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당 굉장히 단결…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다"
김종민 "활발한 토론,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계 주축' 모임에 참석해 축사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에 참석해 이원욱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 대표(왼쪽).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이른바 비이재명(비명)계 주축 모임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했다. "이런 자리가 많을수록 좋다" "당 지도부가 가장 큰 수혜자"라며 서로 덕담을 건넸지만 미묘한 신경전도 엿보였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서는 취재진 관심이 뜨거웠다. '민주당의 길'은 당 쇄신 방향과 내년 총선 대응을 논의하는 모임으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들 40여 명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민주적인 정당이라고 한다면 당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수렴을 통해서 더 효율적이고, 국민의 뜻에 더 부합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며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듣는 것이 저의 역할이기도 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 토론의 결과물을 저에게도 전해서 참고할 수 있게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 토론회 참석을 두고 일정 조율 과정에서 주최 측과 당대표실 간 불협화음도 드러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행사를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가 아닌 출범식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사회자로 나선 이원욱 의원은 "원래는 오늘 완전히 비공개였다"며 "어제(30일) 본회의장에서 김종민 의원이 이 대표에게 '한번 우리 모임에 나와서 발표도 하고 민주당의 길을 같이 논의해보면 어떠하냐' 제안했는데, (이와 별도로) 1차 토론회 한다고 하니 가서 축사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아서 당대표가 왔는데 일정까지 오늘 공개했더라. 그런데 모든 걸 비공개로 하면 당대표님의 (체면을) 너무 깎아내리는 거 아니냐 그런 것 때문에 이 자리는 공개를 갑자기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저는 민주당의 길이라는 모임을 창립하신 것으로 알고 창립을 축하하러 왔는데 모임은 아니고 토론이라고 하니까 약간 좀 당황스럽기는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뼈 있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권고했던 4선 홍영표 의원은 "어떻게 보면 우리 당은 제가 4선이지만 지금만큼 당이 안정돼있고 단결돼 있는 때가 없었다. 과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당이 굉장히 갈등과 대립 혼란 속에 있었는데 참 이게 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우리 당 정체성과 비전 이것을 새롭게 만드는 데 있어선 백가쟁명, 혼란과 이런 것도 저희가 받아들여야 한다.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모여서 지혜를 통해 국민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계기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사실 여기서(민주당의 길) 정치개혁 비전, 민생개혁 비전, 미래전략 비전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다.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지도부는 현안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사건 사고, 민심 동향, 여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게 지도부의 엄청나게 큰 임무이기 때문에 주당 비전과 미래 방향을 놓고 고민하면서 뭔가 설계해나간다는 게 어려운데 그걸 여기서 좀 대신 해주면 얼마나 고맙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일각의 '비명계 모임'을 의식한 듯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다. 이건 비전 모임이다. 딱 한 글자 틀린데 엄청나게 다른 것"이라며 취재진에 "앞으로는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으로 꼭 그렇게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