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 제외된 국회는 몇도?
입력: 2023.02.05 00:00 / 수정: 2023.02.05 00:00

국회 본관·의원회관·소통관 실내온도 20도 넘어
시민단체 "국회, 어떤 이유로 예외 되는지 의문"


<더팩트>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소통관 곳곳의 실내온도를 측정한 결과, 20도(℃)가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국회 본관. /임영무 기자
<더팩트>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소통관 곳곳의 실내온도를 측정한 결과, 20도(℃)가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국회 본관.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따뜻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평을 늘어놓을 수 없다. 다른 공공기관 공무원들은 더 춥게 일하지 않나."

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야당 소속 의원실 A 보좌관은 "여기 온도가 그리 높진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두툼한 패딩을 입은 채 업무를 보던 그는 "물론 더 따뜻하게 난방을 가동하면 좋겠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감사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라며 멋쩍게 웃음을 보였다. 다른 보좌진들도 외투나 담요 등으로 추위를 막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록적인 한파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크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난방비 폭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물가 상승과 고금리와 맞물려 난방비 폭탄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돼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공기관도 적정 실내온도를 준수해야 한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난방설비 가동 시 평균 17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공공기관 종사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시간 중에는 개인 난방기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임산부, 장애인 등은 제외다.

지난 1일 일부 국회의원실과 의원회관 휴게실의 실내온도를 재본 결과, 모두 23도를 넘었다. /국회=신진환 기자
지난 1일 일부 국회의원실과 의원회관 휴게실의 실내온도를 재본 결과, 모두 23도를 넘었다. /국회=신진환 기자

하지만 지난달 강추위가 몰아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3일 공고를 통해 기상청 한파특보가 발령된 지역내 위치한 공공기관, 건물 노후화로 인해 건물 내 실내온도가 편차가 큰 공공기관은 기관장 재량으로 평균 실내온도 기준을 2도 완화한다고 밝혔다. 최고 19도까지 실내온도를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시행 기간은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3월31일까지다.

하지만 국회는 사정이 다르다. <더팩트>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과 국회의원회관, 취재진이 상주하는 국회 소통관의 일부 내부 온도를 전자온도계로 재봤다. 온도계를 1m 정도 공중에 약 5분 동안 올려두고 1분 이상 기온 변화가 없을 때를 최종 실내온도로 기록했다. 밀집도 등 실내 사정과 난방기와의 거리나 위치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국회 건물들의 온도는 20도를 넘었다. 국회 본청 로텐더홀의 기온은 21.9도였다. 대리석 바닥에 넓게 트인 공간이라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됐다. 의원회관 중간층인 5~6층에 있는 일부 의원실의 온도는 평균적으로 24도가 찍혔다.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은 24.4도까지 치솟았다. 의원회관의 복도 온도는 24.2도였으며, 휴게실은 23.3도로 나타났다.

여당 소속 의원실 B 비서관은 "설 연휴를 전후 북극 한파가 몰아쳤을 때보다 최근 기온이 올라 실내온도가 조금 더 높게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으면서 "의원실 내부에서 가벼운 겉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엄청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야당 소속 의원실 C 비서관도 "약간 서늘한 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방한용품을 갖춘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취재진이 상주하는 소통관 기자회견장(왼쪽)과 기자실(가운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측정한 실내온도.
지난달 31일 취재진이 상주하는 소통관 기자회견장(왼쪽)과 기자실(가운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측정한 실내온도.

취재진이 상주하는 기자실 내부온도는 23도대였다. 취재진이 밀집한 기자회견장의 실내온도는 24.4도로 측정됐다. 국회 곳곳의 온도를 재본 곳 중 가장 높았다. 한 기자는 "브리핑룸(기자회견장)은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일하기에 적당한 온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일하는 것은 약간 더울 수 있겠고, 얇은 옷을 입으면 딱 좋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국회 측은 정부 방침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산자부 권고에 따라 실내온도를 17~19도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며 "본회의나 주요 회의, 외빈 행사가 있을 때만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은 중앙난방방식으로 난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공기관은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효율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 행정관청 등 공공기관 2만여 기관이 대상이다. 하지만 국회나 법원 같은 헌법기관의 경우는 예외다. 삼권분립의 측면에서 헌법기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만 적용대상이기 때문이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금같이 에너지 상황이 나빠졌더라도 당연히 공공기관끼리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특히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기관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유로 예외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내온도가 낮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의 실내온도 기준을 소폭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헌법기관의 경우 실질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을 위한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헌법기관의 경우 실질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을 위한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헌법기관도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2021년 8월 발의된 이후 심사를 거쳤지만, 여전히 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규민 전 의원이 2021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그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처리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해당 법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고 입법부와 사법부가 빠진 부분과 관련한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출퇴근 전에는 철저하게 냉난방 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 국회도 정상 근무시간에도 다른 공공기관이 일반적으로 설정한 온도에 맞춰 냉난방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무경 의원은 "국회가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 "적정 실내온도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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