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맞이한 '토끼띠' 의원들의 작년과 올해
작년은 "국가적으로 힘들었던 한해"라면서도
299명의 국회의원 중 토끼띠는 총 26명이다. 이들은 새해 코로나 터널을 빠져나와 경제도 민생도 나아지길 희망했다. 지난 1일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감상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022년은 한마디로 "폭풍 같았던 한해"였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라는 두 차례 전국단위 선거가 있었다. 정권이 바뀌었고 정치는 혼란을 거듭했다. 큰 재난이 연이어 우리사회에 상처를 안겼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몇년 우리사회를 잠식한 코로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3고 위기(고유가·고금리·고환율)'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움에 빠졌다.
끝나지 않은 폭풍 속에 맞이한 계묘년(癸卯年) 새해. 정치는 민생안정과 치유·회복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출발했다. 이에 더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지난해와 올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99명의 국회의원 중 프로필상 토끼띠인 의원은 26명이다. 최고령은 1951년생인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이었고 최연소는 1987년생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다. 올해 환갑을 맞이한 1963년 계묘년생이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17명(△1951년생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1963년생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고영인·김의겸·김한정·박범계·송기헌·윤호중·이원욱·이장섭·이해식·정태호·조정식·홍성국(가나다순) 민주당 의원 △1975년생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유정주 민주당 의원 △1987년생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지난해 소회와 기억에 남는 순간, 새해의 각오를 들었다.
지난 1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의장단이 참배를 위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모습./ 이새롬 기자 |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입장에서 바라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새 정부를 출범시킨 큰 보람이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압승을 거뒀죠. 그러나 국회 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여야 대립과 갈등, 정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국정 운영도 잘 안 되고요. 안팎의 큰 위기를 맞이한 상태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통합, 국력의 결집. 이런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매우 아쉽습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는 참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선거도 많았고, 정치적으로 격동의 한해였어요. 아쉬움도 많았죠. 대선 패배하고 우리가 야당이 되면서 안타까움이 많았습니다. 야당으로서 국정 전반의 총체적 난맥을 보면서 참 답답하기도 했고, 야당 탄압도 어려운 일이었고요. 올해는 야당 탄압을 굳세게 이겨내고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잘 준비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야 의원들의 지난해 소회는 엇갈렸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내외적으로 나라가 힘들었던 한해였다"면서도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데에 의미를 뒀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만연해 우리사회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면서도 "다행히 공정과 상식의 정신으로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도 "대선 개표 때 '골든크로스'가 이뤄지던 순간"(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 취임식 날 하늘에 뜬 일곱빛깔의 무지개"(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를 각각 꼽았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가 남긴 상처에 씁쓸함을 내비쳤다.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대선 때인 3월 9일"이라며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 중이었다. 집에서 혼자 개표방송을 보는데 그때가 제일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선 패배, 지선 패배의 충격이 컸다"(이원욱·홍성국 민주당 의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쓰라린 한해"(이해식 민주당 의원), "나라도 우리 당도 많이 어려웠던 한해"(송기헌 민주당 의원)라고도 말했다.
두 번의 선거를 이끈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저 같은 경우에는 원내대표로 대선 치르고 비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렀다.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해서 많이 우울한 한해였다"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2014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다섯 번의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기 이르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만큼 문재인 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가 컸다.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새 시대'의 상징이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과 그에 대한 당의 대응은 '인권'과 거리가 멀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보인 '내로남불'식 반응은 큰 실망을 안겼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치명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대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 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표 차이는 역대 최소인 24만 7077표로 단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무효표가 30만7542표로 표차보다 많았다. 직전 19대 대선 당시의 무효표 13만5733표와 두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윤석열 대통령. /남윤호 기자 |
지난해는 국가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였다. 지난 몇년을 삼킨 코로나는 지난해를 거쳐 올해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로 민생은 더욱 어려워졌다. 두 차례 큰 재난도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핼러윈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올해 전망이 희망적이지 않다"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다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그야말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당으로서도 대선과 지선에서 연패해서 힘들고 우리 지역(서울 관악구을)은 수해를 크게 입었어요. 지하셋방 사시는 분들, 우리시대 가장 어려운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고통을 겪으시는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봐야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이태원 참사가 있었고요." -정태호 민주당 의원
우리나라는 정권교체를 겪으며 혼란을 거듭했다. 민생의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연말까지 예산안으로 맞서던 여야는 새해엔 이재명·노웅래 방탄 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북한 무인기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해를 끝으로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제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등 민생법안은 해를 넘겨 국회에 잠들어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새 희망을 주는 한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코로나 터널을 어느정도 빠져나오면서 경제도 나아지고 민생도 나아져야 하는데 장기침체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대대적인 사정도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북한 어부 송환·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철 지난 '색깔론'까지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한 공공기관장의 임기도 문제가 됐다. '탈원전 백지화'도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지점이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에 여당은 '개인이 비리'로, 야당은 '야당 탄압'으로 대치 중이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는 너무 혼란스럽고 암울했던 시기였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후로 신문 1면과 방송 주요 뉴스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수사에 관한 검찰발 기사가 도배됐다"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대적인 사정이 시작됐다"며 "전 정권 탄압, 당에 대한 탄압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국회 내 '막내 토끼띠'인 1987년생 장혜영 의원은 "올해의 목표는 평정심 유지하기"라며 "특히 올해는 정치에서의 변화와 변동이 심한 해일 텐데 이런 변화들에 있어 내면의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새해 다짐도 여야가 엇갈렸다. 여당 의원들은 '개혁'을, 야당 의원들은 '정치의 복원'을 이야기했다.
"내년 총선을 잘 준비하고 윤석열 정부의 많은 아젠다, 3대개혁(노동·연금·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사회 갈등이 심각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원래 꿈꿨던 목표인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치가 갈등의 진원지가 아니고 갈등 해소의 중추적 기능을 하도록 역할을 하겠습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 입니다. 그만큼 올해는 정치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난해 전국 선거를 두차례나 치르고 정치가 실종됐어요. 여야 간, 정부와 국회 간. 실종된 정치가 돌아오길 희망합니다. 또 올해는 우리 당을 지지해주셨던 많은 분들, 지지해주지 않으신 많은 분들까지 포함해 새 정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
그러면서도 '총선 승리'를 향한 열망은 여야가 같았다.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좋은 지도부'에 대한 희망을 걸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화합하고 통합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좋은 지도부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두 차례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또한 각오를 다졌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올해는 선거가 없다. 우리가 야당으로서 전열을 잘 정비하고 당이 단합해 총선에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조정식 민주당 의원), "국민과 더욱 진심으로 밀착한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송기헌·이장섭 민주당 의원)고도 했다.
"야당 탄압에 물러서지 않겠다"(박범계·김의겸·이해식 민주당 의원)는 결의도 있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차' 사건을 언급하며 "창작의 자유를 제압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도입된 '생명안전수당'을 언급하며 "국민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올해는 정치변동이 심한 해"라며 "이런 변화에 있어 내면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다짐하며 눈길을 끌었다.