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맹목적 '윤심'에 말 많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입력: 2023.01.29 00:00 / 수정: 2023.01.29 00:00

나경원, 친윤 불출마 압박에 당권 도전 포기
당권 경쟁 조기 과열…너도 나도 '윤심'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에 항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남윤호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에 항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당사를 떠날 때까지 나 전 의원은 애써 웃으며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그의 웃음 너머 짙은 수심이 보였다. 이후 점심 자리에서 자신을 돕던 동지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격려의 자리였겠지만, 그가 마신 술은 가슴속 멍울을 털어내기 위한 셀프 위로주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나 전 의원이 후회 없는 결정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의 행보를 쫓아 보면,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방문했던 사찰들도 연이어 찾았다.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 기세였다. 전당대회 출마가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당권 행보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도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했다.

정가에선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장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실은 공개 직격탄을 날렸고, 친윤계는 대놓고 불출마를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은 친윤을 자임해 온 나 전 의원을 '반윤 우두머리'라고 했다.

특정 후보를 위한 전당대회라는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닌 듯하다. 취재하면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집권당 전대가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도 못하다'는 비아냥을 자주 듣는다. 주로 친윤계에 대한 비난이다. 그때마다 한때 화제를 모았던 '호통 판사' 천종호 판사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학교 내에서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어서 힘을 과시하면 그게 바로 일진이다." 학교만 정당으로 바뀐 꼴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힘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힌 후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향해 공개 직격탄을 날렸고, 친윤계는 대놓고 불출마를 압박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힘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힌 후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향해 공개 직격탄을 날렸고, 친윤계는 대놓고 불출마를 압박했다. /남윤호 기자

대통령실과 당을 향한 시각도 곱지 않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지고, 친윤 진영을 향한 비난도 거세다. 당내에선 '집단 린치'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언주 전 의원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철학이나 노선 투쟁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그야말로 패거리 지어 왕따를 시키며 '너는 안돼 너는 싫어'하는 식의 싸움은 조폭들도 안 하는 짓 아닌가"라는 평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나 전 의원은 친윤으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앞으로 정치 행로도 불투명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단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직을 던진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느 쪽의 잘잘못이 크든 작든, 국민의 눈에는 한심하게 비칠 뿐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당권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모양새도 그렇다. 유력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연일 신경전을 벌이며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김 의원이 안 의원을 향해 '철새 정치'라고 발언한 이후 공방이 치열하다. 양자구도로 재편된 이후 나 전 의원의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렸을지 모르겠지만, 보는 이는 답답하다.

경제 지표는 악화하는 데다 한파 속 난방비까지 급등해 민생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마주한 상황은 심각하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세 과시와 줄 세우기, 네거티브 공세 등 구태 정치가 반복되는 모양새에 절망감이 더해진다. 그저 '총선 승리', '윤석열 정부 성공' 외침만 반복적으로 들릴 뿐이다. '윤심'에 기대는 당권 주자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구상은 보기 어렵다. 후보 등록 전부터 네거티브 양상을 보이는데, 앞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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