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임신·출산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보호하고 친생부모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와 자녀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가 조화롭게 실현되도록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실 정치의 높은 벽에 대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밖에서의 국회와 안에서의 국회는 천양지차였다. /이새롬 기자 |
김 의원은 의정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주말마다 지역구로 향한다. 김 의원은 더 큰 꿈이 있기에 지역구로 꼭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가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이유는 이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그중에서도 국민들이 정치인에 대한 선입견을 깼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정치인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저렇게 실제로 하는구나.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구나'라고요. 하루 이틀로는 안 되는 걸 알아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수년 동안 하는 걸 보시면서 그런 편견을 깨시길 바라는 마음이죠. 주변에서도 '여유 좀 가져라'라고 하기보다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요."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받게 되는 편견들이 더러 있다. 그들에 대한 신뢰마저 높지 않다. 국회의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 의원은 낙숫물이 언젠간 커다란 바위를 깨트리는 것처럼 묵묵히 부딪혀볼 작정이다.
"저는 유권자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하죠. 여러분들이 정치인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잘 선택해달라고요.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낙선시켜야 한다고요. 그런데 덮어두고 하니까 계속 나쁜 정치인이 끊이지 않잖아요."
김 의원에게 '좋은 정치인'의 정의를 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헌법 제7조 1항을 꺼내 들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어요. 헌법을 지키는 게 좋은 정치인이에요. 여기에 구체적으로 정치인의 실천 강령으로 이행이 돼야죠. 법과 규정에 다 답이 있어요. 또 헌법에 국회의원의 의무가 있어요. 청렴 의무, 국가 이익 우선 의무, 이권 개입 금지 의무 등이요.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건 결국 양심이에요. 그 양심에 따라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죠."
김 의원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어요. 헌법을 지키는 게 좋은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
김 의원은 현실 정치의 높은 벽에 대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밖에서 바라본 국회와 정치인으로서의 국회는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란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던 김 의원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침묵했다. 이내 그는 국회의원 나름의 정치적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선 국회의 생리에 어느 정도는 따라야 한다고도 말했다.
"제가 이 안에 있다는 게 마음 둘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는 게 순기능을 하면 좋겠지만 본의와 상관없이 왜곡될 거잖아요. 그러니 아예 입을 닫게 되는 거죠. 그래서 아주 몸이 부서져라 해보는 거예요. 실제 남한테 말하지 않고 내가 해보는 거예요. 솔선수범을 보이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거죠."
김미애 의원의 사무실 벽에 자녀들의 사진이 걸린 모습. 김 의원은 정치의 행복이 곧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미 벌어진 정치와 국민 사이의 간극은 상당하지만 김 의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심산이다. /이새롬 기자 |
"결국 정치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아무리 선한 뜻이라고 난리를 쳐도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안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도 더 힘들어요. 결국은 '세'(勢)가 있어야 하는 데, 이 세라는 것에 정치인들이 많이 우왕좌왕하지 않나 싶어요. 그 세를 위해서 안 해야 할 말을 하거나 행동을 잘못할 때도 있잖아요. 이걸 좀 이겨내야죠. 세의 중요성을 알더라도 제 영혼까지 갉아 가면서까지는 안 하고 싶어요."
김 의원이 현실 정치에서의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이를 회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정치의 행복'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정치의 행복이 곧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그의 철학은 뚜렷했다. 물론, 이미 정치와 국민 사이의 간극은 크게 벌어졌지만 김 의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의 행복은 곧 국민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인이 행복하다는 건 우리 헌법이 정한 대로 국민께 봉사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자유를 누리는 거니까요. 그런 정치인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 역시 행복한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그 표본이 되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는데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끊임없이 저를 채찍질하면서 노력하려 합니다. 그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려요. 부족함은 부족한 대로 고쳐서 더 좋은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잘 쓰임 받도록 애쓰겠습니다."
☞김미애 의원은 누구? 1969년 경북 포항 출생이다. 15살 때 어머니를 여읜 뒤 고아가 된 그는 17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부산 방직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1996년 동아대 법대(야간)에 입학,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34기로 수료한 이후 여성과 아동 등을 위해 변호을 맡는 등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입양한 딸과 조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2020년 4월에 실시한 21대 총선에서 당선(부산 해운대을)돼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회 위원장과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여당 내에서 몇 안 되는 소신파 의원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1월 초선 의원 80%에 가까운 인원이 서명한 '나경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