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논란 계속, 몸집 불리는 비명계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12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의 검찰 조사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 당헌 80조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번째 검찰 출석 조사('위례·대장동 개발 의혹')를 마쳤다. 첫 번째 검찰 출석 건이었던 '성남FC 후원금 의혹' 혐의와 묶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당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되면 당직이 정지된다'는 민주당 당헌 80조를 두고도 당내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하고 있어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 가·부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이 대표를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배임 및 부패방지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간 업자들에게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만배 씨의 지분 절반을 받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이 대표 기소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당헌 80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 당헌 80조를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직무 정지 요건에 처했을 경우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해 구제를 결정하는 기구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꾸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당무위원회는 당대표를 의장으로 하는 의결기구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자신을 '셀프 구제'할 수 있다는 '방탄 당헌' 논란이 일어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 논쟁이 붙기도 했다.
비명계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당헌 80조에 따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윤호 기자 |
당내에서는 당헌 80조를 들어 '이재명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명계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지난 2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헌 제80조에 기소되면 당직자들은 원칙적으로 당직을 물러나도록 돼 있다"며 이 대표가 기소가 되면 '원칙을 지켜'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을 통해 자신의 무고함이 밝혀지면 그때 복귀하라는 것이다. '친문' 김종민 의원도 지난 26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와 측근과 관련된 개별적인 사실관계를 맞다, 틀리다 하는 것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본인만 아는) 사실관계를 민주당이 책임질 순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명백한 '표적수사' '야당 탄압'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철통방어'에 나섰다. 당헌 80조엔 검찰의 기소가 '정치 탄압'으로 인정되는 경우 당직 사퇴를 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의원은 지난 27일 BBS 라디오에서 "결국(이 대표에게 당헌) 80조 적용해서 직무 정지를 시키려면 부패 범죄와 관련된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검찰 수사 자체가 이 대표뿐 아니라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정치 탄압의 성격이 있어서 (당헌) 80조 바로 적용하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에서 "'기소 시에는 물러난다'라는 당헌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 그는 "검찰이 유난히 표적수사, 기획수사, 별건수사 등으로 정당을 탄압할 때, 야당 대표이자 전 대통령 후보에 대해 탄압을 할 때 사무총장의 판단이나 당무위원회의 판단을 가져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넘어도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역시 부결된 바 있다. /남윤호 기자 |
검찰 조사 이후 이 대표를 향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시나리오도 관측된다. 다만 이 역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역시 부결된 바 있다. 이 대표가 당내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고, 친명계 의원들도 이 대표의 '부당 수사' 주장을 적극 뒷받침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가결은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다만 비명계 내에서도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의 '무리수'라는 의견도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검찰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이 대표가 경우, '도주·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 아닌가. 구속 목적 두 가지가 다 성립이 안 되는데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이유가 너무 뻔하게 보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출석을 전후로 비명계는 공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인사들이 모여 만든 정책 포럼 '사의재'는 지난 18일 창립식을 열었다. 사의재에는 전해철, 윤영찬, 한병도, 정태호, 박범계, 고민정, 윤건영 등 민주당 정부 청와대 및 장·차관 출신 인사들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또 비명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토론 모임 '반성과 혁신'을 확대 개편한 '민주당의 길'은 오는 31일 첫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당 지지율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명계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등이 주축을 이뤘고 여기에 친문 그룹인 이인영·홍영표 의원도 최근 합류하며 3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친목 모임 그 이상도 아니다"라며 역할론에 손을 젓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사법 리스크'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엔 비명계 모임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